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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Jun 12. 2019

무자녀 부부에 대한 편견

그들의 고정관념, 그리고 나의 고정관념

남편과 연애를 할 때부터 우리는 자연스럽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결혼 후에 ‘무자녀 부부’로 사는 것에 합의가 됐다. 이 부분은 남편을 만난 것만큼이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연애가 지속되는 몇 년 동안 친구들과 지인들은 “왜 빨리 결혼을 안 하냐?”라고 여러 번 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노산되기 전에 빨리 결혼해야지”였다. 그때마다 나는 “우린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안 낳기로 했다”라고 말했지만 우리의 얘기를 아무도 믿지 않는 분위기였고, 몇몇은 농담인 줄 알고 크게 웃기도 했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지났고, 동갑인 우리는 33살에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한 후에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빨리 아이 낳아야지”였다. 결혼 전부터 그들이 물어볼 때마다 우리의 ‘가족계획’에 대해 밝혀왔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듯했다. 우리의 얘기를 귀담아들을 생각도 없는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계획을 궁금해했다. 이건 무슨 웃긴 상황인지? 출산을 할 생각이 없다는 나의 말을 믿지도 않을 거면서 다음에 만나면 또 물어보는 상황, 마치 내 입에서 생각이 바뀌어서 아기를 낳으려고 한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물어보기로 작정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그들은 국가에서 파견된 출산장려 대사라도 되는 걸까?

결혼을 하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불임부부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고, 특이한 부부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대부분 애 안 낳는다고 하고는 결국은 애 낳던데, 특이하네’라는 말을 듣는 상황이다. 그리고 자녀가 없는 우리의 결혼생활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선을 느꼈고, “둘이서 뭐해? 둘이 무슨 얘기해?”라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에 대한 그들의 결론은 무조건 <애가 없어서>였다. 우리가 둘이 여행을 자주 가면 <애가 없어서> 가능한 것이고, 우리가 둘이 산책을 하는 것도 <애가 없어서>, 우리가 기념일에 이벤트를 해도 <애가 없어서>, 우리가 사이가 좋아도 <애가 없어서>, 우리가 가끔 싸워도 <애가 없어서>이다. 그들에겐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애가 없어서>였다. 물론 부부가 둘만 살기에 가능한 것들이 분명히 있다. 충분히 인정한다.


그런데 서로 정반대의 결과에 대해서도 원인은 <애가 없어서>인 것은 좀 의아했다. 가끔 자녀 없이 이혼하는 연예인 부부의 기사에 <애가 없어서> 그렇다는 댓글을 많이 봤고, 직장에서 혹은 지인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런 식의 얘기가 자주 오갔다. 부부가 사이가 좋은 것도, 부부 사이가 나쁜 것도 <애가 없어서>라니???

내가 김밥과 팥빙수를 집에서 만드는 걸 보고 지인이 "애도 없는데 그런걸 귀찮게 왜 하냐"고 했다. 그 순간 <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간혹 “너네 부부는 애 없어서 안 싸우지?”라는 질문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가끔 싸울 때도 있지”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이상하다. 마음속으로는 ‘너네 부부는 애 낳기 전에도 자주 싸웠잖아. 애 생기면 부부 사이 더 좋아질 거라고 하면서 애 낳았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말을 절대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우리부부의 모든 생활과 행동은 기승전 <애가 없어서>다. 어쩌면 이런 시선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들이 무자녀 부부에 대해 가지는 편견(고정관념) 일 것이다. 예전 직장에서 한 선배와 이런 일이 있었다.


선배 : 자기는 시간이 많으니까 연수나 자기 계발 프로그램 같은 거 많이 들어도 되겠다. 나 아는 사람도 애 없어서 그런 거 많이 하더라. 그래서 진급도 더 빨리 하던데.


나 : 아~~ 저에 대해 오해하셨나 본데, 저는 그렇게 열심히 안 사는데요. 저는 여유시간이 많은 삶이 좋아요. 그래서 애 안 낳는 것도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녀가 없는 사람들이 가사나 육아를 하지 않으니까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뭔가 다른 것들을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간혹 나에게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난 강아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는 고양이는 심하게 무서워한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우면 해야 하는 뒤치다꺼리를 싫어한다. 내 주위의 미혼(비혼)인 지인들도 의외로 별다른 취미가 없고, 그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나는 무자녀 부부에 대한 편견이 없을까? 가끔 지인들이 나에게 ‘너는 그대로다’라고 말할 때 ‘나는 애가 없으니까 또래보다 젊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나 출산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또래보다 젊고 건강하고 활기차 보여야 한다는 편견, 자유롭게 여행도 해야 할 것 같은 편견을 나 역시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가지는 무자녀 부부의 편견에는 다소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소심하게 항변을 하자면 나는 이런 편견을 상대방의 면전에서 표현하지 않고 그저 속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으로 끝낸다는 것이다.


견이나 고정관념이 맞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하더라도 모든 경우가 그런 것처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여 상대방의 면전에서 ‘이래서 그렇다, 저래서 그렇다’라고 평가하듯이 말하는 건 참 별로다. 누구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제발 생각만으로 그쳐 주기를... 그리고 상대방의 대답을 믿지도 않을 거면서 물어보지는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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