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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을 Aug 23. 2021

머리 없는 남자

'머리'에 대하여

<머리 없는 남자> 


제목부터 의미심장하지 않아? 오빤 제목 보고 살짝 겁먹었다니까. 머리가 없는 남자라니? 근데 막상 보니 공포물이 아니더라고. 오히려 되게 재밌더라. 단편영화인데. 분량은 짧은데 생각할 거리는 많았어. 그래서 소개해주려고. <머리 없는 남자>라는 영화를. 정말 도발적인 영화더라. 제목처럼 주인공이 머리가 없어. 아, 앞에서 말했듯이 끔찍한 영화는 아니니까 놀라지 말고. 불편한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으니까. ‘시선 고정’, 부탁해. 



영화가 시작하면 한 남자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데이트를 신청해.    


“우리 만나요!”, “어디에서.” 


그녀가 승낙했어. 이야호. 남자는 기뻐서 춤을 춰. 오빤 그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이더라.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용기 내 데이트를 신청하고, 상대방이 그래요, 우리 보아요, 흔쾌히 승낙했을 때. 기분이 좋아도 너무 좋은 그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니까. 


근데 영화 제목 기억나지? 그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잖아. 지금 머리가 없다는 거. 그의 마음을 조금 들여다봤어. 물론, 짐작으로. 


‘어떻게 하지? 데이트를 해야 되는데. 머리 없이 나가면 그녀가 뭐라고 하겠어. 시큰둥하게, 어머, 저를 만나는데 이 정도밖에 준비 못했어요?라고 말하면 어쩌지.’ 

   

가끔 이런 경우 있잖아. 소개팅을 나가는데 안 돼. 얼굴에 뭐가 났어. 어떻게 하지? 오늘은 이쁜 옷이 없는데. 혹시 상대방이 안 좋게 보면 어쩌지? 혹시 상대방이 이 옷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어쩌지? 첫인상이 안 좋아 보이면 어쩌지?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으니까.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서. 그도 그런 마음이겠지. 근데 머리가 없으니. 얼마나 마음 졸이겠어. 


그래서 그는 머리를 사러 다녀. 본인에게 어울리는 머리를 찾으려고 사방으로 돌아다녀. 문제는 어울리는 얼굴이 없다는 거야. 검은색 얼굴도 어울리지 않고. 흰색 얼굴도 어울리지 않고. 그런 얼굴을 ‘쓰고’ 가자니 도저히 그녀를 만날 수 없는 거야. 너무 민망해서.  


영화 줄거리는 여기서 그만! 궁금한 부분은 직접 봤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20분도 안 돼. 그래서 여기서 멈추려고. 적당한 ‘스포’가 ‘무감동’을 예방한다고 보니까. 이거,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면 마음속에서 미소가 슬그머니 피어오를 거야. 


오빠가 보기에 이 영화는 물음을 몇 가지 주고 있었어. 근데, 이전에 소개한 영화도 그렇고 오빠가 영화를 보고 생각한 바가 답은 아니야. 오빠는 그저 영화를 보고 세상을 읽기만을 바랄 뿐이야. 어떤 방법으로든.

      

각설하고. 

# 진심이란 뭘까? 그게 궁금하더라고. 겉모습이란 뭘까? 그것도 궁금하고. 데이트할 때 들고 가야 되는 진정한 ‘얼굴’은 뭘까? 그것도 궁금했어. 


그에겐 머리가 없어.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게는 세상 누구보다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었지. 이것만 보면, 소개팅 일단 ‘꽝’인데. 여자가 줄행랑칠 게 뻔한데. 


근데 그에게는 마음이 있었어.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다웠지. 그에게 그런 ‘진심된’ 마음이 없었다면, 그가 아무리 좋은 머리, 정말 본인과 어울리는 머리를 지녔다고 이 영화가 그렇게 아름답게 보였을까? 외관이 아무리 뛰어난다고 한들 진실된 마음에 비할 수 있을까?

 

# 진정한 모습을 보일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난다 

 

그 남자가 본인의 모습이 아닌. 다른 머리를 쓰고 데이트에 나갔다면 어땠을까. 그런 물음도 들더라고. 그는 행복했을까? 그녀 앞에서, 머리가 있으니 편했을까? 


  

오빠가 보기에는, 오히려 어색했을 거 같아. 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오히려 머리가 없는 것. 그 자체가 좋아 보였거든. 그게 그의 진정한 모습이니까. 자연스런 모습이니까. 결점이라고 해도. 그게 ‘결점’이라고 누가 그랬어. 상대방이 ‘저는 머리 없는 남자 만나지 않아요’라고 한 것도 아니고. ‘머리 없으니 너무 불편해요’라고 한 것도 아니고. 숨기려고 할수록, 오히려 본인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 거였어.


    

사실, 말이 쉽지 현실은 그렇지 않아. 오빠만 해도 그렇더라고. 오빠도 상대에겐 단점을 숨기고 싶더라고. 괜히 그것 때문에 상대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그런 단점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상대가 나를 안 좋게 볼까 봐. 그게 너무 두렵더라고. 


근데 숨기면 숨길수록, 더 괴로웠어. 숨길수록 마음이 불편했지. 

 

오빠의 고민도, ‘머리 없는 남자’의 고민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인지도 몰라. 괜히 혼자서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건데. 상대는 주인공 여자처럼 ‘머리의 존재 여부’에 대해 전혀 마음 쓰지 않을 수도 있고. 

  

결국, 진정한 사랑이란 본인의 영혼을 다 드러내고, 상대의 영혼을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이루어지는 거 같아. 본인의 모습이 아무리 추해 보여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을 때.



     

영화가 되게 짧아. 잠깐, 쉴 때 보면 좋은 영화야. 그리고, 영화가 너무 아름다워서. 보고 나면 또 찾게 될 수 있어. 


*모든 이미지는 '다음 이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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