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 써 봄 Sep 03. 2024

잠수 이별

잠수 이별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상대방이 아무 연락 없이 사라져서 맞는 이별을 말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내가 잠수 이별의 가해자가 될 뻔했다.


나의 마지막 글은 지난 7월 야심 차게 우울증에 대한 연재를 하겠다고 연재 브런치북을 개설해 놓고 딱 한 편의 글만 쓰고 잠수를 탔다.


처음에는 "너 왜 글을 안 써?"라고 하면서 간간히 나의 안부를 묻던 브런치가 그 간격이 뜸해지면서 점차 연락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속에는 화요일마다 연재일이라는 압박이 있었으나 글을 쓸 기운이 생기지 않았다.


핑계를 대자면 길고 긴 우울의 터널 속에서 나왔다고 해야 할까.


우울증 약을 먹으며 지난 3년간 겪어보지 못했던 마음의 부침을 지난 두 달간 지독히도 겪었다.


우울이라는 것이 단지 마음의 짜증과 분노로만 나왔었던 나에게 찐 우울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지난 두 달은 꽤나 힘든 시간이었다.


무기력으로 인해 복용을 시작했던 약은 효과는 좋았으나 지독한 가려움을 낳았고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방학과 나의 우울은 커다란 눈덩이가 되어 나를  점점 아래로 굴러가게 하였는데 끝도 없던 그 내리막길이 이제 겨우 끝이 보이고 있다.


꽤 지독했던 날이 그저 아무 일 없었음에 감사함과 안도함을 느끼면서도 내 인생과 함께하는 우울과의 그날들이 얼마나 더 지속될는지 막막해진다.


부디 그 아이와의 동행이 잘 마무리되기를..

이후로  그 아이와의 일들을 연재할 일이 없게 되기를..



이전 01화 네가 우울증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