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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E Aug 31. 2020

ETF의 세상(9)
-ETF의 구조와 투명성

<ETF의 세상> 시리즈

1. ETF의 세상 인트로           

2. 펀드와 지수    

3. 인덱스 펀드(Index Fund)와 비용 

4. 인덱스 펀드와 제로섬 게임

5.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잭 보글(Jack Bogle)

6. ETF의 창시자와 최초의 ETF(SPDR S&P 500)

7. ETF의 구조와 장점

8. ETF의 구조와 세금 효율성

9. ETF의 구조와 투명성

10. 좋은 ETF란 <1> 

11. 지수의 산출 방법 <1>

12. 지수의 산출 방법 <2>

13. 좋은 ETF란 <2> "추적오차"

14. 좋은 ETF란 <3> "괴리율"

15. 채권형 ETF <1> "채권 기초"

16. 채권형 ETF <2> "글로벌 채권 지수와 ETF의 마법"

17. 채권형 ETF <3> "코로나 사태의 주역:  HYG & LQD"

18. 원자재 ETF <1> "원자재 기초"

19. 원자재 ETF <2> "선물 거래(Future Contact)란?"

20. 레버리지 / 인버스 ETF: 구조와 장단점



9편 ETF의 구조와 투명성


“이거 어째 제대로 투자하고 있는 거 맞아?”


<사모펀드 사태>


첫 신호탄은 지난해 DLF(금리 연계 파생 펀드)가 쏘아 올렸다. DLF가 연동이 되는 독일 10년 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하며 행사 가격(원금손실 기준)을 뚫었다. 판매된 DLF는 대체로 금리가 행사가 가격(보통 -0.25%) 이상으로 유지되면 연 4% 내외의 수익이 나는 구조로 설계된 상품이다. 단 행사가 밑으로 하회할 경우 손실은 거의 전액에 가깝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선진국인 독일 금리에 투자한다고 생각해 상품에 가입했다. 물론 결과는 익히 모두가 아는 바이다.


전액 손실!


DLF는 불안전 판매의 논란에 휩싸였다. 판매사인 은행이 투자자들에게 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DLF는 독일 금리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 국채 금리에 연동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즉 ‘독일 금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파생상품’이 키워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사모펀드 사태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졌다. 전형적인 폰지 사기로 투자자 추가 모집을 통해 모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환매금을 돌려준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부실로 판명돼 환매 중단된 규모는 1조 6천억 원이다. 그리고 이는 끝이 아니었다.


올해 옵티머스 자산운용 이라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규모는 5,000억 원으로 옵티머스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실제 펀드 투자 설명서에 제시한 공공기관의 확정 매출채권이 아닌 부실기업의 사모사채와 부동산 개발 등에 멋대로 투자했다. 간단히 말하면 S&P 500 ETF를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실제 상품은 S&P 500 인덱스가 아닌 가령 터키의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다.


명백한 사기다.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한 개방형 펀드의 사기극>


사모펀드 이슈와 같은 투자자 사기극은 비단 한국만의 이슈가 아니다. 금융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영국에서도 작년에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다. 되려 한술 더 떴다고 말할 수 있다.


펀드는 투자하는 자산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큰 맥락에서는 개방형(Open-End)폐쇄형(Close-end)으로 나뉜다. 개방형 펀드는 펀드로의 설정과 해지가 매일 이뤄질 수 있다. 반대로 폐쇄형은 설정과 해지가 고정된 시점에 가능하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주식형 펀드인데 대부분 국가의 상장 주식(미국 및 한국 기준)은 2 영업일 이내로 결제된다. 즉 펀드로 환매 요청이 들어왔을 때 즉각적으로 자산을 팔아 환매금을 마련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음을 의미한다. 투자하는 자산의 유동성이 풍부한 펀드는 보통 개방형으로 만들어진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펀드다. 부동산 펀드는 주식형 펀드처럼 부분 환매를 용인할 수 없다. 왜냐면 보통 부동산 펀드는 특정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는데 환매가 들어왔다고 건물의 일부(예를 들어 13층 건물의 1,2층 혹은 지하의 레스토랑)만을 매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투자하는 부동산이란 자산 자체의 유동성이 매우 떨어지기에 펀드는 폐쇄형을 택한다.



유동성 = 내가 원하는 시점에 자산을 살 수 있거나 팔 수 있는지 여부



개방형과 폐쇄형 펀드를 놓고 비교하면 당연히 폐쇄형의 리스크가 더 큼을 알 수 있다. 왜냐면 투자의 수익률만큼이나 중요한(어쩌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투자한 내 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러므로 펀드는 판매 시점에 명확하게 개방형인지 폐쇄형인지 고지된다.


근데 만약 펀드는 개방형인데 그 안에서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담으면 어떻게 될까? 일견 보더라도 이 구조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왜냐면 펀드가 개방형으로 불리는 이유는 투자하는 자산을 빠르게 매각해 환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즉 개방형 펀드에서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매입하게 되면 매일매일 들어오는 환매에 대응해 자산을 팔지 못하여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황당하게도 개방형 펀드에서 돈을 못 주는 사태가 영국에서 발생했다(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사모 펀드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영국의 워랜 버핏이라 불리는 스타 펀드매니저 Neil Woodford의 펀드에서 발생했다.


출처: BBC      


닐 우드포드(Neil Woodford)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Invesco Perpetual) 출신의 스타 펀드매니저다. 우드포드는 1980년대부터 Perpetual이라 불리는 영국의 운용사에서 투자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는데 우드포드는 대중과 반대로 베팅하는 전략(Contrarian Strategy)의 대가였다. 특히 2000년도 초의 닷컴 버블 때 기술 기업 주식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했고 08년도 금융위기 사전에 금융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우드포드는 영국 펀드매니저들 중 최고의 퍼포먼스를 달성했다. 그것도 상당히 오랜 기간이나 말이다.


출처: BBC / Hargreaves Lansdown


FTSE ALL Share는 영국의 가장 대표적인 주가 지수를 의미한다. 한국으로 치면 KOSPI. 미국으로 치면 S&P 500 지수를 생각하면 된다. 전성기 기준으로 우드포드는 FTSE ALL Share 전체 시장 대비 거의 3배에 달하는 성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우드포드의 간판 펀드인 Woodford Equity Income Fund의 실적은 2017년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유는 바로 16년도에 발생한 브렉시트(Brexit)였다. 브렉시트에 따른 파급력이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란 보편적인 전망과 달리 우드포드는 여기서도 컨트레리안 전략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협상은 지속적으로 지지부진했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영국의 입지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펀드의 성과는 지속적으로 부진해졌고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환매가 증가했다. 그리고 Woodford Equity Income Fund는 개방형 펀드다. 들어오는 환매를 막을 길이 없었다.


문제는 우드포드가 개방형이라고 만든 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이 쉽게 거래가 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이나 소형 사이즈였다는 점이다. 즉 환매가 들어올 때마다 우드포드는 거래가 쉽게 되는 대형주를 위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환매도 적당히 들어와야 이런 방식이 먹힌다. 2017년 초 100억 파운드 규모의 펀드는 2019년 5월 37억 파운드로 쪼그라드는데 5월 31일 우드포드의 큰손이었던 Kent County Council 연기금은 2.63억 파운드의 해지를 요청한다.


이는 펀드 사이즈의 7% 해당하는 금액으로 우드포드는 줄 돈이 없었다. 그리고 우드포드는 소수의 투자자로 구성된 사모펀드나 폐쇄형 펀드도 아닌 수십만 명의 투자자가 들어 있는 개방형 펀드에서 환매 중단을 선언하게 된다. 계방형 구조의 펀드에서 발생한 초유의 사태였다.


지수 제공업체인 MSCI 조사에 따르면 환매 중단을 내리기 6개월 전 시점부터 이미 펀드의 사이즈 대비 80%가 비유동성 자산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당시 영국 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Mark Carney)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거짓말로 쌓아 올려진 모래성”

“Built on a Lie”




결론적으로 작년부터 붉어진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와 영국의 우드포드 스캔들이 시사하는 바는 크게 3가지다.


1.  내 돈이 제대로 투자되고 있는지 알고 싶다(라임자산운용 및 옵티머스)


2.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제때 내 돈을 돌려받는지 여부(환금성)도 중요하다(우드포드)


3.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투명성이다. 포트폴리오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다면 돈이 제대로 투자되는지 확인이 가능하며 돈의 회수 가능성에도 마음이 놓이게 된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는 그 자체로 지적 재산권에 가깝다. 요리사로 치면 극비의 레시피와 같다. 이를 공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에 가깝다. 가능하더라도 시차를 두고 이뤄진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바로 ETF다. 투명성이야말로 ETF가 지닌 최후이자 최강의 장점이다.




ETF는 투명하다 그리고 “투명성은 곧 신뢰다”


ETF 포트폴리오는 납입자산구성내역(PDF: Portfolio Deposit File)을 통해 대중에 공개된다. 사후에나 포트폴리오 확인이 가능한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ETF는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포트폴리오는 일종의 지적 재산권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공개하는 이유는 (1) ETF 포트폴리오 공개가 무방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2) 투명성을 통해 투자자들의 믿음을 얻기 위함이다.


우선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어도 무방한 이유는 ETF의 상품성은 기본적으로 지수 추종에 있기 때문이다. 가령 S&P 500 ETF가 있다면 해당 ETF의 포트폴리오는 S&P 500 지수에 포함되는 종목들을 모두 담아야 한다. 이는 A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S&P 500 ETF나 B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S&P 500 ETF나 본질적으로 동일한 포트폴리오는 지닌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BM 과의 괴리, 즉 추적 오차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역량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일한 포트폴리오를 지닌 같은 상품이다. 이는 곧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공개 함에 있어서 별 이슈가 없음을 시사한다.


재밌는 점은 자산운용사들이 ETF 포트폴리오를 대중에게 매일 공개할 의무는 실제로 없다(최소 미국의 기준으로). 운용사가 포트폴리오를 공개해야 할 대상은 엄밀히 말해 모든 대중이 아닌 AP다. 8편 ETF의 구조와 세금 효율성에서 언급했듯이 ETF의 설정/해지가 현금이 아닌 CU(자산의 묶음)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대행하는 AP는 ETF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CU의 구성 요소, 즉 포트폴리오를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 CU에 맞는 자산을 매입해 설정과 해지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개함으로 투자자들이 ETF에 담긴 종목 구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끔 한다. 상품에 투명성을 부여함으로써 투자자들의 돈이 어디에 ‘실제로’ 투자되고 있는지에 대한 믿음을 부여하는 것이다.


ETF는 구조상 포트폴리오를 공개해야 하며(AP에게) 동시에 공개해도 무방하다(대중에게). 단 이를 통해 ETF는 투명성이란 장점을 획득하는 데 이는 내 돈이 실제로 잘 투자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의 니즈를 해결해 준다.


투명성 - ETF가 지닌 궁극의 장점이다.



D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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