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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Jul 03. 2024

네가 우울증이라고?

우울에 이름표가 있나요?

우울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산지 3년이 넘었다. 

진단이 내려진 이후 나의 인생에서 해결된 것은 어떤 것 하나도 없다. 

삼 형제의 육아, 우리 집의 형편, 나의 우울.

모든 것은 그대로지만 나의 불편감이 줄어들었다. 

상황들을 바라보는 시선,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잘못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우울증답지 않다"라는 말인데. 우울증이라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건지 궁금함이 생긴다. 


우울증인 사람들은 집안에서 누워 외출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 다 죽어가는 목소리, 삶의 의지가 없어서 자살기도를 하는 것들이 우울증 다운 모습일까? 

그렇다면 나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약을 먹기 전에도, 지금도 말이다. 


내가 우울증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나에 대한 '자책'이었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을까? 지난 시간을 후회하고, 괴로워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화살을 나에게 돌리는 것은 가장 쉽고 간단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조차 큰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약을 먹으며 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자, 삶은 한결 편안해졌다. 나의 잣대로 판단하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줄어들었다. 삶을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우울은 내 옆에 남아있다. 언제건 나를 공격할 수 있는 그 애. 내가 조금만 약해지면 삐죽 얼굴을 내밀 그 아이를 잘 달래고, 조절하는 것이 평생의 나의 몫이다. 


3년이란 꽤 긴 시간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딱히 약을 끊을 날을 기다리지 않는다. 약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이 꼬박꼬박 먹으며, 나는 꽤나 성실한 환자라고 자부한다. 아마도 약을 먹으며 나에게 불안함 보다는 편안함이 더 많이 생겼기에.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만큼 앞으로도 힘든 일이 더 많이 생길 수 있기에. 우울증 약을 먹는 환자로 사는 삶을 지속하고 있다. 


가끔 내가 우울 호소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선생님께 "제가 우울이라는 증상 뒤에 숨어서 핑계를 대는 건 아닐까요?"라고 물었더니 망설이지 않으시고 나에게 이렇게 답해주셨다.

"그렇다면 약을 먹어도 아무 효과가 없어야 해요. 약 먹으면 증상이 좋아지죠? 그렇다면 우울증 증상이었다는 거예요" 


명쾌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시원했다. 우울해도 할 일 다 하고, 밖에 나가면 전혀 티가 안 날 수 있다는 점. 의외로 우리 주변에 우울증은 많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겪고 있는 우울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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