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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아! 제발 이러지 마요. +12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

벌써 화요일이 되었습니다. 작성해 놓은 것을 고민하며 수정하다가 올리지만 내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는 항상 똑같습니다. 글을 적다 보면 늘 '미안함과 감사함'이 따라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변화를 기다려주는 아내의 속 깊고 넓은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사실은 매우 창피하지만 매주 화요일 어김없이 글을 발행합니다. 어김없이 하는 이유는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과 약속을 지킨다는 개념도 있지만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면서 스스로 올바른 방향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 내가 그랬구나!" "이제는 이렇게 해야겠구나!"라고 느끼면서 뿌듯해지기때문입니다.



사실 일반적인 대화 하면서 지내는 게 '가정이 평화롭다'입니다. 그런 것과는 가끔 반대로 정상적이지 않은 대화 하면서 아내의 마음이 소화되지 않는 속처럼 힘들게만 했던 제 모습을 오늘도 공개해 봅니다. 글자씩 적어가는 과정이 '미안함과 감사함'을 수놓는 것같지만 그래도 끝까지 적어 봅니다. 한번 읽어봐 주시지요.




아내에게 순대 사서 먹자고 권하던 중에.


"여보, 저거 먹을까요? 당신 좋아하잖아요."

"아니에요. 나 저거 안 좋아해요."

"에이! 저번에도 내가 고르니까 막상 잘 먹었잖아요."

"남편... 당신이 먹길래 먹어본 거예요. 지금은 별로 내키지 않아요."

"거짓말!! 같이 먹읍시다. 은근히 좋아하던대요."

"아니요. 지금은 먹고 싶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에이! 그러지 말고 먹읍시다. 먹고 싶으면서 거부하는 거죠?"

"아니에요. 진짜로요."

"남편!!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 제발요.!!"


아내는 '순대'를 먹긴 먹습니다.'간'도 곁들여서 먹습니다. 그런데, 먹을 때가 있고 안 먹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먹고 싶거나 당길 때 아내에게 '원래 잘 먹던데요?"라면서 은근히 같이 먹자고 부추기는 것입니다. 아내는 먹고 싶을 때와 아닐 때에 대해 정확하게 자기 의견을 말했는데 제가 '그럴 리가 없는데....'라면서 계속 같이 먹기를 요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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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오늘 피곤하지요? 피곤하면 먼저 자요."

"아니요. 안 피곤해요. 나 오늘 볼 게 있어서 좀 있다 잘 거예요."

"에이! 맨날 피곤해하던데, 자요. 오늘도 피곤해 보여요."

"피곤하면 일찍 자고 그래요. 맨날 피곤하다 그러면서요. 늦게 자고 못 일어나면서."

"아니에요. 오늘은 안 피곤해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게 있단 말이에요."

"에이! 그러지 말고 좀 자요. 맨날 피곤해하면서요."

"남편!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 나 오늘은 안 피곤해요.!! "

아내는 "아니에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수차례 "정말 아니라고"말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정확히 말하곤 합니다. 저는 평상시 봐온 아내 모습에서 '섣부른 일반화'를 통한 '정보'를 100% 정확도라고 우기면서 대화하는 실수를 매번 반복한 것입니다.



"당신! 맨날 그러더니 오늘은 왜 아니라 그래요!! 참 내!!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남편! 아니에요. 그럴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 거예요.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 내 마음도 모르면서 왜 매번 그래요! 그래서 내가 속상하단 말이에요. 내가 아니라는데 왜 자꾸 그래요."



이런 대화 후에는 자기 마음을 자꾸 멋대로 판단하고 말하는 남편 때문에 아내는 속상하고 힘들어합니다. 반대로 저는 매번 그러다가 왜 이번에는 안 그러냐면서 엉뚱하게 짜증을 내고 맙니다. 그런 대화를 하고 나면 왠지 에너지가 소모된 것 같은데 '찝찝함'이 사라지지 않은 것을 느낍니다. 누가 잘못한 것일까요?



대화내용이 어땠을까요?


이번에도 섣부르게 판단하고 대화한 저의 실수가 큽니다. 제가 주관적으로 자꾸 아내 마음을 '저만의 시선으로 일반화'하고 그렇게 가공된 '정보'를 아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는척했고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대화를 했던 것입니다. 흔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변수'를 고려않았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콘프로스트와 우유'를 먹고, 내일도 먹었으니 늘 그렇게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라고 단정 짓고 제 머릿속에 넣어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먹던 사람이 며칠 후에는 '콘프로스트와 저지방 요구르트'와 먹기도 하고 콘프로스트를 안 먹고 빵 두 세 게 먹고 아침식사를 마무리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침식사를 끝내면 '당신은 맨날 콘프로스트를 즐기던데 오늘은 안 먹어요?"라면서 엉뚱한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저만의 '섣부른 일반화'를 토대로 엉뚱한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그런 대화를 지속하다 보니 아내는 남편과 소통도 잘 안되는데 자기 생각을 남편 맘대로 판단하고 결론 내린다고 늘 힘들어했습니다. 그런 실수를 아이들과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아무 말 않고 아빠 잔소릴 듣고 있는 아이에게  "아빠한테 이런저런 생각 가지고 있었지? 그렇지? 그래서 아무 말 안 하고 있는 거지!"라면서 넘겨짚고 더 혼내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아이는 "아니에요. 아무 생각 안 했어요. 그냥 무서웠어요."라고 말하는데도 "아니야! 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 표정이었을 거야!!"라면서 더 혼내기도 했었습니다. 저의 실수를 전혀 깨닫지 못하다가 그런 모습에 대한 방송이나 책 속의 사례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아내와의 대화 중에 아내가 참다못해서 한 '한마디'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


그 말이 귀에 들어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 말이 정확히 맞는 겁니다. 아내가 아니라는데 대화하고 있는 제가 무슨 능력으로 아내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판단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내가 편하게 자기 속마음을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고, 아내의 진짜 속마음도 알아주지 못하면서 매번 저의 프레임으로 판단하고 넘겨짚기만 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요?

제가 한 실수를 아이들 간에도 서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번쩍 들었습니다.  얼른 고쳐야겠다는 경각심도 생겼고요. 아내와 대화하다가 "여보! 이거 좋아하던데 사서 먹을까요?" "아니요. 오늘은 안 내켜요."라고 말하면 "그래요. 그럽시다. (예전에는: 에이! 맨날 잘 먹던데, 삽시다. 사서 먹읍시다.) 당신이 아니라면 아닌 거지요."라고 대화를 마무리하곤 합니다.  



아이들과 대화하다가도 "너 이거 오늘 안 하려고 했지?" "아니에요. 저녁 먹고 나서 하려고 했어요."라고 말하면 "그렇구나. 너만의 계획이 있구나.(예전에는 : 거짓말! 오늘 안 하려고 그런 거 아니냐?)"라고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계획을 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다 보니 아내와 저의 대화가 조금은 소통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자기 속마음을 말했을 때 들어주고 수용해 준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이제 조금 살 것 같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아빠가 넘겨짚지 않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인정해 주기 시작하니까 '억울하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바꿔 가고 있습니다.





'편아.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를 쓰면서 소감은....


늘 그렇듯이 참담합니다. 저는 신이 아니기에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왜 매번 아는척하면서 아내 속마음을 아는 것처럼 말했을까요? 그리고, 아니라고 수차례 말하는대도 "에이! 당신 속마음은 아니면서"라면서 불편하게 했을까라고 반성하면서 마음이 참담해지는 것입니다. 전지 하지 않는데도 그런 것처럼 '섣부른 일반화'를 매번 하고 있었을까요? 창피함이 덩달아 따라왔습니다.


이제야 '억울한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아내가 매번 '억울해요. 당신 잘 모르면서 맨날..."이라고 하는 말에 더 화를 내면서 짜증 내던 제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러면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어쩌자고 그런 행동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본인이 아니라는데 "아닐 거예요. 당신 속마음은..."이라고 했을까요? 남편이 매번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때마다 아내가 정말 억울하다고 말하는데도 "에이!! "라면서 무심하게 뭉개고 제 생각에 의한 말만 했던 것이 미안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했습니다. 아빠가 하는 행동과 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습니다. 아빠가 매번 '넘겨짚기'를 하니까 아이들도 서로 '너 생각은 이거자나!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싸우는 걸 보면서 가슴 아팠습니다. 그런 마음을 느끼면서 얼른 빨리 고치기로 한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본보기'이며,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었습니다.  



이제야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라는 아내 말도 이해가 되기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내가 어려운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늘 제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저의 모습을 적을 때면 그래서 늘 참담한 것입니다.



참담한 마음을 느끼는 것이 변화의 바람에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과 행동으로 지내시는 분들에게 이런 글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잘못도 알게 되고 스스로 방향도 찾게 됩니다. 이 글을 읽은 수많은 분들이 격려와 공감의 댓글을 달아주시니 더 힘을 내고 있습니다. 제 모습이 많이 부족하지만 함께 공감하면서 함께 성장하거나 변화하고 싶습니다. 공개할 때마다 창피함이 세트로 붙어오지만 게의치 않고 해내려고도 합니다.

 


다음 편은 "당신만큼 넓게 볼 여력이 없어요."편입니다. 다음 주 화요일까지 적어놓은 글을 수정하면서 또 "미안함과 감사함'을 함께 느끼면서 '창피함'을 곁들이는 시간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늘 저의 바람은 저와 같은 모습의 남편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저와 같은 모습의 남편과 사느라 몸과 마음이 아픈 아내분들이 없었으면 하고요. 곧 신혼의 단꿈이 시작하시는 분들이 저와 같은 실수를 애초부터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회복의 시간보다는 애초부터 안 그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니까요.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아직까지는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Brock We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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