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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아! 제발 이러지 마요. +16

나 이거하고 싶어요!

계속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적어갈수록 저는 마음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어찌 그리도 아내 마음을 모르고 지냈는가?'라면서 저 스스로를 자책하기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서로간에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던 순간들이 모두 속상합니다. 수많은 감정싸움간에 "할 말 있으면 속 시원히 해봐요."라고 했더니 열 번 중 한두 번은 "하고 싶은 대로 해볼까요?"라면서 내지르는 말들을 듣게 됩니다.



열 번 중에 한두 번 할 말 다하는 아내 모습을 보면서  '어? 나한테 이렇게까지 말한다고!!!'라고 말하면서 위기감에 더 심하게 말하면서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열 번 중 여덟 번은 내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아내를 힘들게 했던 것은 기억 못하고 그랬던 것이었네요. 



에피소드 끝까지 그런 저의 행동들을 짚어볼 예정입니다. 진짜 아내는 짧게 진심을 콕 찝어 말했는데, 이번에도 늘 그렇듯이 저는 정말 못 알아차렸네요. 여전히 창피하고 민망한 마음만 앞서긴 하지만 적어 보겠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아내에게 소개하려다가


아내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그걸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아내입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에게 소개받은 아내가 늘 늦은 퇴근하는 저를 기다려줄 수 있었던 것은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회사 근처에 있었던 덕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늘 출장을 가던, 외근을 가던 어디에서든지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을 만나면 꼭 기억했다가 아내를 데려가곤 했습니다. 새로 다니게 된 회사 근처에 커피가 맛있는 집을 알게되서 또 아내를 데려간 날이었습니다. 



"여보! 여기 커피가 맛있어요."


"여보, 뭐 마실래요? 주문 내가 할게요."

"나는 커피요. 아메리카노."

"산미 있는 거랑 고소한 거 중에서 고를 수 있대요." 


"그럼 나는 고소한 걸로 할게요. 남편."

"응? 아니. 여보!! 여기는 산미 있는 커피가 좋아요. 그래서 당신 데려 온 건데..." 


"나 이거하고 싶어요."


"아이고..... 여보!! 일부러 아이들 떨어뜨려놓고 온 것도 (산미 있는 커피) 편안히 맛보게 해주려는건데..."

"이번에는 산미 있는 걸로 먹어봐요. 여보?" 


"나 그냥 이걸로 하고 싶어요."

"참.. 내... 후회 안 한다니까요. 새로운 걸 도통 안 하려고 해요. 당신은...늘..."

"그...... 럼.... 먹...... 어 볼게요. 남편, "

"그래요. 진작 그러지요. 아이고.... 참... 한번 먹어봐요. 괜찮을 거예요.. 에휴!!!"

"따뜻한 아메리카노 2잔, 산미 있는 걸로 할게요."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산미 있는 커피를 맛보게 해 준다고 데려간 카페에서 아내는 계속해서 '고소한 맛'만을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산미 있는 것'을 맛보게 해주려고 한 저의 마음을 앞세우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 저의 계속된 제안에 아내는 ' 나 이거하고 싶어요!'라고 정확하게 자기 의견을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계속 '산미 있는 걸로'라면서 거듭 제안했지요. 끈질기게 그러니 아내는 마지못해서 "먹어볼게요."라고 했지요. 



그렇게 나온 '산미 있는 커피 '를 마시는 아내에게 '맛있지요? 좋지요?"라면서 끊임없이 묻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그래요. 괜찮네요."라면서 마지못해서 대답해 줬습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는 일어섰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아내를 태우고 집에 다시 돌아오는 길은 말없이 서로 조용했습니다.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타고 있었고, 저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운전했습니다. 맛보게 해주고 싶은 커피를 마시게 해 줬다는 '뿌듯함'은 있지만 뭔가 모르는 '찝찝함'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아내와 그날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내의 솔직한 마음을 듣고 난 후, '찝찝함'의 이유도 알았지만 무엇보다도 미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아내가 예전에 산미 있는 커피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정말 자기와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끝맛에 산미가 느껴지는 게 싫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호하지 않는 커피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커피를 계속 권하니까  마지못해 '마셔볼게요.'라고 한 겁니다. 그렇게 '마신 이유'는 끝까지 안 먹겠다고 하면 남편이 삐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삐지면 상황이 끝날 때까지 은근히 마음 불편하는게 싫었다는 겁니다. 



그런 아내의 속마음을 듣고 나니 정말 미안하고 창피했습니다. 그런 상황들을 '그래도 남편이라고' 많이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아내가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아내의 깊은 마음에 제가 감동한 것입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요?:


'산미 있는 커피 사건'이후에도 작고 크고 많은 일들 속에서 아내가 '나 이거하고 싶어요.'라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게 좋아요. 이걸로 해요.'라면서 아내의 진심을 무시하고 결정해 버리는 일이 여전히 가끔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무턱대로 고집부리고 저의 의견만을 내세우지는 않습니다. 



아내에게 필요한 것을 사주고 싶을 때는 꼭 물어봅니다. '정말 원하는 것이 맞는지? 괜찮은지?'

아이들과 관련된 일들을 추진할 때도 무턱대고 하기보다는 현재 '자금여력이 있는지? 아내 생각은 어떤지?'를 물어봐서 가장 좋은 의견을 가지고 일을 진행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내가 '나는 이거하고 싶어요.' 라든가 '남편, 정말 이거 별로에요.'라고 말하면 그 말은 꼭 듣습니다. 그렇지만 제 머리에 넣어두고 잊지 않으려는 것이 있습니다. 

'아내 의견은 소중하고, 때로 나보다 더 정확하다. 그러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입니다. 








남편, 나 이거하고 싶어요. 를 쓰면서 느낀 소감은..


또다른 에피소드가 시작되는 '아내 말'을 적을때마다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마음이 참담해집니다. 많이 창피하고요. 아내가 '그때 왜그랬어요?' 라고 물으면 이제는 '나 그때 미쳤나봐요.'이렇게 대답하고 은근히 고개 숙입니다. 왜 그런 말까지 할까요? 



늘 일들을 계획한 저의 의도만 앞세웠던 모습이 너무 창피해서이지요. 늘 제 의견만 옳다고 주장했던 모습 자체로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늘 옳은 사람이 절대 없는데도 말입니다. 



나는 막무가내로 행동하고, 아내는 어쩜 이렇게 참아줬을까? 싶은 마음에 글을 적어갈수록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그래서, 글을 적고 있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불편함이 시작되고 글을 마무리하면서 참담한 마음이 가득해지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어가려고 노력중입니다. 멈추면 안되니까요. 



근자감을 앞세워서 고집부리며 살았던 것같습니다. 글을 쓸수록 멀쩡한 남편이 아니라 부족하고 허점 많은 남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은근히 중요한 실수도 많이 하고요. 그렇지만 사랑해주고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는 아내가 있었기에 근자감이 자신감과 건강한 마음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같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매주 화요일은 숙연해지고 참담해진 마음을 추스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저와 같은 남편분들은 없었으면 합니다. 더불어서 저와 같은 모습의 남편분과 사느라 눈물 흘리는 아내분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이번 화요일도 저의 글을 읽고 공감해 주시거나 격려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다음주 화요일에는 ' 편! 나 쉬고 싶어요.'입니다. 글을 적다 보면 늘 반성 & 감사를 느끼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피하지 않고 글을 적으면서 변화된 남편으로 성장하도록 더 노력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가 부탁드립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 사진: UnsplashSerghei Savchi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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