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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주 Oct 22. 2023

들어가며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선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쉽게 넘을 수 있는 얇은 실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높고 두꺼운 장벽이 되기도 한다. 세상엔 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있지만, 그들 모두가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서도 함께 존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공존하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기도 하다. 

무형의 경계는 여러 층위를 가르고, 그에 따라 우리는 이리로 또 저리로 옮겨진다. 부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대졸자와 그렇지 않은 자, 여성과 남성과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자, 이성애자와 아닌 자…. 다 나열할 수도 없이 많은 선은 항상 누군가를 ‘기득권’의 지위에 올려놓는다. 선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계급이 생겨난다.

이런 선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중소 언론사 안에도 존재했다. 크게는 공채 입사자와 그렇지 않은 자,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로 계급이 나뉘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실타래가 얽힌 그 작은 세계 안에서도 기득권에 속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다. 상대적 ‘약자’임에도 상대적 ‘강자’에게 덤비고, 그래서 어떤 자그마한 변화라도 이끌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안일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야 비로소 그 경계를 피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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