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휴가를 써서 긴 연휴였는데 그 시간들이 끝을 보이고 있다. 연휴 동안 약속이 취소되기도 해서 지난주 친구를 만난 거 말고는 거의 조용히 집에서 보내고 이틀 정도 외출을 했던 것 같다. 이번 외출은 혼자 영화도 보고, 운동화 구경하러 백화점도 가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딱히 나갈 생각이 없었고, 그냥 집에서 뒹굴거려도 괜찮았는데 추석 지나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그냥 집에 있기는 시간이 갑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어나서 빠르게 나갈 준비하고, 영화시간 검색하고 바로 뛰쳐나갔다. 혼자 영화도 보고, 코인도 갔다가 백화점도 구경하고 반나절 이상을 돌아다니다가 들어왔다. 안 그래도 차가 막히는 도로를 출퇴근해서 쉬는 날에는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라 그날도 차를 두고 나가서 버스로 이동하며 많이 걸었다. 버스를 타면 휴대폰은 잠시 넣어두고, 오고 가는 사람들도 보고, 창밖 구경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이동하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
그냥 이번 연휴를 보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란 말이 새삼 더 다가왔다. 집에서 쉬면서 책도 보고, TV도 보고 별거 안 해도 시간은 참 잘 간다. 근데 그 시간을 돌아보면 딱히 기억에 남는 건 없다. 물론 잘 쉬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긴 연휴를 보내며 극장에 가서 영화 두 편도 보고, 나가서 뭔가를 하려 했던 것 같다.
물론 주말이 더 있지만 금요일이 공식적 휴일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어 무얼 할까 하다가 느지막이 오후에 잠시 나왔다. 학교를 가지 않는 조카들과 오전시간을 함께 보내고, 학원을 보내고 난 뒤라 어딜 가긴 시간이 어중간해서 집 앞에 산책을 나왔다. 카페 행사하는 날이라 반값에 커피 한잔을 사서 아파트 단지 내 벤치에 앉아 책을 보았다. 보통 저녁시간에 운동삼아 산책을 나오다 오후시간에 나온 단지 내 모습은 또 달랐다. 2000년대 발라드로 선곡해서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책도 잠시 읽었다. 그러다 잠시 음악을 끄고, 책도 덮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역시나 하늘이 참 예쁜 가을이다. 음악을 끄고 나니 물소리도 들리고, 새들 소리도 들리고, 꽃향기도 나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도 느껴졌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고,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역시 같은 장소라도 어떤 시간에 어떤 마음으로 무얼 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달라지는 듯하다. 한 시간 남짓하는 시간이었지만 몇 시간 힐링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평온하면서도 좋아하는 것들이 있고,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서 그리고 자연이 있어서 말이다.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았다가 조금 가라앉았다가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가도 그냥 혼자 보내는 시간도 괜찮다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뒹굴거려도 좋았다가 갑자기 그 시간이 아깝다 느껴지기도 했다가 살랑살랑 부는 바람처럼 자꾸만 이랬다 저랬다 한다.
이랬다 저랬다 하지만 이래도 저래도 연휴는 끝을 향해가고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뭔가를 하려 노력한다는 게 중요한 거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