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은 편지다.’
아주 예전에 어느 특강에서 들었던 말인데요.
참 좋은 비유라 저도 종종 써먹곤 합니다.
도면은 작업자들과 주고받는 편지입니다.
그래서 갖추어야 할 형식이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말이죠.
심지어 그 나라 언어를 몰라도 도면은 읽을 수 있답니다.
가장 많이들 보셨을 평면도로 예를 들어볼까요?
평면도는 건물을 1.2m~1.5m 높이에서 수평으로 잘라 위에서 바닥면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우리는 평면도에서 먼저 공간의 형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긴 직사각형인지, 코너 부분이 둥근 형태인지 등등 말이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벽체의 두께를 알 수 있습니다.
창호(문과 창문)가 어디에 있는지도
각 방의 위치와 크기가 어느 정도 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여기 두 개의 평면도가 있습니다.
(아! 같은 공간은 아닙니다)
둘 다 평면도이지만 왼쪽에 비해 오른쪽 평면도가 더 복잡해 보입니다.
필요에 따라 단순한 내용만을 표기하기도 하고 많은 내용을 담기도 합니다.
그러나 평면도라면 꼭 표기해야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평면도(Floor Plan)에 표시하는 내용
1. 벽, 기둥 등 구조체
2. 창호(창과 문의 크기, 개폐방식)
3. 가구 및 위생도기(고정가구, 큰 가구 위주)
4. 바닥 마감재, 바닥 레벨, 단차이
5. 치수와 도면 제목 및 축척(공통)
와, 평면도에 이러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니!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여기에는 조명을 알 수 없습니다.
네, 그래서 천장도도 필요합니다.
천장도는 반대로 수평을 잘라 위를, 천장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공간의 형태는 평면도와 같습니다.
대신 천장도에는 천 장면에 부착되는 정보를 기재합니다.
여기서 조명 정보는 조명의 형태를 실제 조명과 똑같이 그릴 수는 없기에 기호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기호가 무슨 의미인지, 몇 개의 조명이 적용되는지를 표로도 제시합니다.
이런 표를 범례표(Legend)라고 합니다.
레전드는 전설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전설 외에도 범례(기호 설명표)의 뜻도 가지고 있답니다.
천장도(Ceiling Plan)에 표시하는 내용
1. 벽, 기둥 등 구조체
2. 창호의 위치, 커튼박스
3. 조명기구
4. 각종 설비(스프링클러, 흡배기구, 천장형 에어컨 등)
5. 천장 마감재, 천장고, 단차이
6. 범례표
7. 치수와 도면 제목 및 축척(공통)
평면도와 천장도를 보면 이 공간에 대한 감이 어느 정도 잡힐까요?
음,,, 아직 어렵습니다.
평면도와 천장도에는 높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간은 가로(X축), 세로(Y축), 그리고 높이(Z축)가 있는 3차원인데
위의 도면에서는 가로, 세로만 있습니다.
즉, 두 개의 축의 길이를 표기하기 때문에 2D 도면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작업을 위해서는 가로와 높이값이 있는 입면도(Elevation)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평면도, 천장도, 입면도(그 외 상세도 등)를 통해 공사에 필요한 물량을 산출하고,
목공, 설비, 미장, 전기 작업들이 이루어집니다.
목공기술자들은 이 도면들을 가지고 어느 부분에 목공사가 들어가는지를 파악합니다.
필요한 합판을 자르고, 설계자가 원하는 형태를 만들거나,
전기기술자들은 천장도를 보면서 각기 다른 조명들을 어디에 설치하는지,
그리고 얼마큼의 간격으로 설치하는지를 파악합니다.
사실, 실무를 할 때 도면을 그리는 작업은 지루하기도 했답니다.
선을 그렸다 지웠다 옮겼다를 반복하고 반복합니다.
그러나 모든 선은 한 글자 한 글자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굵은 선과 가는 선, 그리고 점선 모두 뜻을 갖고 있습니다.
때론 내가 그린 잘못 그린 1cm가 현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고요.
네, 그래서 도면은 설계자와 작업자와의 편지입니다.
실제 공간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도면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도면은 읽기 어려운 편지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보기 쉬운 그림편지도 있습니다.
다음 편에는 쉬운 도면 가지고 올게요!
모든 선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