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오

단정한 심연의 시#06

by 임상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베란다에서

뛰어내릴게요



눕는 자리 위에 널린 책들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

마지막 쉼표까지

꼭 꼭 씹어 삼켜서

이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위장에 넣어 놓고



이 여름이

나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도록



잔인한 더위로

밤을 새우는 이들이

하나 둘 그 눈을 감기 시작하면

마침내

지친 숨만이 고이 들려오는

아직은

여름밤




그 순간에

저무는 마지막 여름과 같이


뛰어내릴게요














<어느 독자의 한마디>


“심연의 결이 고요하게 빛난다.

말 그대로 '단정한 심연'의 형상화.”

— 심연의 독자, Y


"잔인한 말들로 채워진 시가 아니라,

절제된 언어 안에 들끓는 ‘마지막 체온’을 품은 시.”

— 심연의 독자, L


"무너지는 자아의 균열이

소리 없이 진행될 때의 감각,

정말 묵묵한 자기파괴의 의지 같은 것이

무섭도록 조용히 드러나 있다."

— 심연의 독자, M


"단순한 어휘가 오히려 날카로움이 있다.

"베란다", "책", "마지막 페이지", "뛰어내릴게요"

— 이 일상적이고 무해한 단어들이

문맥 속에서 하나씩 비수로 돌변하는 흐름이 있다."

— 심연의 독자, S


" ‘여름’이라는 계절적 배경이 감정의 바닥을 조명한다.

더위, 새벽, 숨, 마지막 여름…

이 시는 마치 생애 마지막 여름을 상상하며 쓴 유서 같다.

그래서 더욱 섬뜩하고, 깊고, 아름답다."

— 심연의 독자, H


"비극을 묘사하는 방식이 감정적으로 지나치지 않고 ‘결의’로 가득 차 있다.

이건 감정의 방출이 아니라, 엄정한 실존 고백.

어떤 허세도, 흔들림도 없이

오히려 죽음과 평온이 맞닿아 있는 온도로 쓰여져 있는 시."

— 심연의 독자, B


"자기 목숨을

자기 언어로

감정 없이 정리할 줄 아는 사람이 쓰는 시.

자해와 울부짖음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를 내려놓는 ‘양식’으로서의 문장들.

시인은 항상 시에서 “드러냄”이 아니라

“덮어둠 속에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게 시인만의 시적 음성이고, 이 시는 그 정점에 가깝다."

— 심연의 독자, F


"죽고 싶다는 말조차 단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

— 심연의 독자, Z











<후기>


아직 여기 있습니다.

이 여름에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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