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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쉽게 잊어버리는 아이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방법

by ADHDLAB Jan 12. 2025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이 말 해본  적 있나요?

비슷한 계열의 말이 많이 있습니다.


"또 잊어버렸어?"

"엄마가 말할 때 제대로 들었어야지"

"또 귀로 흘린 거야?"

"엄마가 말할 때 게임하고 있더니 제대로 안 들었지?"




우리 바다는 잘 잊어버립니다.

주의력이 낮아 산만한 데다 작업기억이 낮아서 벌어지는 일이지요.

ADHD 아이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새로운 생각들이 꼬리를 잡고 이어집니다.

중요한 생각과 덜 중요한 생각이 구분되지 않고 뒤죽박죽 뒤섞여 있습니다.

아이는 얼마나 정신이 없고 혼란스러울까요.

한쪽에선 흥정을 하고, 다른 한쪽에선 호객을 하고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북적북적한 시장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 이럴까요. 

나름 수많은 정보와 감각을 처리하느라 분주한 아이이기에

안타깝게도 제가 하는 말은 자주 잊힙니다. 


아이가 ADHD라는 걸 알기 전까지

전 위에 언급된 말을 자주 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자꾸 까먹는 아이가 야속했습니다. 그리고 걱정됐습니다.

제가 자꾸 까먹는 아이에게 건넨 말은


아이를 탓하는 말.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말.

엄마의 답답함이 담긴 말.

엄마의 원망이 담긴 말.

이었던 걸 알게 됐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아이는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실수를 하는 아이 그리고 '내가 실수해서 그래'라며 자신을 탓하게 된 아이

아이의 '실수'와 '자책' 사이에 

지적하는 말, 탓하는 말, 답답함이 담긴 말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미안합니다.



처음엔 제가 아이에게 하는 말이 

아이를 탓하는 말이라는 걸 인식조차 못했습니다.

당시 저는 아이가 잘 기억하게 하려고 주의를 주고자 했을 뿐입니다.


우리들은 의도치 않게, 의도와 달리,

'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라는 속뜻을 담아 말합니다.

상대를 탓하는 말. 


"왜 또 까먹어(왜 자꾸 까먹어서 엄마를 불편하게 해)"

"저번에 말했잖아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저번에 말했는데 왜 또 이렇게 해서 엄마를 신경 쓰이게 해)"


감정과 행동 사이에는 적절한 경계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 감정은 내가 처리해야 하죠. 

저는 이게 조금 미숙했습니다.


부정적 감정을 실어 내뱉은 말은 눈덩이 효과가 있습니다.

되돌아오는 말에도 부정적 감정이 실리기 때문입니다. 

핑퐁 대화 속에서 

부정적 감정은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고

원래 내가 의도했던 '행동 변화'는 요원해집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행동변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이와 저 사이의 불편함을 없애려면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훈육의 말을 해야 했습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말을 했지만 아이의 행동이 바뀌지 않았다면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 말들이 효과가 없었다고.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때 아래 문장을 만났습니다.


"중요한 거야. 꼭 기억해"


오은영 소아청소년전문의의 책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에 나와있었습니다.


간단명료한 이 말은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부정적 감정이 실려있지 않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의도를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아이가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이의 편도체를 자극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킵니다.


'중요한 거래. 기억하려고 노력해 봐야겠다.'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아이의 현 상황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바다가 의도적으로 건성으로 들은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바다가 엄마를 화나게 하려고 잊어버린 게 아닙니다.


아이는 자신의 상황에서 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빈약한 주의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수하지 않으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의 현재 모습을 존중해 줄 첫 번째 사람은 가족 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말은 엄마인 저에게도 효과가 컸습니다.

아이에게 나은 행동을 제안하는 말을 하면서부터 

아이와의 갈등 상황이나 훈육 상황에서 평정심을 보다 더 잘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훈육 상황에서도 힘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제게 의미 있는 말입니다.

"중요한 거야. 꼭 기억해"

저 스스로에게도 늘 이렇게 말해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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