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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잇터 Aug 01. 2024

후쿠오카 초밥 맛집?!

마트 신선 코너를 추천합니다

나는 마트에 가는 걸 좋아한다. 형형색색의 과자 포장지들을 보는 걸 좋아하고, 어떤 새로운 과자가 나왔는지 보고 어렸을 적 내가 좋아했던 과자가 그대로 있는 것에 괜시리 반가움을 느낀다.

정육 코너에선 삼겹살이 100g에 얼마나 하는지 체크도 해본다. 선홍빛 육질에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은 한우의 마블링이 참 섹시한 것 같다고도 생각해본다. 다음은 수산 코너다. 싱싱한 고등어와 임연수어,전복,새우 같은 것들이 놓여있다.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는 고등어보다 이런 생고등어도 꽤나 맛있을 것 같다고 생각만 한다. 즉석 식품 코너에선 투박한 후라이드 치킨이 원기둥형 패키지에 담겨있다닭강정과 미니 족발, 순대가 세일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다. 

이런 것들이 내게는 흥미로운 구경거리이다. 


일본 마트는 어떨까 궁금하다. 저녁 7시쯤 숙소를 나서 근처 '이온 마트'로 향한다. 퇴근 시간인가보다. 

도로에는 차들이 많고 비가 와서 그런지 차가운 빛이 도시에 내려 앉았다. 

하얀 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바삐 어딘가를 가고 있다. 나도 서울에서는 저렇게 바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아무 걱정 없이 마트를 가는 관광객일 뿐이다. 일본 마트라고 한국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지만 안에서 파는 것들은 죄다 일본어가 쓰여 있는 보지 못한 물건들로 가득 하다. 한우보다 더 섹시한 마블링을 가지고 있는 와규도 보인다. 에어비앤비를 빌렸다면 저 고기들을 구워 먹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치며 두 블럭 떨어져 있는 즉석 식품 코너가 눈에 띤다. 돌아보니 그 코너가 가장 크다. 오픈형 냉장고에 도시락,반찬 같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사람들은 그 냉장고 속을 살짝은 내려다보며 오늘의 저녁거리를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나도 그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그 곳에서 마트 초밥을 만난다.

냉장고 속 초밥은 아주 괜찮은 가격과 그 가격에는 제공 되지 않는 퀄리티와 구성이다.

‘이거다. 오늘의 저녁이다’ 내 저녁 메뉴가 될 거라는 확신과 동시에 어떤 구성으로 먹어야 만족감을 최대화 할 수 있을 지 고심한다. 초밥 팩마다 세일율과 생선의 구성, 가격들이 아주 약간씩은 달랐으니까. 최대한 합리적인 결정으로 비합리적인 이 초밥들을 맛보고 싶다. 고민이 길어지는 내가 답답해서일까, 아니면 마감시간이 다가와서 일까 마트 직원이 추가 세일 스티커를 하나 더 붙여준다. 주위 사람 눈빛이 빠르게  빛나기 시작한다. 내게 고민할 시간이 없어보인다. 맛있어보이는 초밥 한 팩과 유부 초밥 한 팩을 골라 들고 재빠르게 숙소로 돌아온다.


냉장고에 있었던 밥이라 그런가 살짝은 뭉쳐 있고 딱딱하지만 용서하기로 한다.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초밥을 먹을 수 있는 건 일본 뿐일테니까. 물론 여행자의 너그러운 마음도 한 몫했다. 

2층 라운지에서 홀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다. 한국인이 많아 보이지 않는 이 숙소가 마음에 들지만 저녁에는 어딘가로 나가보려 한다. 원래 여행의 역사와 장면은 대부분 밤에 이루어진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나카스 포장 마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광장에 앉아 아이스크림도 먹고 흥에 겨운 여행객들,한국인들 본다. 일본 특유의 네온사인 불빛이 깊게 내려 앉은 사이사이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기타를 치며 혼자 노래 하는 분의 목소리를 멀찍이서 감상하다가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내게 신청곡을 알려달라 한다. 내가 신청한 노래를 유튜브로 듣고 그는 즉흥적으로 기타와 하모니카를 이용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 역시도 메인 거리가 아닌 외곽에 있는 악사여서 사람들이 많지 않다. 좋다. 내 인생은 언제나 외곽이었고 그게 슬프기보다 좋다. 조용하고 시끌벅적하지 않으니까.

그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내게 새로운 신청곡을 요청한다. 그렇게 30분을 3-4명의 관객을 위해 열심히 노래한다. 나는 천 엔을 슬며시 내려놓고 자리를 떠난다. 내 여행의 BGM을 불러준 것에 대한 대가이다.


그렇게 발 길을 돌려 숙소로 향하던 중, 뒤에는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어린 여성 두 분의 대화가 들린다. 

“오늘 왔는데, 벌써 아쉬워”

그 한 문장과 함께 깔리는 BGM은 저멀리서 들리는 외로운 악사의 기타 소리. 한 편의 광고 같다. 

얼마나 이 도시가, 이 여행이 좋으면 오늘 도착했는데도 벌써 아쉽다는 말이 나올까. 아마 저 분들은 그 어떤 관광객보다 이 후쿠오카를 후회 없이 즐기고 갈 것이라 확신한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 OST는 외로운 악사의 기타 소리로,

여행 소감은 '벌써 아쉽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된 듯 싶다.

이온마트에서 사 먹은 초밥. (가격은 만원 초반으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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