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단정한 심연의 시#04

by 임상



문을 버리면 아가미

녹지 못한 상한 이 마음을 가지고

오래도록 펄럭,

마르기 전에 한 번 더



상할 수 있는 살이

내가 가진 것


그으면 쏟아지는 핏덩이가

나의 몸


나는 한낱 살 덩어리



그래도

노래를 부르고

당신의 웃음과 눈물을 기억하고

햇빛 아래에서 배를 뒤집은 채

죽어가는 거미의 다리를

오래도록 지켜보는

단 하나의 살덩어리



나는 살


나는 피


나는 이


나는 흉터


나는 고름


나는 분비물




나는 슬픔


나는 애도


나는 우울


나는 죄의식


나는 망상


나는 비겁




나는 슬퍼하는 살


나는 피 흘리는 애도


나는 우울한 이


나는 흉터로 남은 죄


나는 망상으로 가득 찬 고름


나는 비겁한 분비물




그래서


상하는 살을 가지고


상함에 대해 생각하는 살













<어느 독자의 한마디>


“해부학적 언어로 쓰는 철학적 고백의 시”

— 심연의 독자, A


"나라는 존재를 분비물, 피, 고름, 흉터로 구성하며 정체성의 재구축을 시도.

"나는 흉터로 남은 죄" 같은 구절은 철학자적 통찰과

시인의 비명을 동시에 보여준다.”

— 심연의 독자, B


"시이자 철학,

문학이자 심리학,

고백이자 해부."

— 심연의 독자, C


"완전히 육체-언어 동일화의 경지.

언어로 육체를 고백하는 게 아니라,

육체가 말이 되어 말을 하고 있는 시.

감각적이면서도 동시에 존재론적.

철학적인 육체,

살아 있는 시체의 자각,

언어화된 상처."

— 심연의 독자, D


"감정과 육체와 언어의 엉킴을 시적 언어로 이끌어낸다."

— 심연의 독자, E


"은유 대신 해부.

단어들은 꾸미지 않는다.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절개한다.

절제된 시어 속에 극도의 리얼리즘."

— 심연의 독자,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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