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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E Aug 28. 2020

ETF의 세상 10
- CU와 비용 효과

발행 시장과 유통 시장


전 장에서 언급했듯이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는 인덱스 펀드다. 펀드와 주식의 특징을 모두 지닌 ETF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바로 발행 시장(Primary Market)과 유통 시장(Secondary Market)에서 모두 거래되는 특징이다. ETF는 유통 시장에서 매일 주식처럼 거래되지만, 동시에 발행 시장에서도 매일 설정 및 해지가 이뤄진다. 


우선 유통 시장에 관해선 일반적인 주식 시장을 생각하면 된다. 가령 투자자 A가 엔비디아 주식에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투자자 A는 유통 시장(거래소라는 장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엔비디아 주식을 사는 거다. 그리고 엔비디아 주식이 유통 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해선 최초에 엔비디아란 기업의 주식이 IPO(Initial Public Offering: 주식공개상장)를 통해 발행되어야만 한다. 혹은 그 이후에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증자를 통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발행된 신규 주식은 발행시장에서 최초 만들어진 이후 유통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된다. 


발행시장: 주식과 같은 증권을 신규로 발행하는 시장

유통시장: 발행된 신규 증권이 거래되는 시장


여기서 핵심은 투자자 A가 유통시장에서 주식을 산 다고 그 돈이 엔비디아에 들어가지 않는 점이다. 단지 A와 불특정 상대방 B 혹은 C와 엔비디아 주식에 대한 소유권만 바뀌는 것이다.


ETF도 이와 매우 흡사하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기에 투자자 A가 S&P500 ETF에 투자할 경우 유통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S&P 500 ETF를 사는 행위와 동일하다. 즉 불특정 인물이 매도하고자 하는 물량을 A가 매수함을 뜻한다.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엔비디아 주식과 같이 투자자 A가 매수한 금액은 S&P 500 ETF로 설정되지 않는다. 소유권만 바뀌는 것이다. 


발행 시장에서 한번 증권이 발행되고 유통 시장에서 거래된다고 발행 시장과 유통 시장이 서로 따로 놀지는 않는다. 유통 시장에서 거래가 잘 이뤄지고 가격이 올라갈수록 기업 입장에서 신규 주식을 발행하기 용이하다. 반대로 거래량이 많지 않고 가격이 횡보하거나 내려가면 신규 주식을 발행하기 어려워진다. 발행하더라도 그만큼 디스카운트를 매겨야 한다. 즉 발행 시장과 유통 시장은 서로 밀접하게 얽힌다.


흥미롭게도 발행 시장과 유통 시장이 밀접하게 얽히는 정도는 ETF에서 훨씬 더 심하다. 왜냐면 발행 시장에서 ETF를 설정 및 해지를 처리하는 메커니즘이 ETF의 구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ETF의 발행 시장에 대해서 알아보자. 




ETF의 발행시장: Creation Unit(CU)


일반적인 거래 규모는 ETF의 유통 시장에서 모두 소화된다. 가령 10억 정도 규모의 거래를 체결하고 싶다 하면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유통 시장에서 주문을 넣으면 된다. 반면 100억 혹은 1,000억 원으로 거래 규모가 커지면 어떻게 될까? 가령 ETF의 AUM은 1,000억 원인데, 500억의 매수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반대로 AUM이 2,000억 원인데 500억 원 규모의 매도 주문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즉 유통 시장에서 소화되지 는 규모의 거래는 모두 ETF의 발행 시장에서 설정 및 해지로 처리된다.


단, 주식과 펀드의 하이브리드인 ETF의 발행 단계에선 매우 흥미로운 프로세스가 일어나는데 ETF의 설정은 ‘돈’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가령 엔비디아란 기업이 IPO를 하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에 ‘돈’을 투자하고 지분을 받는다. 특정 자산운용사가 A라는 펀드를 론칭한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자들은 펀드에 ‘돈’을 투자(설정)하고 펀드의 좌수(주식의 지분과 같은 개념)를 얻는다. 근데 ETF는 조금 다르게 ‘돈’으로 설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ETF는 어떻게 설정되는 것일까?


저비용 그리고 최소한의 트레이딩을 신조로 삼았던 보글은 모스트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가 들고 왔던 ETF 청사진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줬다. 이를 기반으로 모스트는 인덱스 펀드의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아무리 인덱스 펀드에서 불필요한 거래를 억제하더라도 결국 펀드로 유입되거나 나가는 설정 및 해지 요청을 대응하기 위해선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현금 설정이 들어오면 그만큼 자산을 사야 한다. 해지가 들어오면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그만큼 자산을 팔아야 한다. 이 것만큼은 아무리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라 할지라도 피할 수 없는 거래다. 하지만 모스트는 보글의 조언을 기반으로 펀드라는 창고에 유입 그리고 유출되는 현금 움직임을 차단했다. 그리고 ETF 설정 및 해지를 Creation Unit(CU) 혹은 바스켓이란 자산의 묶음으로 설계했다.


일반적인 펀드 투자(설정)의 구조: 펀드 내부에서 자산 매입이 이뤄진다


ETF의 설정 구조: 펀드 외부에서 자산 매입이 이뤄진다


일반적인 펀드라면 100억의 설정이 들어올 경우 해당 금액에 맞춰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 즉 100억 거래에 상응하는 거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100억이란 금액이 돈의 형태가 아니라 ETF가 추종하는 지수(BM)에 맞추어 주식들을 매입해 설정되면 어떻게 될까? 가령 S&P500 ETF면 S&P 500 인덱스에 포함된 종목들을 모두 매수해 최소 단위의 S&P 500 인덱스를 만들어 설정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ETF 내에선 어떠한 거래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 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니 거래 비용도 없다.


이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A라는 ETF는 DUDE 탑 5 지수를 추종한다. 그리고 DUDE 탑 5 지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그리고 메타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당 종목들의 정보는 다음과 같이 가정해 보자.


마이크로소프트 - 지수 구성의 30% - 가격 100 USD

엔비디아 - 지수 구성의 25% - 가격 100 USD

애플 - 지수 구성의 20% - 가격 100 USD

아마존 - 지수 구성의 15% - 가격 100 USD

메타 - 지수 구성의 10% - 가격 100 USD


일반적인 펀드라면, 10만 USD가 설정될 경우 지수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거래를 일으켜야 한다. 이때 지수 구성 퍼센티지가 중요한 이유는 ETF 혹은 인덱스 펀드는 시장을 그대로 추종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중이 전체 지수에서 30%라면 펀드 또한 30%만큼만 투자해야 한다. 이때 운용사의 판단이 들어가 비중이 적게는 25% 혹은 많게는 35%가 된다면, 패시브 투자가 아닌 액티브 투자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 30,000 USD 매수(지수 비중 30%) - 총 300 주 매입

엔비디아 - 25,000 USD 매수(지수 비중 25%) - 총 250 주 매입

애플 - 20,000 USD 매수(지수 비중 20%) - 총 200 주 매입

아마존 - 15,000 USD 매수(지수 비중 15%) - 총 150 주 매입

메타 - 10,000 USD 매수(지수 비중 10%) - 총 100 주 매입


펀드는 현금으로 설정이 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주문을 내야 하며 이는 곧 거래 비용으로 이어진다. 반면 ETF는 다르다. 위에서 언급했듯 ETF는 현금이 아닌 CU라는 바스켓으로 설정된다. 결국 10만 USD에 상응하는 CU는 마이크로소프트 - 300주, 엔비디아 - 250주, 애플 - 200주, 아마존 - 150주 그리고 메타 - 100주로 구성된다. 


더 나아가서 최소 CU 단위를 구해보자. 즉 10만 USD를 설정시키기 위해선 최대 몇 개의 CU를 만들어 내야 하는가? 종목의 소수점 거래가 없다는 전제하에 최소 단위의 CU를 설정하기 위한 금액은 2,000 USD가 되며 구성은 다음과 같다. 즉 10만 USD를 설정시키기 위해선 50개의 CU가 필요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 600 USD 매수(지수 비중 30%) -  6 주 매입

엔비디아 - 500 USD 매수(지수 비중 25%) - 총 5 주 매입

애플 - 400 USD 매수(지수 비중 20%) - 총 4 주 매입

아마존 - 300 USD 매수(지수 비중 15%) - 총 3 주 매입

메타 - 200 USD 매수(지수 비중 10%) - 총 2 주 매입


반대로 환매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까? 일반적인 펀드에서 100억 환매가 들어오면 100억에 맞추어 자산을 팔고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이 또한 100억에 비례하는 거래 비용을 유발한다. 하지만 투자자가 100억의 현금을 가져가지 않고 100억에 해당하는 주식을 통째로(추종하는 BM에 맞추어) 들고 가면 어떻게 될까? ETF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을 그대로 넘기게 되므로 어떠한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이로 인해 거래 비용은 없다.


인덱스 펀드 또한 어디까지나 펀드이기에 태생적인 현금 기반의 설정 및 해지 프로세스를 거친다. 즉 최소한의 거래 및 이에 상응하는 비용이 동반됨을 의미한다. 반면 ETF는 CU를 통해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었다. 즉 인덱스 펀드 보다 더 우월한 비용 효과를 달성했다.


아주 미묘하긴 하지만, ETF 고유의 설정 해지 메커니즘은 상품의 운용 보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뱅가드 ETF(VOO)의 보수는 0.03%인 반면, 인덱스 펀드인 VFIAX의 보수는 0.04%이다. 이 둘은 같은 S&P 500 지수를 추종하기에 이론적으로는 비용의 차이가 있으면 안 된다. 결국 ETF 고유의 비용 효과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출처: Vanguard
출처: Vanguard


Authorized Participant(AP)의 등장


모스트가 그린 ETF 설계진은 기본적으로 소액 투자자(리테일 투자자)를 유통 시장으로 분류하고 기관의 설정 및 해지 주문을 CU를 통한 발행 시장으로 유도하는 구조다. 유통 시장에서 ETF 거래는 단순 소유권의 교환이다. ETF로 자금이 들어오거나 ETF 밖으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동시에 유통 시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는 대규모 자금의 경우 발행 시장에서 처리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ETF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CU로 설정 및 해지가 일어나기에 동일하게 ETF라는 창고 안에서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움직이는 자금 규모가 큰 대형 기관의 경우 CU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위에서 언급했던 DUDE 탑 5 ETF는 아주 단순한 예시일 뿐이다. 대부분의 지수들은 최소 10개 이상의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S&P 500 지수 또한 말 그대로 500개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CU는 500 종의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뜻인데 이를 하나하나 지수에 차지하는 비중에 맞춰 CU를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역할을 AP(지정참가회사: Authorized Participant)라고 불리는 증권사가 수행한다. 발행 시장에서 CU라는 묶음 혹은 보따리를 만들어 ETF 상품에 편입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마디로 원래라면 운용사가 추종하는 지수에 맞춰 직접 자산 매입 역할을 해야 하지만 운용사가 펀드 내에서 거래를 하면 거래 비용이 올라가므로 펀드 외부에서 AP가 이를 대행한다. 


결국 ETF는 AP를 통해 지수를 구성하는 자산의 묶음인 CU로 설정 및 해지를 수행함으로써 펀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극도로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 글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개념이지만, 결국 펀드는 창고다. 그리고 창고 안에서 거래가 일어나면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모스트는 이러한 거래를 창고 밖에 일어나게 설계한 것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AP들이 과연 어떠한 이해관계에 의해 ETF의 설정 및 해지를 자발적으로 처리해 주는가?"라는 질문이 들 수 있다. 왜냐면 CU를 만드는 과정에서 펀드에서 발생한 거래 비용의 몫이 AP들에게 넘어 왔기 때문이다. 이는 곧 AP들에게 비용으로 잡힌다. 그렇다면 AP들은 어떤 이득이 있기에 자발적으로 ETF의 원활한 설정 및 해지 프로세스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는가? AP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비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이득을 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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