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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약사 Mar 02. 2022

퇴사해도 점심은 잘 챙겨 먹어야죠

오늘 먹은 것이 내일의 내가 되니까

퇴사 후 예상치 못한 난관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점심식사!


직장에 다닐 때 점심식사는 오후 근무와 세트 메뉴처럼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퇴사 후 집에 있다 보니 점심을 챙겨 먹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침, 저녁은 부모님과 함께 먹지만 점심은 혼자 먹어야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혼자 먹으려고 스스로 챙기는 점심 식사는 무척이나 귀.찮.다.


그래도 처음에는 나름 잘 챙겨 먹는다고 이것저것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 먹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과정 자체가 번거롭기도 하고, 혼자 먹으면 가족들과 함께 먹을 때만큼 맛도 없었다. 결국 배가 고프니 먹기는 해야겠고, 그런데 이것저것 차려먹기는 귀찮고, 그러다 보니 허기만 채운다는 느낌으로 냉동식품이나 과자, 요거트 같은 걸로 대충 점심을 때우게 되었다.

 



냉동식품과 군것질로 점심을 해결하던 어느 날, 배탈이 났다. 정확히 뭐가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양가 없는 음식을 계속 공급받던 나의 장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고생하고 나서야 건강한 음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 한 가지, 매끼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엄마의 노고도 새삼 깨달았다.(엄마, 고마워.. 나 독립했으면 어쩔뻔했어...)


그런데 고생하는 나를 보고 엄마가 한마디 했다.

"밥을 해서 먹으라는 것도 아니고, 있는 밥에 반찬만 챙겨 먹으면 되는데 그걸 안 하더니.. 쯧쯧.."

불난 집에 부채질이었다.(고마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배탈로 고생한 이후로, 혼자 있어도 제대로 된 점심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를 위해 따뜻한 밥을 뜨고 국을 데운다. 그리고 반찬이 없으면 하다 못해 계란 프라이라도 하나 해서 먹는다. 때로는 빵을 굽고 카야잼과 버터로 카야토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달콤하고 고소한 토스트와 따뜻한 우유 한잔이면 훌륭한 한 끼가 된다. 그리고 후식으로 딸기를 씻어먹기도 한다.


마냥 귀찮다고 생각했던 그 과정들을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살뜰히 챙기는 느낌이랄까. 조금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끼니는 제대로 챙겨 먹자는 다짐을 해본다.(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잘 먹어야지!)


cf 광고처럼 '오늘 먹은 것이 내일의 내가 되니까', 냉동식품과 영양가 없는 과자로 채워진 나보다는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채워진 내가 더 낫겠지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식사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의외로 크다. 하루의 질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또 오후에 운동을 하고, 책을 읽을 때도, 점심을 잘 먹은 날은 에너지가 충만하다.


내일의 나를 위해 잘 챙겨 먹어야지...




'약식동원'이라는 말이 있다.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말이다.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 또한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우리 매일 먹는 음식과 건강과의 관계를 잘 나타내는 말들이다.


사실 굳이 이런 말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건강한 식생활의 중요성은 다들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나를 포함하여)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지만 영양가는 없는 음식들로 자신의 몸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초보 퇴사자 시절 호된 경험을 통해 건강한 음식의 중요성을 깨달은 나는, 이제 나를 위한 점심식사를 정성스럽게 차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퇴사해도 삶은 계속되니까, 점심은 잘 챙겨 먹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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