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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봉 Nov 24. 2023

천천히 잘하는 법

엄마, 나는 상추를 먹는 달팽이처럼
천천히 실력을 연마할 거야.
그럼 잘하게 되거든.
달팽이도 천천히 상추를 다 먹잖아.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아들과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던 길이었다. 레벨별 수업이라 옆에 있는 에이스 형아들처럼 잘하고 싶지는 않은지, 계속 넘어지고 잘 안될 땐 속상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둘째는 꽤나 진지하게 달팽이와 상추이야기를 했다.


고작 8살인 아이가 말한 천천히 잘하게 되는 방법에 대한 비유가 내심 경이로웠다.


어른의 세계에서 '천천히'는 대부분 금기시되는 단어 아니던가. 회사에서도, 아이들 학원에서마저 '천천히' 보다는 '빨리'가 더 익숙하다. 빨리 보고서를 넘긴다거나, 빨리 진도 빼고 선행하게 해달라거나.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았다. 아이들만의  고유의 속도를 지켜주기로. 속도위반은 그저 엄마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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