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쇼핑몰에서 요가복을 검색했다. 가장 요가스러워 보이는 바지와 셔츠, 재킷을 골랐다. 특히 양말이 1+1 행사 중이라 색깔, 모양별로 넉넉히 샀다. 학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선생님이 복장만큼은 완벽하다고 했다. 왠지 모를 뜨악한 표정이었지만… 수업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나로선 그저 흐뭇했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선생님이 조심스레 말했다.
“양말은 벗으셔도 되는데요.”
난감한 목소리였다.
사실 나는 요가복을 검색하기 전엔 요가 양말의 존재를 몰랐다. 역대급 특가라며 추천하길래 필요하겠거니 했다. 발레 할 때의 발레 슈즈 정도로 여겼다.
양말은 무좀 방지 발가락 양말과 흡사한 모양으로 발등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멍이, 바닥에 미끄럼 방지 패드가 있었다. 기왕에 산 양말이었고 날씨가 추웠기에 나는 선생님의 조언을 허투루 듣고 색색의 양말을 신었다. 날마다 바꿔가며 신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른 수강생들의 차림새를 알아차린 건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그날은 어째서인지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각자의 매트 위에서 나무 자세를 하고 있었다. 곧잘 쓰러지는 나는 자세를 포기하고 잠시 쉬고 있는데 하필 사람들의 발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을 비롯해 그 누구도 양말을 신지 않았다. 어? 이게 아닌가? 살짝 부끄러워진 나는 다음 시간부터 양말을 벗었다.
이렇게 양말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세의 기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함이다. 내가 양말을 벗자 선생님이 슬그머니 다가와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매우 속 시원하다는 톤으로 말이다. “양말의 보조를 받지 않고 감각을 깨우는 게 좋아요.”
그도 그럴 것이 신발을 신고 다니는 현대인은 발의 감각이 둔하고 유연하지 못하다. 발바닥 아치도 쉽게 무너지는데 이로 인해 신체를 움직일 때 인대와 근육에 긴장이 많고 자세가 불안정하다. 발목, 무릎, 고관절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되고 중심을 잡기 위해 척추의 모양도 변한다. 따라서 우리 몸은 지면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건강할 수 있다.
아사나에서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지면에 닿은 신체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자세에 대한 접근 자체가 안 된다. 누워서 천장만 보던 아기가 목을 가누고 뒤집고 배밀이를 하다, 기고 두 발로 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땅을 딛고 몸을 지지할 수 있어야 다음 자세로 넘어갈 수 있다. 셀 수 없이 엎어지고 무르팍이 깨지는 중력과의 밀당을 통해 아이가 걷고 뛸 수 있는 것과 같다. 중력과 조화를 이루는 만큼 아이의 세상이 넓어지는 것처럼 땅을 밀어 몸을 세울 수 있어야 다양한 아사나를 경험할 수 있다.
결국 나는 일상에서 요가 양말을 신기로 했다. 일반 양말보다 발가락 움직임이 활성화 된다. 수업에선 지면과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맨발로 노력 중이다. 선생님은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기 앞에 선 엄마처럼 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