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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아! 제발 이러지 마요. +17

내 얘기 듣고 있어요? 

아내가 했던 간단한 말들을 알아듣지 못했던 남편의 시간들을 적고 있습니다. 

알아듣지 못했다기보다 점점 더 느끼는 것은 내 고집을 앞세우거나 불만스러운 아내 행동을 바꾸겠다는 집념 탓에 아내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인정하고 또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아내와 차 한잔 마시며 대화를 하던 중


지난 시간 잘못했던 것들을 나누게 되고 그러다가 제가 잘못을 인정하면서 아내에게 진심의 사과도 하곤 합니다. 그렇게 대화하다가 '아! 맞다. 우리 그거 결정해야 해요.'라면서 당면한 문제에 대해 필요한 대화를 이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남편, 그때 왜 그렇게 했어요?" 

"뭐요?"


"같이 빚 갚자고 내가 일한다고 할 때 왜 못하게 했어요?"

"그때는 아기 셋을 남들 손에 키우면서까지 돈 벌고 싶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애들이 조금 크고 나서 괜찮은 여건에서 정당한 대우받으며 일하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저의 의도가 자칫 아내가 일 못하고 아이 키우는 것만 하게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고 거듭 설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내를 아끼는 마음과 달리 저의 월급은 작았습니다. 매월 받아온 급여를 가지고 모든 결제를 진행하는 아내 마음은 늘 썩어 문드러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견디다 보니 어느새 기저귀 삼 남매가 초등 고학년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사과나 오해를 푸는 중에 아내가 받은 제안에 대해 말했습니다. 


"남편, 이런 일에 대해 제안받았어요. 아이들 학교 간 시간 동안만 일하는 거예요. 빚 갚기에 도움 될 거 같아요." 

"아는 사람하고 일하게 돼서 대우도 괜찮아요." 

"......"

"......"

"내 얘기 듣고 있어요?"

"......................................."

"......................................."



예전과 달리 저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애들은 충분히 자기 할 일 알아서 하겠지? 내 급여가 오를 일이 없으니 할 수 없지. 과감한 결정에 지지하자! 결국 이런 상황이 왔네...."라면서 듣고 있었습니다.  


".............................................................."

".............................................................."


"내 얘기 듣고 있어요?" 


아내가 또 물었습니다. 


"으응. 듣고 있어요.. 당신이 아는 사람과 아이들 학교에 있는 동안 일하러 갔다 온다고 했잖아요. 대우도 괜찮을 것이고요." 

"듣고는 있네요. 남편. 그러면 반응을 좀 해야지요. 그게 모예요?"

"남편, 내가 말하는 게 맘에 안 들고 일한다고 하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거지요?"

"아니에요. 진지하게 듣고 있었어요."

"남편, 내 말이 맘에 안 들면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있잖아요. 다 알아요."

"아니에요. 이번에는 조용히 듣고 있었어요. 그리고, 뭘 해주면 좋을까라고 생각도 했고요." 

"아무런 호응도 없으니 또 그런 줄 알았잖아요!!"

"미안해요. 필요한 생각을 하면서 듣느라 그랬네요." 

"알았어요. 그럼 다음 주부터 일하기 시작할 거예요. 필요한 것들은 좀 도와줘요."

"알겠어요. 여보. 그럴게요."


그렇게 차 한잔 마시면서 대화하다가 아내가 두 번이나 "내 얘기 듣고 있어요?"라고 물었다. 아내가 묻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빚 갚으며 사느라 여전히 힘든 현재 상황을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고 일하겠다고 아내가 또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묵묵부답으로 듣고만 있었던 것이고요. 


"내 얘기 듣고 있어요?" 


매번 맘에 안 드는 말이나 제안을 하면 안 듣는 체하며 귀를 닫고 멍하니 대응하는 모습에 늘 속상했던 아내가 내뱉은 말입니다. 진짜 안 듣는 것 같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말에 호응해 주면 좋겠어요.'라는 것입니다. 호응해 주면서 격려가 필요하다는 신호인 것입니다. 



늘 아내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거나 다 듣고 나서 엉뚱한 결정을 하는 저와 사는 동안 아내가 오죽하면 '신호'를 보냈을까요? 그런데도 10년 이상을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대화하고 지낼까요? 


일단 아내와의 대화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예전처럼 저의 의견을 더하기도 하지만 일단은 제대로 듣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대화 이후 아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빚 갚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요. 마음만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몸도 고달픈 아내가 되었습니다. 



또, 아내 얘기를 듣고 나면 "여보, 그렇게 해요. 당신 의견이 좋네요."라고 말할 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오히려 '이 사람이 떠넘기려고 하네.'라고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아닙니다. 매번 아내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고 진짜 아내 의견이 좋으면 그렇게 일이 진행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내 말 듣고 있어요?" 신호가 또 날라오지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남편, 내 얘기 듣고 있어요?를 쓰면서 느낀 소감은..



아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반성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 의견보다 내 의견을 앞세워서 일방적인 결정을 많이 했다는 반성도 했고요. 



글을 적다 보니 둘이 연합하여 살아가는 부부생활이며 가정인데 어찌 그리도 일방적으로 했을까?라고 저 스스로도 놀라며 후회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은 오픈마인드의 참 좋은 남편이 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한참 멀었습니다. 



또, 아내에게 진심으로 미안했습니다. 한 사람이 일방적일 때 다른 한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헤아려주지 못했습니다. 다른 부부들이나 앞선 세대들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했던 것들을 저도 모르는 사이 자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은근히 고생하기 싫어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극한으로 가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 배려하는 아내를 몰라주고 몇 년을 흘려보낸 것을 뒤늦게 깨달은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차하면 과거의 실수를 또 반복하는 제 모습을 느낄 때마다 자책합니다. 그래도 절대로 노력하기를 멈추지는 않으려고 브런치스토리를 약속 지키듯이 쓰고 있습니다. 쓰다 보면 노력도 계속하게 되고, 공개적이다 보니 멈출 수도 없을 테니까요. 





화요일에 저의 글을 읽어주시면서 격려를 해주시는 모든 분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다음 편은 '편! 이거하고 싶어요.'로 화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창피하고 부족한 모습이지만 적어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정의 회복'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 사진: Unsplash의 Oleksandr Chernob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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