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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을 Sep 14. 2021

그들의 꿈은 오늘도 짓밟히고 있다

‘나’를 찾아갈 용기- <시크릿 슈퍼스타>

다음 영화 <시크릿 슈퍼스타> 평점 부분


주인공 인시아

이 영화는 노래가 좋더라. 되게.


<시크릿 슈퍼스타>는 인도 영화야. 네가 학교에서 재미있게 봤다는 <세 얼간이> 기억나지? 그 영화에서 다른 이들과는 생각이 많이 달랐던 주인공 있잖아. ‘란초’라는 분. 그 역을 맡은 아미르 칸이 이 <시크릿 슈퍼스타>에서도 주연을 맡았어. <세 얼간이>로 워낙 알려져서, 이 영화도 알려질 만도 했는데. 아쉽게도 이 영환 잘 모르더라고. 비주류 영화라서 그런가 봐. 인도 영화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안 찾아보기도 하고, 흥행할 만한 영화라고 보기도 힘들어서. <엑시트>나 <극한직업>, <겨울왕국> 같은 영화는 아니니까.  


근데 본 사람들은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해. 모녀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가 울면서 나온 경우도 있고. 영화가 좋다고, 관람 관객수 올리는 차원에서 N차를 하는 분도 있고. 


시크릿 슈퍼스타 포스터



궁금하지? 이 영화에 대체 무엇이 있어서 그럴까?   


아, 잠깐만. 먼저 짚고 넘어가야 될 게 있다. 이 영화는 얼핏 보면 젠더 갈등의 ‘불씨’처럼 보일 수도 있어. 물론, 보는 사람 나름이겠지만. 보는 사람 나름이니, 누군가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근데 오빠가 다툼을 일으키려고 영화를 소개했을까? 아니지. 절대로. 오빤 이 영화를 ‘나’로 살아간다는 것.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라는 시선으로 보기를 바라서, 추천했어.


#1 열악한 현실 속. 태어날 때부터 온전한 ‘나’가 아닌 이들     


영화를 보면 깜짝 놀랄 거야.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가부장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니. 가부장제라는 건 부계 중심의 가정이라는 건데.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해.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아내와 딸은 밥을 챙겨줘야 되는데. 그거야 뭐, 한국 사회에서도 익숙하다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겠지만, 아빠가 밥이 맛이 없다고 다시 만들어오라거나, 어디 이따위 음식을 만들었냐고 소리쳐도, 아내나 딸은 아무 말 못 하고 묵묵히 다시 만들어와야 하는 건 익숙지 않은 것 같아. 그것도 그렇고. 가정 내에서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아빠 외에는 아무 의견도 못 내. 무슨 일이든 다 아빠의 허락을 받아야 돼. 그리고, 그는 역시나 본인의 아들 구뚜만 챙기지.      


그러다 보니 아내와 딸은 본인의 삶을 살아가지 못해. 온전히 ‘나’라고 생각할 수 없는, 억압된 생활을 이어가지. 마음대로 노트북도 못 사고. 노래도 못 부르고.       


아내 나즈마도 가수가 꿈이었어.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데 꿈을 위해 노력할 기회조차 없었어. 가정에서 반대해서. 결혼하라고 했으니까. 그녀에겐 그게 ‘당연한’ 거였어. 남자 만나서 결혼하는 거. 본인의 삶은 없었지. 찾을 수도 없었고. 찾아서도 안 됐어. 사회는 그게 옳다고 가르쳤으니까.      


많은 이들이 ‘나’가 아니야. 본인 마음대로 살아갈 수가 없어. 자유가 없지. 뭔가에 묶여있는 사람처럼.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살아가. 어릴 때부터 말뚝에 묶인 코끼리처럼. 처음에는 어떻게든 발버둥 치며 떨어지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정상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지.     


솔직히 이 영화가 공감이 절절히 공감되진 않을 것 같아. 직접적으로 겪은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러니, 더욱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공감은 안 될지라도, 극 중에 놓인 이들의 상황 속에다 너를 가져다 놓을 수는 있으니까.      


어두운 영화가 아니다. 웃음이 넘친다. 



#2 ‘나’를 찾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시크릿 슈퍼스타>에서 인시아의 어머니, 나즈마. 그녀는 언제나 그대로야. 그런 생활에 익숙한지, 날마다 타박을 들어도 그저 그러려니 해.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남편이 뭐라고 해도. 묵묵히 ‘네’라고 하고. 딸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물으면, 모두 다 이렇게 산다고 하고.    

 

나즈마를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거야. 왜 바뀌지 않는지. 왜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개개인의 권리가 소중해진 사회인데. 왜 여전히 남편에게 종속돼 살아가는지. 이제는 본인이 선택해서 사는 게 아닌지.      

나즈마는 아예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딸 인시아가 아무리 말해도, 시대가 달라져서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해도, 의미 없다고 일관해. 소용없다고. 일갈해. 그녀는 ‘나’를 찾으려 하지 않아. ‘나’를 잃어버려도 그게 인생이라고.      


어릴 때부터 말뚝에 묶인 코끼리가 떠오르더라. 오래도록 묶여있던 코끼리는 나이가 들어도 도망치지 않는다고 해. 나무 말뚝인데도. 더 이상 ‘노력’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런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무섭다는 거겠지. 생각이 익숙해진다는 건. 현실에 안주한다는 건.      


#3 ‘나’를 찾아가는 사람들      


반면 인시아는 달라. 그녀는 더 이상 어머니처럼 살아갈 수 없다고 다짐해. 그리고 변하려고 노력해. 본인의 삶을 살아가려고. 그녀는 유튜브에 자신이 부른 노래 영상을 올려. 그녀의 재능은 방 안에 갇히기엔 너무 컸어. 정말. 순식간에 조회수가 폭등했어. 그녀는, 그렇게 일약 스타가 됐어. 이름 난 소속사에서 연락까지 와. 한 번 와보라고. 그녀는 그렇게 본인의 '꿈'을 향해 나아갈 발판을 얻었어.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거야.  


인시아, 꿈을 펼치다


그러나 역시. 이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어. 보통 사회나 부모가 그렇지. 인시아에게는 아빠가 그랬어. 그녀의 아빠는 딸의 꿈을 짓밟으려고 해. 딸이 가수의 재능이 있고,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데도 그냥 결혼이나 하라고 해. 그게 딸의 ‘역할’이라고. 모두가 다 그렇게 산다고. 그는 인시아를 돈 많은 부자에게 시집보내려 해. 그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를 얻는 거라고.      


인시아는 당연히 반박하지. 아니라고. 내 인생도 있다고. 노래 부르고 싶다고. 그런데, 안타까운 건 그녀의 어머니 나즈마조차 그녀의 편이 아니라는 거야. 그녀는 그렇게 수긍하고 말지. 꿈이고 뭐고. 유튜브 조회수고 뭐고. 좋아요 수고 뭐고. 그냥. 다 포기해. 그렇게 해야 된다고 하니까.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하니까. 그녀는 눈물만 삼키는 수밖에 없었어. 어머니처럼 꿈을 잃어야 한대도.    


예비 남편이 있는 도시로 가기 위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문제가 생겨. 짐을 운송하는 비용이 늘어났다는 거야. 인시아의 아빠는 의아해하지. 계산한 만큼 챙겨서 틀릴 리가 없으니까. 알고 보니 인시아의 기타가 있었어. 그녀의 아빠는 그 기타를 빼라고 해. 어머니가 그 기타는 인시아의 전부라고 해도. 그는 그런 ‘쓰레기’까지 들고 가려면 돈이 더 든다고, 딸과 아내에게 온갖 욕설을 서슴지 않으며 기타를 쓰레기통에 던져. 그에게 인시아의 기타는 꿈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었으니까.       


근데 그러기에는 인시아의 꿈이 너무 컸나 봐. 쓰레기통에 담기기에는 그녀의 꿈이 너무나 컸던 거야.      

 

이 영화는 결국, 인시아가 본인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 이런 영화는 보통 결말이 비슷하니, 충분히 예상했으리라 봐. 다만, 여기서 인시아가 어떻게 본인의 삶을 찾아가는지, 그 부분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좋겠다.  


변화는 결국 지금 세대의 몫이다, 이 영화는 이를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 이미 본인을 잃은 사람들은 주위에서 조언해도 ‘나’를 찾아갈 용기를 내기 어렵지만. 자라나는 이들은  충분히 용기 낼 수 있다고. ‘나’를 찾을 수 있다고. 그래서일까. 인시아의 남동생 ‘구뚜’도 변해. 처음에는 누나 앞에서 ‘갑’이었다가, 어느새 누나의 든든한 아군이 되지. 그리고 자라나는 세대, 인시아의 남자 친구도 있어. 이게 참 의미 있어 보이더라. 인시아의 아빠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는 ‘남자’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싶기도 하고.   


인시아와 그를 돕는 조력자.

영화를 보고 나면 OST도 듣고 싶어질 거야. 엔딩이 느리지 않으니까.






사진들 출처: 다음 영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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