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장에서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모두에서 거래되는 ETF의 특성을 기반으로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했다. CU, 창고 외 거래 및 AP 등이 키워드다. ETF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째서 ETF가 모태가 되는 인덱스 펀드 보다 비용 효과 측면에서 우월한지를 다뤘다. 지금부터는 ETF 작동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AP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ETF를 이해하는 마지막 열쇠다.
왜 AP가 운용사를 위해 일을 하는가?
AP가 자선단체가 아닌데 왜 ETF의 원활한 프로세스를 돕는가?
AP의 이해관계는 무엇인가?
다만 AP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ETF 구조에 대한 한층 더 깊은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다룬 ETF 구조의 핵심은 ETF 내에서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AP라는 외부 지정 참가자를 통해 설정 및 해지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거래 비용의 최소화를 위해 ETF의 설정 및 해지는 ‘현금’으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CU라고 불리는 자산군의 묶음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설정된 ETF는 장중에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된다. 그러므로 실시간 거래되는 주식과 펀드의 특성을 모두 지닌 ETF는 (1) 기준 가격 그리고 (2) 시장 가격이란 2개의 가격을 지닌다.
ETF가 발행 그리고 유통시장 모두에서 거래된다는 사실을 숙고하면 ETF에게는 2개의 가격이 부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펀드의 자산 평가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당일 종가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가령 A라는 펀드에서 애플 주식 50% 그리고 엔비디아 주식을 나머지 50%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애플이 그날 1% 오르고 엔비디아가 2% 오른다면, 펀드 A의 자산은 1.5%로 산정된다. 그리고 하루에 2개 이상의 종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펀드의 가격은 매일 하루 단위로 그리고 단 한 번만 존재 가능하다.
하지만, 펀드와 주식의 하이브리드인 ETF는 유통시장에서 실시간 거래 된다. 오전 10시 가격이 있고 오전 10시 1분 가격이 있으면 오후 3시 10분 가격이 모두 다르다. 물론 기준이 되는 것은 종가 가격이지만, 발행 시장과 유통 시장 모두 거래되는 ETF의 특성상 2개의 다른 가격이 존재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이 둘은 반드시 수렴해야 한다. 하지만 기준이 되는 종가와 매시 매분 매초 트레이딩 되는 가격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가 존재한다. 특히나 시장의 거래량이 얇거나 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등 특수한 이벤트가 터질 경우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실제 가격과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차이가 좁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차이가 커질 경우 이는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ETF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두 가격의 간극을 좁히는 것 - ETF의 마지막 숙원이다.
기준 가격 혹은 종가에 산출되는 가격이란 두리뭉실한 표현을 썼지만, 정확한 산출 공식이 존재한다. 바로 순자산가치 및 NAV를 총좌수로 나눠 표현한다. 이것이 바로 ETF 본연의 가격이다. ETF 뿐만 아니라 모든 펀드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아래 예를 통해 NAV와 기준 가격을 직접 계산해 보자.
NAV = 펀드 내의 모든 자산(현금 + 주식 + 채권 등)에서 부채를 감한 값
DUDE AI 펀드는 미국의 AI 테마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엔비디아, SMCI, Vertiv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한다. 참고로 SMCI는 GPU 서버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고 Vertiv는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쿨링 시스템을 설계하는 회사다. 펀드 규모는 총 10,000 USD로 자산의 일부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부채는 없다. 다만 펀드에는 기본적으로 운용사가 가져가는 운용보수 및 펀드의 계좌를 관리하는 수탁사(은행)에게 지급할 보수 등이 있다. 이를 미지급 보수라고 통칭해 분기별로 10 USD가 차감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현재 DUDE AI 펀드의 NAV는 10,000 USD에서 10 USD를 차감한 9,990 USD가 된다.
펀드 투자는 설정 금액에 대해 동일한 물량의 좌수를 얻게 된다. 가령 10,00$을 투자하면 10,000좌를 얻게 되는 구조다. 만약 DUDE AI 펀드의 초기 설정 금액이 5,000 USD 라면 펀드에 투자자들은 종합 5,000좌를 소유하고 있다. 혹은 초기 설정 금액이 2,000 USD라면 투자자들은 총 2,000좌를 보유하는 셈이다. 펀드 설정 시점에 기준 가격은 매우 단순하다.
2,000 USD가 NAV가 되며 이를 2,000좌로 나누니 기준 가격은 1 USD가 된다.
5,000 USD가 NAV가 되며 이를 5,000좌로 나누니 마찬가지로 기준 가격은 1 USD가 된다.
단 현시점에서 DUDE AI 펀드의 NAV는 9,990 USD다. 그러므로 기준 가격은 다음과 같이 산출된다.
총좌수가 2,000일 경우 현재 펀드의 기준 가격은 4.995 USD가 된다
총좌수가 5,000일 경우 현재 펀드의 기준 가격은 1.998 USD가 된다
NAV 기반의 기준 가격 산출은 ETF도 동일하다. DUDE AI 펀드가 아닌 DUDE AI ETF라고 해도 기준 가격을 지니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DUDE AI 펀드의 기준 가격도 4.995 USD가 되며 DUDE AI ETF의 기준 가격도 4.995 USD다.
안타깝게도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는 4.995 USD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 NAV를 기준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제 지수 움직임과 무관하게 수급만으로 ETF 가격이 변동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거래하는 시장 가격(market price)과 NAV 기반으로 산출된 기준 가격의 차이를 바로 "괴리율"이라고 한다.
가령 매수가 매도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면 ETF의 가격은 수급 요인에 의해서 기준 가격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나스닥 지수는 1% 상승했는데, 나스닥 ETF는 1.2% 상승했다. +0.2% 괴리율이 발생한 셈이다. 반대로 매도가 매수를 압도할 경우 ETF 가격은 기준 가격 대비 더 낮아질 수 있다. 나스닥 지수는 1% 상승했는데, 나스닥 ETF는 0.8%로 마감하게 됐다. -0.2% 괴리율이 발생한 것이다.
ETF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높은 경우를 프리미엄(Premium) 상태라고 하며 반대로 가격이 기준 가격 보다 낮을 경우 디스카운트(Discount)라고 한다. 다만 프리미엄 그리고 디스카운트 모두 ETF 시장 가격이 실제 기준 가격과 괴리가 생긴 케이스로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ETF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아래 3가지 수익률이 모두 동일하게 움직여야 한다
1. ETF가 추종하는 시장 지수
2. NAV 기반으로 산출되는 ETF의 기준 가격
3.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의 가격
우선 2와 3의 차이는 위에서 언급했듯 괴리율이다. 물론 이는 이론적으로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격차다. 그렇다면 1과 2의 격차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ETF는 시장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시장 지수인 벤치마크(BM) 수익률과 ETF 수익률은 동일해야 한다. 가령 S&P 500 지수가 오늘 1% 오르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기준 가격 또한 1% 상승해야 옳다. 만약 지수가 1% 올랐는데, ETF 가격이 0.8% 오르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가격 사이의 격차를 바로 추적 오차(Tracking error)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이 둘은 반드시 동일해야 하며 현실적으로는 ETF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의해 차이가 발생하긴 한다. 운용사에게 지급되는 운용 보수도 실제 지수 움직임과 ETF의 수익률가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지수와 ETF 사이 현격한 수익률 차이는 존재해서는 안된다. 이는 곧 상품의 결함과 같다. 마트에서 콜라를 샀는데, 김이 다 빠져있으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100% 결함이라고 인식한다. ETF도 마찬가지다. 즉, 낮은 추적 오차는 ETF를 만들고 매니징 하는 운용사의 역량이다.
추적 오차와 괴리율은 펀드이자 주식의 특성을 모두 지닌 ETF가 반드시 신경 써야 할 숙명이다.
지금까지 모든 내용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주식처럼 거래되는 ETF는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가 만나며 거래가 체결된다. 그러므로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매수호가와 매도호가가 얼마나 촘촘히 형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바로 유동성(Liquidity)이라고 표현한다. 유동성이 중요한 이유는 ETF의 기준 가격과 시장 가격 차이인 괴리율에 일조하기 때문이다.
매수 호가 = 이 가격에 ETF를 사려고 한다
매도 호가 = 이 가격에 ETF를 팔려고 한다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ETF의 경우, 즉 유동성이 얇을 경우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사이 스프레드(Spread)가 벌어진다. 가령 코스닥 지수가 1% 상승했다고 가정하자. 그럼 코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기준 가격 또한 1% 올라야 한다. 단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가 1%에서 거래된다는 보장은 없다.
코스닥 ETF는 1% 올랐는데, 매도 호가가 1.2%에 걸려있고 매수 호가는 0.8%에 걸려 있다. 그렇다면 즉각적인 매수를 원하는 투자자의 경우 실제 기준 가격인 1%가 아니라 매도 호가인 1.2%에 체결해야 한다. 즉 이 투자자는 -0.2%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반대로 즉각적인 매도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1%가 아닌 매수 호가인 0.8%에 체결해야 한다. 실제 가격 보다 0.2% 낮은 가격에 매도를 하니 손실이다. 즉 0.2%만큼의 괴리율이 발생하고 있다.
유동성 이슈는 단순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ETF에서 거래량이 한 방향으로 조금만 쏠리게 되면 괴리율은 더욱 증폭된다. 가령 코스닥 ETF 1,000주를 바로 팔고 싶은 투자자는 현시점에서 0.8% 매수 호가에 주문을 넣어야 한다. 근데 0.8%에 걸려 있는 매수호가가 500주 밖에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투자자는 남은 500주를 그다음 호가인 0.7%, 혹은 그 이하 호가에 던져야 한다. 반대로 1,000주를 바로 사고 싶은 투자자는 1.2% 매도 호가에 주문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1.2%에 걸려 있는 매도 호가가 400주라면 어떻게 될까? 잔여 600주를 그다음 매도 호가인 1.3%, 혹은 그 이상의 호가들에 체결해야 한다. 실제 ETF의 기준 가격인 1%지만, 거래되는 유동성 수준과 즉각적인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니즈가 섞이며 괴리율을 더욱 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정확히 몇%의 유동성이 적절한가?
흥미롭게도 금융에서 유동성만큼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단어가 없다. 왜냐면 거래량은 고정적인 상수가 아니다. 시장이 좋을 때는 거래량이 많고 유동성이 풍부해서 언제든지 매수 및 매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시장이 좋지 않으면 거래량이 줄고 유동성은 급격하게 마른다. 유동성이 가장 풍부하다고 평가받는 미국 국채 시장 또한 코로나 때는 급격한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했던 사례가 있다. 동시에 굉장히 주관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체결하고 싶은 거래량이 백만 원 정도라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언제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금액이 커질수록 유동성은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결국 유동성은"내가 원하는 시점에 큰 스프레드 없이 적정 가격으로 자산을 팔거나 살 수 있는 요소"로 정의 가능하다.
그러므로 좋은 ETF은 아래 요소들을 모두 갖춰야 한다.
1. 추종하는 BM 지수와의 오차인 추적오차가 없어야 한다
2.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가격이 NAV 기반의 기준 가격 사이의 오차인 괴리율이 낮아야 한다
3. 거래량이 풍부해 매수 및 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좁은 ETF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