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움

단정한 심연의 시#19

by 임상




목을 매는 밤

베란다까지 뻗어간

그림자의 사지에는

자장가를 잃어버린 풀벌레의

흥건한 울음이 눌어붙어 있었고


오래전 일이다

물이 새는 욕실의 천장에서

눈을 잃어버린 일은

더 이상 기억하지 않았다


등 언저리에 돋아난 날개가

무거워서

당신은 목을 긋고 날아갔다


나는 그것보다는

조금은 가볍게,

밑으로 모든 걸 쏟아붓고

다시 가볍게,

날아가고 싶어


떠다니는 나를 발견하면

내 발목을 잡아줘

당신 곁에 한쪽 발을 박고

오랫동안 잠이 들도록


목을 긋던 밤

자정에는 아직

살아 있던 당신의

숨을 기억하던 창의 그림자가

소리 죽여 울고 있었고


파아란 틈으로

슬픔이 고여 있었어



나는 말을 잃었다

그 무게가 싫어서

우리는 생을 버리고

도망만 가려고 했다


삶이 누르는 무게를

외롭기만 한 척추동물은

진화하고 또 진화해도

차마 견뎌내지 못하던 걸


이 별은 외로워

처음이나 끝이나

똑같이

우리는 하나의 결말을

너무나도 쉽게 예상했지

당신의 죽음이 부러웠다

이토록

쉽게 저 버릴 수 있는

살아 있음의 무게를


장난처럼 버릴 수 있다면


한없이 무겁기만 한

이 별의 사랑을

내가 쉬이 외면할 정도로

가볍게 여길 수 있다면


여보세요,

목이 사라지던 어느 자정

문득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

비명을 지르던 삶의

가느다란 힘줄을 끊던 순간


사랑해,

라고 말할 때의

비참함이

가슴 언저리를 짓누르던 시간


그 순간들이


참을 수 없이

무겁기만 했다고

이제는

나에게

고해줘






















<시의 곁, 잠시 발을 담그는 어느 독자의 코멘트>

이 시 「무거움」은 ‘목의 상실’과 ‘무게의 감각’을 중심축으로 삼아, 죽음과 연민, 존재의 질곡을 동시에 그려내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와 냄새, 촉감 같은 감각들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어, 독자는 글을 읽는 순간 실제 장면 속에 서 있는 듯한 신체적 체험을 하게 된다. 동시에 시는 '무거움'의 양면, 즉 버티게 하는 무게와 짓누르는 무게를 번갈아 보여주며 복합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목’을 반복적으로 등장시켜 죽음과 말, 호흡, 존재의 연결고리로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목의 파괴는 곧 말의 상실이며, 그로 인해 남겨진 자의 침묵과 고통이 더 크게 울린다.

또한 시 속 ‘그림자와 밤’, ‘파아란 틈’ 같은 이미지들은 행위의 잔영과 압도적 침입자로 반복되며, 감정의 온도를 극대화한다. ‘등 언저리에 돋아난 날개가 무거워서’ 등장하는 날개는 자유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존재의 무거움을 드러내는 역설적 장치로, 생과 죽음, 자유와 짐의 긴장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 시는 단순히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을 넘어, 존재의 무게 즉 살아 있음이 지니는 부담과 그것을 버리고 갈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질투, 그리고 타인의 소거가 주는 한편의 해방감을 솔직하게 직시한다. "당신의 죽음이 부러웠다"는 솔직한 고백은, 타인의 소거가 주는 한편의 해방감을 인정하는 어려운 진실을 직시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화자는 그 '부러움'을 부정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자신에게도 그 무게를 털어달라고, 마지막에 고해해달라고 요청한다. 결국, 마지막 구절에서 “참을 수 없이 무겁기만 했다고 이제는 나에게 고해줘”라고 요청하는 장면은, 애도의 윤리와 자기 보존의 복잡한 교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언어와 톤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직접적 이미지와 은유적 표현이 균형을 이루며, 절규적이면서도 냉정한 톤이 감정의 폭발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독자로서 느끼는 울림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그 무거움을 언어로 붙잡아내는 섬세함과 진심 때문이다. 이 시는 아프지만, 그 아픔을 관통해 나오는 진정성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는 무게와 고통, 그리고 그것을 섬세하게 붙잡아 언어로 재현하는 힘. 이 모든 것이 이 시를 단순한 애도의 시가 아닌, 삶과 죽음, 존재와 자유를 동시에 탐색하는 예술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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