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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을 Sep 07. 2021

도전하라, 낯섦을 물리치고 나아가라-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도전하라. 낯섦을 물리치고 나아가라. 젊음은 장식품이 아니다. 퍼붓는 빗물 사이로 나아가라. 청춘은 한정돼 있다. 고갈되기 전에 나서라. 발을 떼라. 용기를 깨워라. 나아가라. 나아가라.’


아, 이 문장?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영화가 가르쳐 주더라고. 


배낭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했지? 유럽 같은 데로. 이 영화 한 번 봐봐. 도전하고 싶어질 거야. 유럽 곳곳 ‘도장깨기’ 하고 싶어질 거야. 오빠는 그랬거든.  


배낭여행. 오빠도 하고 싶은데. 배낭만 메고 발이 내키는 대로 가보고 싶은데. 시도를 못 하겠더라고. 아마도 20대엔 어려울 것 같아. 코로나 때문에, 라고 코로나 핑계를 대고 싶긴 하지만 사실은 아니지. 겁이 나니까.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해외에 나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겠어. 막무가내로 여행 가는 게 얼마나 위험하겠어. 괜히 두려우니까. 아. 오빠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고 싶은가 보다. 우물 안은 그래도 편하니까. ‘우물 밖은 위험해!’ 독수리나 송골매나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러면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이건 영화라 그런가? 흥미진진했어. 설레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라 그런지. 생생해. 


네 명의 대학생이 대학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로 해. 대학에서 학점 받고 취업 준비해서 취업하고. 그러한 일상이 너무 지겨울 것 같다면서 뭔가 색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었대. 그래서 해외에서 일 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뮤직비디오를 한 편 찍어서 오기 등을 목표로 삼고 무작정 해외로 나갔어. 숙박이나 이런 부분은 호스텔에다 영상을 찍어주는 대가로 도움받기로 하고. 호스텔 홍보영상 같은 것을 찍어주더라고. 


그렇게 “땡전 한 푼 없이 유럽 여행”은 시작돼.  


근데. 


#1 마음처럼 풀리지 않네 


생각했던 데로 풀리지 않아. 인생이 다 그런가 봐. 그들은 잠도 편안히 못 자. 잘 데가 없거든. 거리에서 잠을 청해. 감기를 걸리는 분도 있고.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돈은 없고. 반 노숙자 같은 삶을 살아가. 아니, 노숙자보다도 더 힘들지 몰라. 그들에겐 밥을 줄 복지단체도 없거든.  


그들의 계획을 듣고 여행에 동참한 분들이 있어. 아는 형 두 명과 누나 한 명이었지. 그분들은 회사도 그만두고 같이 했는데, 도중에 집으로 가고 말았어. 생각했던 데로 풀리지 않고 매일 거리에서 자다 보니까. 아무래도 본래 계획을 세웠던 대학생 네 분은 아쉬울 게 없었지만, 직장 생활을 하던 그분들에겐 이로울 게 없었으니까. 거리에서 노숙하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 게 아니니까. 


두려워보이지 않지?


오빠는, 남은 대학생 네 분을 보면서 그건 다 예고된 시련이었다고 생각했어. 오빠는 무슨 일이든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파’라서. 미리 목적지까지 갈 지도나, 방편 등을 준비하고 그 방법이 틀어졌을 때 쓸 제2의 방법까지 마련해놓으니까. 그런데 대학생 네 분은 아니었지. 무작정 출발했어. 그런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버스비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친구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타지에서 객사하면 큰일일 텐데. 무슨 생각으로 그리 무모한 길을 걸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했지.  


근데, 영화가 끝났을 때 즈음. 오빠는 내 생각이 무조건 옳진 않다는 것을 알았어.  


이 영화는 그래서, 좋았어. 즘 청년이나, 사회에서는 정해진 방법, 안전한 길만 추구하려고 하잖아. 그래야 행복하다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스펙’을 쌓고, 탄탄대로를 약속받은 직종을 찾으면서. 


이 영화 속에선, 그게 아니야. 그들은 ‘확률’을 무시해. 계산하지 않고 행동해. 그럼 나나, 다른 사람들 말처럼 실패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야. 마치 ‘실패’를 모르는 것처럼. 그들은 나아가. 그리고 마침내 성공해. 


#2 히치하이킹의 고수가 되기까지 


히치하이킹이라고 알아? ‘나무위키’에서는 ‘Hitchhiking. 여행 중이나 긴급 시에,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의 차량이나 운송수단을 목적지, 또는 도중까지 얻어 타는 것.’을 히치하이킹이라 하더라고. 


대학생 네 분은 돈이 없었어. 뭘 타고 갈 ‘형편’이 아니었지. 그렇다고 망망대해 같은 거리를 걸어갈 수는 없잖아. 오빠 기억이 맞는다면 1000km는 족히 가야 했는데. 그들은 그래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해. 처음엔 어색했는지, 되게 힘들어해. 영화에 그 모습이 고스란히 나와. 집에서 컴퓨터로 보는 나도 부끄럽더라고. 차들이 그냥 쌩- 지나가는데. 나도 덩달아 마음이 썰-렁 해지더라고. 


히치하이킹의 고수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두려웠을까?


오빠 같으면 100번을 해도 못 했을 텐데. 그들은 마침내 성공해. 어떻게 저런 용기가 날까. 멋있더라고. 한편으론 부럽고. 저렇게 자신감 있게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다니. 춤을 추고. 별의별 자세를 다 취하고. 재미있는 건 영화가 끝날 때 즈음 그들은 히치하이킹 고수가 돼 있다는 거야. 


생각을 해봤어. 젊음에 패기가 없다면 어떨까. 그들이 자신감 없이 흐물흐물한 자세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오빠는 이 영화를 바로 끄지 않았을까. 보는 내내 답답하진 않았을까. 

  

‘청춘’이란 단어는, 정해진 시기나 나이로부터 빚어지는 게 아닌 것 같아. 청춘이란, 용기 내 도전해야 피어오르는 단어였지. 


오빠는 지금껏 많은 부분에서 용기를 보이지 않았어. 여행도 여행이지만, 자격증이든, 일이든, 오빤 못 할 것 같다거나, 어차피 실패할 거란 생각에 시도조차 안 했어. 그때는 그게 ‘편했’던 것 같아. 실패해서 상처 안 받고. 탈락해서 스트레스 안 받고. 


근데 가끔은 말이지. 그런 오빠가 못 마땅해. 시도라도 해볼 걸. 노력이라도 해볼 걸.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 


안 될 것 같다고 지레 겁먹고 물러나는 거. 그렇게 미련을 남기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미련을 남길 바엔 도전하라고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던 게 아닐까. 천 리 길도 사실은 한 발자국부터 시작인데. 천 리 길이 너무 멀어 보인다고. 어차피 난 가다가 포기할 거라고. 출발해서 뭐하겠냐고. 고생을 사서 할 필요가 있냐고. 애써 못 미더운 용기만 나무랐던 게 아닐까.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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