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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05. 2023

동물을 사랑해서...

B는 동물을 사랑한다. 무서워하기도 한다. 수의사가 되기 위해 그 무서움을 극복해내고 있는 중이다.


아침 등굣길에 전날밤 비가 와서 달팽이가 인도에 나와있기라도 하면 가던 길을 멈추고 달팽이를 들어다가 풀숲에 놓아주곤 했다. 사람들이 모르고 밟을까 봐 그런다고 했다. 그래서 B는 항상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걷는 습관이 있다.


영국은 대부분 주택에 살고 정원을 가지고 있다 보니 새들이 많이 날아온다. 어느 날 우리 집 정원에 비둘기 한 마리가 부리랑 다리가 부러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곧바로 부엌에서 이것저것 챙겨가지고 나가서 비둘기가 뭐라도 먹을 수 있게 정성을 쏟았다. 그리고 아빠의 도움을 받아 집 뒤 창고에 마실 물과 오트밀 죽을 묽게 해서 넣어 주었다. 혹시라도 밤에 여우에게 잡아 먹힐 수 있어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학교 가기 전에 제일 먼저 창고에 가서 비둘기의 생사를 확인했다. 하지만 비둘기는 점점 약해져서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은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또 한 번은 학교 끝나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비둘기 한 마리가 나무 밑에서 앓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더니 아래층에 있던 나에게 메모 한 장을 건네며,

'엄마, 이거 RSPCA(영국 동물 보호 단체) 전화번호야. 내가 다 확인해 봤어. 비둘기도 구하러 온대, 빨리 전화해서 위치 알려줘 봐!'

나는 영국에 비둘기가 얼마나 많은데 그 한 마리 구하겠다고 그들이 출동할 일이 만무하다고 타일렀지만 통하지 않았다. 남편도 퇴근하고 와서 설명을 해줬지만 우리를 불신의 눈으로 쳐다보며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한다며 비난했다.


어느 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내내 아이가 풀이 죽어있었다. 밖에서는 절대 심각한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우는 모습을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집으로 오는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꾹꾹 누르고 있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눈물이 터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날도 그랬다. 집에 오자마자, '학교에서 애완동물 있는 사람 손들라고 했는데 나만 빼고 애들이 다 손을 들었어! 왜 나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는 건데, 토끼라도 키우게 해 줘. 아니면 고슴도치라도... 엉엉엉' 내가 동물을 극도로 무서워하니 절대 우리 집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안하지만 나중에 커서 너희 집에서 키우고 싶은 동물 다 키우라고 엄만 동물과 함께 살 수가 없다고 말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B는 동물을 좋아하는 맘을 드러내고 또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위험에 처한 동물을 도와주면서 육식을 하는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채식을 하는 지금은 당당하게 동물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동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동물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영국의 농촌에서 수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수의학을 전공하기 위해 무슨 과목을 미리 공부해야 하는지 미리 다 알아놓았다. 그리고 세컨더리 직업체험 위크에 아빠에게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자기를 동물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리 말해놓은 상태이다. 아직 몇 년 뒤의 일이다. 아이의 꿈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을 사랑하는 이 맘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아이의 채식도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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