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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을 Aug 30. 2021

역경을 물리치고 나아가다, 원더!

여기, 학교에 막 들어간 아이가 있어. 그 아이는 힘들어해. 낯선 선생님. 낯선 친구들. 낯선 환경. 무엇이든 낯선 ‘것’들 뿐이라서. 낯선 것은 두렵잖아. 아이는 울면서 어머니를 붙잡아. 얼마나 두려운지. 


모르긴 몰라도 부모도 긴장하고 있어. 아이가 학교에서 잘 어울릴 수 있을지. 혹시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닐지. 그런 걱정을 수도 없이 해. <원더>에는 그런 부모의 걱정과 두려움이 나와어기이 소년의 부모가어기는 또래와 다르게 생겼거든. 그런 어기가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지. 처음으로 등교하는 아이에게 손을 흔드는 어기의 부모. 이상하게 <원더>를 보면서 이 부분에 감정 이입이 많이 되더라고. 부모 입장에서는 얼마나 걱정이 됐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전에는 항상 학생 입장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어기는 학교생활을 힘들어해. 친구들이 놀리고. 못살게 굴고.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본인을 속이고 있었어. 다들 어기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겉모습이 다가 아닌데. 학생들이 모두 어려서 그런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어.  



근데.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힘이 나. 어기가 아파서 힘이 난다는 게 아니야. 절대로.  


어기가 마음 안에 가득한 두려움을 이기고 성장하는 이야기니까. 누구에게나 역경이 있고남에게 보이기 싫은 부분이 있고숨고 싶을 때가 있는데그런 사람들보다 한참은 힘든 상황에 부닥친 어기라는 소년이 그것들을 극복해나가는 영화라서. 


어기는 겉모습이 타인의 시선을 끌잖아. 근데 오빤 보이지 않는 아픔을 짊어진 사람도 생각하게 되더라. 그들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 때문에 학교든 사회든 나오지 못하고 있겠지. 


오빠는 종종 생각해. 그런 이들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사람은 누구나 걸어 다니는 도서관이라는 속담이 있어. 누구든 소중하다는 거야. 그런데 도서관의 많은 들이 세상의 빛을 못 보고 어두운 곳에서묵혀가바랜 종이들 사이로 책벌레가 기어 다니고 그 사이로 책장의 귀퉁이가 잘려나가지

 

<원더>에서도 좋은 친구에 대해 나오더라. 오빠는 그 부분에 집중했어. 어기에게 좋은 친구가 없었다면, 편안히 학교에 나올 수 없었겠지. 만약, 그랬다면, 어기는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까? 

사람은 나쁜 존재가 아니며, 우리는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아니지. 절대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오기 전에, 네가 다니던 학교 있잖아. 그때 네가 전학을 한다고 반 친구들 몇 명이 쪽지를 줬는데, 기억하려나? 너는 모르겠지만, 오빠는 그 쪽지를 지금도 가지고 있어. 왜냐고? 오빠가 그 쪽지를 보고 기분이 많이 안 좋았거든. 


‘네가 00와 어울려서 너를 안 좋은 친구로 생각했어. 그런데 아닌 것 같더라.’ 

쪽지 대부분에 이런 말이 쓰여있더라. 오빠는 자초지종을 모르니, 네게 물어봤고. 오빠 기억으로는 너는 반에서 따돌림당하는 친구와 어울렸다고 했어. 그래서 기억하려나? 오빠가 왜 그런 친구하고 어울렸냐고 물었던 거. 너는 그 친구가 매일 혼자 있길래 어울렸다고 했지. 그래서 오빠가 그때 막 화를 냈었는데, 기억나려나? 왜 그런 친구하고 어울렸냐고. 친구를 사귀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 친구를 만나는 바람에 안 좋은 소리 듣고.  


<원더>를 보고 나서였나. 언제였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빠가 틀린 것을 알았어. 오빠가 생각이 짧았던 거야. 그 친구가 네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네가 그 친구로 인해 어떤 손해를 본 것도 아닌데,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고 멀리하는 건 옳은 게 아니었어.  


오히려 너는 좋은 일을 했다고 볼 수 있었어. 그 친구에게 너는 ‘친구’라는 단어를 가르쳐준 거니까. 어쩌면 열댓 명의 친구도 알려주지 못했을 ‘친구’라는 단어의 의미를. 힘들 때 같이 있어 주는, 밥 먹을 때 함께 앉아 먹는, 그 친구라는 의미를 알려 줬으니까. 너는 그 친구에겐 어떤 친구보다 의미 있는 역할을 한 것이지.  

   

그런 마음이, 누군가에겐 세상의 등불 같은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 세상에 많은 친구가 필요한 건 아니더라고. <원더>의 주인공 어기가 10명, 100명의 친구가 있어서 행복해진 게 아니듯. 돈이 많은 친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정말 절세의 미녀 친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친구를 마음으로 봐주는. 친구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그런 친구가 단 몇 명만 있어도 행복했으니까. 어두운 거리에 굳이 환한 태양이 있을 필요는 없잖아. 반딧불이 정도의 불빛만이라도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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