Week 8. 소아외과 실습
실습 도중에도 어김없이 목요일마다 수업은 이어진다. 지난 두 달 동안에는 피부과와 안과 수업이 있었는데, 이번주에는 안타깝게도 수업 대신 해당 과목의 시험이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다 지난번에 일정상의 이유로 시험을 치지 않은 성형외과까지 시험을 이번에 치게 되어 정말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게 되었다.
소아외과는 소아과의 분과가 아닌, 외과의 분과 중 하나이다. 소아외과에서는 주로 탈장, 선천적 기형(항문 폐쇄, 식도폐쇄, 선천성 거대결장, 횡격막 결손증, 선천성 담도폐쇄 등), 소아 외상, 종양을 다루게 되는데, 총 59명의 소아외과 정회원이 있다. 이 중 정년퇴직을 앞둔 9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국에 50명이 전부라 할 수 있다. (출처: 대한 소아외과학회)
수술방에 들어가자마자 처음 마주한 것은 수술대에 걸터앉아 있던 4살 남짓한 여자 아이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이었다. 소아외과는 환자가 대부분 소아이기에 수술 전 마취 과정에 보호자가 함께한다. 엄마가 곁에 있음에도 세상이 떠나갈 듯 서러워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나이 때에 걸맞지 않은 놀라운 침착성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다. 어느 쪽이든 슬며시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는 건 매한가지다.
아이들이 받는 수술의 대부분은 탈장수술이다. 신생아의 3-5%, 미숙아의 10% 정도가 생길 정도로 흔한 질병이기도 하다. 보통 엄마들이 목욕 도중이나 우는 와중에 기저귀를 갈 때, 음낭에 불룩 튀어나온 것을 발견하고 병원에 내원하게 된다. 태아의 고환(여아의 경우 난소에 해당)은 뱃속에 위치하다가 태생 7 개월에 길을 따라 내려와 음낭에 위치하게 되는데, 출생 후 고환이 내려온 길이 막히지 않고 열려있는 경우가 있다. 이 길이 넓어서 배 안의 장이 사타구니로 튀어나오면 서혜부 탈장, 좁아서 배 안의 물만 흘러나오면 음낭수종이 된다.
탈장은 그 자체로는 통증도 없고 큰 문제가 없지만, 수술을 받지 않을 시에는 장이 꽉 끼여 염증이 일어나게 되는 합병증(감돈)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6개월 이내의 영아에서는 감돈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수술은 필수적이다. 음낭수종의 경우는 열려있는 길이 좁기 때문에 경과 관찰이 우선이지만, 수개월이 지나도 소실되지 않는다면 역시 수술을 해야 한다.
탈장의 진단은 각종 검사 수치나 영상소견보다는 전적으로 신체진찰 소견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신생아(생후 1개월 내)나 영아(생후 12개월 내)들의 피부는 굉장히 얇기 때문에 경험이 많이 쌓이지 않은 의사가 촉진만으로 진단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 후 초음파와 같은 영상소견은 반대쪽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탈장이 있는지 확인하고, 나아가서는 진단의 재확인용 정도로 쓰이게 된다.
수술은 보통 복강경으로 이루어지게 되며 수술시간도 20분에서 30분 내외로 짧은 편이다. 복강경 수술은 배꼽을 포함한 최소한의 구멍만 만든 뒤 이산화탄소를 복강 내로 주입해 시야를 확보한 뒤 이루어진다. 선천성 매독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신생아의 경우에는 비장과 간의 비대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워 개복 수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수술은 고환이 내려온 길을 묶는 방법으로 시행되며, 술 후에도 같은 증상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낮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신기하게도 어린이날이다. 소파(小波-자그마한 물결) 방정환은 어린이들을 위해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민족의 미래, 희망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린이를 잘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출산을 위해서는 근처 대도시의 대학병원까지 가야 하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의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98명을 돌파한 현시점에서는 어쩐지 점점 더 어려운 것만 같은 이야기다.
지난 2016년,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두 살 아이의 치료를 미루다 결국 이 아이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해당 병원들에게 중징계가 내려진 적이 있다. 전북 전주에서 대형 견인차에 친 교통사고를 당한 이 아이는 14곳의 병원에서 “수술할 의사가 없다”거나 “다른 수술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절당하다 경기도에 있는 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아이가 처음 이송된 전북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이 취소되었고, 중증외상 환자를 24시간 치료해야 하는데도 이 환자를 받지 않은 전남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지정이 취소됐다.
하지만 이번 징계에 대해 한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고 하나 병원 입장에서는 권역응급 또는 외상센터를 운영해도 그다지 수익이 되지 않기에 지정 취소 같은 징계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갈길이 참 멀다.
기사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766609.html#csidx4fb4a67a7974b35b7bd6409976e83c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