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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E Sep 02. 2020

ETF의 세상 12
-괴리율과 추적오차 II

괴리율을 이해했으니 드디어 AP의 역할에 대해 다룰 수 있게 됐다.


괴리율은 ETF 기준 가격과 시장 가격과의 차이를 의미한다. 시장 가격이 높으면 프리미엄, 낮으면 디스카운트다. 다만 어느 쪽이나 ETF 시장 가격이 NAV와 차이가 남을 뜻함으로 괴리율은 ETF에게 좋은 현상이 아니다. ETF를 메니징 하는 운용사는 해당 괴리율을 해소시켜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단 운용사가 직접 나서 가격 괴리를 일치시키지 않는다. ETF 설정 및 해지를 대행하는 AP가 이를 대행한다. 모스트가 디자인했던 ETF 청사진은 AP로 인해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히는 지정참가회사라고 불리는 AP 중 유동성 관리 역할을 하는 유동성공급자(LP: Liquidty Provider)가 이를 수행한다. 보편적으로 AP 보다는 LP라는 표현이 흔하기에 지금부터 LP로 용어를 통일하고자 한다.



차익거래


동일한 상품이 같은 시점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별개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아주 자연스럽게 차익거래가 발생한다. 눈치 바른 사람들이 가격이 낮은 장소(A)에서 상품을 사서 가격이 높은 곳(B)에 가져가 팔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매수가 집중되는 A 지역에서 가격은 상승하고 반대로 매도가 몰리는 B 지역에서 가격은 내려간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A와 B 가격은 동일해진다. 이 과정에서 차익거래 참여자들은 이윤을 창출하고 시장의 불균형은 자연스럽게 해소시킨다. 바로 차익거래의 순효과다.


차익거래는 아주 보편적인 트레이딩 전략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지역 불문 동일한 상품이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미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과 동일하다. 일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과도 같다. 즉 모두 동일한 상품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거래소들은 각기 다르다. 이로 인해 가격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A라는 거래소에서 매수가 집중되면, 동일한 비트코인이라도 다른 거래소들 대비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이를 눈치챈 누군가가 다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A로 보내 판다면, 가격 차익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다. 차익거래자들이 많아질수록 A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은 전체적인 평균에 수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A 거래소의 가격 불균형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언론에서 이미 여러 차례 들어 익숙한 김치 프리미엄이 바로 이 불균형의 전형적인 예다.


차익거래의 매력은 바로 무위험 수익 창출이다. A에서 사서 B에 팔면 즉각적인 이윤을 확정할 수 있으니 가격 리스크가 없다. 엔비디아 주식을 100 USD에 살 경우, 향후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투자에는 필연적인 리스크가 동반된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같은 시점에 동일한 엔비디아 주식을 120 USD에 사고 있다면, 차액인 20 USD만큼 이윤이 확정된 셈이다. 그래서 차익거래는 공짜 점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편적인 차익 거래를 언급한 이유는 ETF 괴리율을 좁히기 위한 LP의 역할이 바로 차익거래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상황에서 차익거래


괴리율이 프리미엄인 경우 ETF 수급이 매수 방향으로 몰려 시장 가격은 기준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다. LP는 시장 가격을 낮춰 기준 가격에 수렴시켜야 한다.


차익거래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LP는 (1) 물량을 사서 (2) 동시에 시장에 물량을 팔고 (3) 프리미엄인 괴리율을 해소하며 (4) 그 차익만큼 이익을 챙긴다. 시장 가격이 ETF 기준 가격까지 내려가면 괴리율은 사라지고 LP의 역할을 끝난다. 여기서 (2), (3) 그리고 (4)는 자명하다. 매도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가기 때문이다. 직관적이지 않은 단계는 바로 (1)이다. 도대체 어디서 매도를 위한 물량을 사는가? 시장에서 ETF를 사면 LP는 되려 프리미엄을 키우는 데 일조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ETF를 사 와서 한국에서 팔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그렇다면 LP는 어디서 물량을 만드는가? 답은 바로 발행시장이다.


프리미엄 상황에서 LP의 차익거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프리미엄 해소를 위해 LP는 상장 시장에서 ETF 매도 주문을 넣는다. 지금 당장 물량이 있어야만 매도가 가능하지 않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식 결제일은 2 영업일이 소요된다. LP는 2 영업일 후에 매도 주문을 결제를 위한 ETF 물량을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즉 거래는 현시점에, 결제는 2 영업일 후다.


2. 차익거래는 결국 가격이 낮은 곳에서 물건을 사서 가격이 높은 곳에서 파는 거래다. LP는 매도를 위한 ETF 물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LP는 ETF 설정을 신청한다. 설정은 2 영업일 후에 완료되며 이때 받는 ETF 물량은 시장에서 그대로 결제될 예정이다.


3. ETF 설정은 발행시장에서 CU로 이뤄짐을 상기하자. LP가 신청한 ETF 설정이 정상적으로 완료되기 위해선 CU가 필요하다. LP는 CU를 ETF를 메니징 하는 운용사에게 전달하고 ETF의 발행 주식을 받게 된다. 이를 위해 LP는 ETF가 추종하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시장에서 매입해 CU를 구성한다. 가령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면, LP는 해당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을 매입해 CU를 만들어야 한다.


4. LP가 CU를 전달하고 받게 되는 ETF 가격은 바로 기준 가격이 된다. 그리고 LP가 동시에 상장 시장에서 매도한 가격은 기준 가격보다 높은 프리미엄 괴리율이 붙은 가격이다. LP는 이 두 가격 차이만큼 이윤을 얻는다. 


예시로 설명하면, LP가 입고한 CU의 1 단위가 10억이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ETF의 기준 가격이 10,000원이라면, LP가 받게 되는 ETF 물량 수는 총 100,000개다. 즉 LP는 이 만큼 물량을 상장 시장에 팔 수 있다. 그리고 동일 시점에서 상장 시장 ETF에서 거래되는 시장 가격이 10,200원으로 2%의 괴리율이 발생하고 있다. LP는 보유한 100,000 개의 ETF 물량을 기준 매도 호가인 10,200 아래에 설정함으로써 시장 괴리율을 해소한다. 가령 10,100원에 설정해도 LP는 매입 단가인 10,000원 대비 1%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기존 2%였던 괴리율은 1%로 축소되며 보다 원활한 ETF 시장 거래가 조성된다.


결국 LP가 운용사를 위해 ETF 괴리율을 해소하는 이유는 괴리율 자체가 그들에게 훌륭한 차익 거래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가 없다면 LP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 




디스카운트 상황에서 차익거래


이제 반대 경우인 디스카운트 사례를 다뤄보자. 괴리율이 디스카운트인 경우 ETF 수급이 매도 방향으로 몰려 시장 가격은 발행 시장의 기준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어 있다. LP는 시장 가격을 높여 기준 가격에 수렴시켜야 한다.


이 경우에도 차익거래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LP는 (1) 시장에서 물량을 사서 (2) 발행 시장에서 물량을 팔고 (3) 디스카운트인 괴리율을 해소하며 (4) 그 차익만큼 이익을 챙긴다. 시장 가격은 ETF 기준 가격까지 내 올라가며 괴리율은 사라지게 된다. 


디스카운트 상황에서 LP의 차익거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LP는 상장 시장에서 ETF 매수 주문을 넣는다. 결제는 통상 2 영업일 걸리므로 LP는 2 영업일 후에 대금을 지급하고 ETF 물량을 받게 된다.


2. 낮은 곳에서 물건을 사서 가격이 높은 곳에서 파는 차익 거래 원칙상 LP는 상장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싸게 산 ETF 물량을 발행 시장에서 팔아야 한다. 이를 위해 LP는 ETF 해지 신청을 낸다. 


3. ETF 해지 또한 설정과 같이 발행시장에서 CU로 이뤄짐을 상기하자. 방향만 반대다. 설정은 CU를 입고하고 ETF 물량을 받는 프로세스다. 해지는 ETF 물량을 입고하고 CU를 돌려받는 과정이다. 결국 LP는 상장 시장에서 매수한 ETF 물량을 그대로 운용사에게 전달하고 CU를 돌려받게 된다.


4. 결국 LP 시장에서 디스카운트된 ETF 물량을 사서 운용사에게 전달한 후 얻게 되는 CU를 판다. 이때 CU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시에 ETF의 기준 가격이다. 결국 이 두 가격의 차익만큼 이 LP에게 수익으로 잡히게 되는 구조다.


예시로 설명하면, ETF의 기준 가격이 10,000원인 상황에서 시장 매수 호가는 9,8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2% 만큼 괴리율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LP는 매수 호가를 한 단계 높여 9,900원에 100,000개의 ETF 물량을 매수했다. 이후 LP는 운용사에게 ETF 주식 100,000개를 기준 가격인 10,000 원에 돌려주며 받게 되는 CU 가치는 10억 원이 된다. 즉 ETF를 9,900원에 사서 10,000원에 되팔아 총 0.1억 원을 차익 거래를 실현시켰다. 


방향만 다를 뿐 디스카운트 시점에서 LP의 역할은 프리미엄 때와 유사하다. 매수 호가인 9,800원 보다 한 단계 높게 주문을 넣어도 LP는 기준 가격인 10,000원 대비 1%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기존 2% 였던 디스카운트는 1%로 축소되며 보다 원활한 ETF 시장 거래에 일조한다.


좋은 ETF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괴리율은 낮아야 하며 이를 관리하는 것은 LP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운용사가 지정한 LP들은 시장 가격과 NAV 기반의 기준 가격을 모니터링하며 차이를 없애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 결국 지정된 LP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LP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며 보다 경쟁력 있는 호가가 나오게 된다.


예시: KODEX 코스피 ETF에 지정된 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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