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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쉽지 않은 가치투자 – 2015년

by 박카스

『워런버핏 라이브』 : 생각만큼 쉽지 않은 가치투자 – 2015년




Q. 10년 후 이익이 대폭 증가한다고 확신할 만한 기업의 특성을 5개 정도 알려주겠습니까?

멍거 :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만능 공식은 없습니다. 산업마다 특성이 모두 다르며, 우리는 계속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의 능력이 10년 전보다 나아졌길 바랄 뿐입니다. 공식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버핏 : 투자하기 전에 고려하는 항목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항목들로 종목을 걸러내는 광정에서 투자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기업별로 적용하는 항목은 매우 다르지만 5~10년 후 기업의 모습을 합리적으로 예측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 회사의 경영진과 정말로 동업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아니요”라는 답이 나오면 여기서 분석을 종료합니다. 5대 특성 같은 것은 없습니다. 있더라도 찰리는 나에게조차 알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


Q. 좋은 평판을 얻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친구와 동료에게 사랑도 받고 싶습니다.

버핏 : 초창기에는 찰리와 나 둘 다 밉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훌륭한 선생을 만났습니다. 내가 존경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존경받고 싶다면 존경하는 사람을 닮으십시오. 주변에서 존경하는 사람을 찾아내 그들의 장점을 적고, 그들과 닮겠다고 결심하십시오. 다른 사람의 단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와 같은 자신의 단점을 없애십시오. 결혼 상대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성이나 유머가 아닙니다. 눈이 높지 않은 사람을 찾으세요.

멍거 : 저축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버핏 : 어린 시절부터 저축 습관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면 인생이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 일찌감치 자녀에게 돈에 관해서 좋은 습관을 키워주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녀가 어릴 때 서둘러 시작하세요.


Q. 지난 50년 동안 버크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실패 사례는 무엇인가요?

버핏 : 연차 보고서에서 여러 번 논의했지만, 1990년대 중반 4억 달러에 인수한 덱스터 슈*입니다. 치열한 경쟁 탓에 이 회사의 가치는 결국 제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덱스터 인수 대금을 버크셔 주식으로 지급했는데 현재 가치로는 60~70억 달러에 이릅니다. 이 어리석은 결정을 생각하면 지금 버크셔 주가가 하락하길 바랄 정도입니다. 덱스터는 나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내가 잘못 판단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주식을 발행할 때마다 실패했습니다. 그렇지 않은가, 찰리?

멍거 : 그래서 이제 웬만해서는 주식을 발행하지 않습니다.

버핏 : 다른 실패 사례는 우리가 초창기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나와 가족, 친구의 모든 재산이 버크셔에 들어가 있었으므로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는 있었겠지요. 하지만 가족이 무일푼 될 확률이 1%에 불과하더라도, 좋은 기회를 놓칠지언정 더 위험을 떠안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과거에 큰 기회를 놓쳤다고 말할 것입니다.

멍거 : 레버리지를 사용했다면 버크셔가 훨씬 더 커졌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밤잠을 설쳤을 것입니다. 밤잠을 설치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

버핏 : 특히 돈 때문에 설친다면 말이지요!


Q.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은 어떤가요?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보유하기에 가장 유리한 종목*은 무엇인가요?

버핏 : (...)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보유하기에 가장 유리한 종목은 추가 자본이 필요없는 회사입니다. 일전적으로 부동산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55년 전에 집을 지었거나 샀다면, 이후 추가 자본이 필요 없었으며 인플레이션에 의해서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반면 전력회사나 철도회사라면 인플레이션 기간에 감가상각비가 증가해 추가 자본이 들어갑니다.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기업은 전반적으로 불리해집니다. 인플레이션 기간에는 유명 브랜드가 매우 유리합니다. 시즈캔디는 오래전에 브랜드를 구축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기간에는 유명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므로 브랜드의 가치도 상승합니다.


Q. 버크셔는 대마불사 기업인가요?

버핏 : 유럽 규제 당국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 기관(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SIFI), 즉 대마불사형 기업을 주목합니다. 이러한 기업은 9개 정도입니다. 금융안정감시위원회는 미국 대형 은행과 GE, 메트라이프 같은 기업을 살펴봅니다. 엑슨모빌, 애플, 월마트 같은 대기업은 SIFI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SIFI는 매출의 85% 이상이 금융사업에서 나오는 기업으로 정의되기 때문입니다. 버크셔는 금융 사업에서 나오는 매출이 20%에 불과합니다. 실제 관건은 ‘버크셔에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 금융 시스템이 위태로워지느냐’입니다. (...) 우리는 금융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골드만삭스와 GE에 투자*했습니다. 버크셔는 현금 등 모든 면에서 사업의 안전성을 확보한 독특한 기업입니다. 나는 버크셔가 SIFI로 지정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근래 주가가 두 배 상승한 중국 시장에서도 가치투자가 통할까요?

버핏 : 한 걸음 물러서서 주식을 기업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주식이 쌀 때 투자하고 남들이 열광할 때 매도하십시오. 중국 시장은 미국보다 투기성이 강해서 변동이 극심하겠지만 기회도 그만큼 더 많을 것입니다.

멍거 : 중국은 투기 열풍을 가라앉히는 편이 현명합니다. 가치투자가 한물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물건을 살 때 가치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그러나 가치투자가 쉬워 보여도,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버핏 : 투자는 장기 관점으로 해야 합니다. 1주일 만에 돈을 벌려고 농장을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Q. <국부론>을 읽고 무엇을 배웠나요?

버핏 : <국부론>에서 경제학을 배웠습니다. 빌 게이츠가 준 책입니다. 아담 스미스, 케인스, 리카도의 저작과 프레드 쉐드의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Where Are the Customers’ Yachts?>를 읽으면 지혜가 풍부해질 것입니다.

멍거 : (...) 그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나오는 생산성의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

버핏 : (...)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서 생산성이 개선되었습니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각자 가장 잘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우리는 각자 생산성이 가장 높은 분야에서 일해야 합니다.

멍거 : 버핏도 자신의 장 수술은 손수 하지 않습니다.


Q. 듀라셀의 핵심 배터리 사업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해서 세금 혜택을 받지 못했더라도 이 거래를 할 생각이었나요?

버핏 : 이 거래를 통해서 프록터 앤드 갬블과 버크셔 둘 다 세금 혜택을 받았습니다. (...)

이러한 주식 교환 방식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




* 버크셔의 덱스터 슈 인수 : 1993년,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메인주에 본사를 둔 신발 제조업체 덱스터 슈(Dexter Shoe)를 인수했다. 덱스터 슈는 당시 연 매출 2억 5천만 달러와 순이익 4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탄탄한 사업 기반과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버핏은 이 회사를 약 4억 3,300만 달러 상당의 버크셔 해서웨이 클래스 A 주식 25,203주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인수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게 뼈아픈 실책으로 남게 되었다.


덱스터 슈는 해외, 특히 중국과 브라질 등 저비용 생산국들의 경쟁력 강화로 급속히 시장에서 입지를 잃었다. 값싼 외국산 신발이 품질까지 개선되면서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던 덱스터는 경쟁력을 상실했고, 결국 2001년에는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H.H. 브라운이라는 다른 계열사에 통합되는 운명을 맞았다.


버핏은 이 인수를 ‘끔찍한 실수(gruesome mistake)’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회사를 잘못 인수했다는 점을 넘어, 그는 버크셔의 주식을 대가로 사용했다는 점을 특히 뼈아프게 여겼다. 현금이 아닌 자사 주식을 지급함으로써, 그는 미래에 수십 배로 가치가 상승할 자산을 너무 싼값에 내준 셈이 됐다. 실제로 1993년 당시 덱스터 인수에 사용된 버크셔 주식은 2025년 기준으로 약 178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불어났다.


이 경험을 통해 버핏은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첫째, 기업의 경쟁우위는 겉으로 보이는 현재 실적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글로벌 시장 변화와 산업 구조의 흐름을 깊이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자사 주식은 현금보다 더 귀한 자산이 될 수 있으므로, 주식을 인수 대금으로 사용할 때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셋째, 무엇보다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통해 배우려는 자세가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가져온다는 교훈이었다.


덱스터 슈 인수는 버크셔 해서웨이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실패 사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워런 버핏은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이후 더욱 신중하고 단단한 투자 전략을 구축해 나갔고, 그 과정이 오늘날 버크셔 해서웨이를 세계적인 투자회사로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보유하기에 가장 유리한 종목 : 장기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화폐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원자재, 인건비 등 비용이 꾸준히 상승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는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가 이탈하지 않는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소비재 기업, 희소한 자원을 보유한 원자재 기업, 요금 인상이 가능한 에너지·인프라 기업, 금리 상승의 수혜를 보는 금융주가 적합하다. 특히 부채비율이 낮고 가격 전가력이 강한 기업을 선택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워런 버핏은 시장 전체가 극심한 공포에 빠진 상황을 기회로 삼았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투자 조건은 연 10% 확정 배당을 주는 우선주를 매입하고, 주당 115달러에 골드만삭스 보통주를 살 수 있는 워런트까지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이 투자는 금융시장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극한의 불안 속에서 이뤄졌지만, 버핏은 골드만삭스의 본질적 가치를 믿었다.


결국 골드만삭스는 위기를 극복했고, 버핏은 우선주를 상환받으며 약 13억 달러의 배당 수익을 얻었다. 이후 워런트를 행사해 보통주를 매각하면서 추가로 약 2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전체적으로 따지면 약 3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려 초기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60%를 훌쩍 넘는 결과를 만들었다.


같은 시기 버핏은 GE(제너럴 일렉트릭)에도 30억 달러를 투자했다. 구조는 비슷했다. 연 10% 확정 배당 우선주를 사고, 주당 22.25달러에 보통주를 살 수 있는 워런트를 얻었다. 하지만 GE는 금융위기 이후 사업 구조조정과 주가 하락을 겪으면서 기대만큼 큰 수익을 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고정 배당 덕분에 버크셔는 손해 없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 두 사례를 보면, 버핏은 위기의 순간에도 강한 기업에 확실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 투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공포에 사라"는 투자 철학을 실천으로 증명한 대표적인 순간이었다.


*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4년에 듀라셀(Duracell)을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이 거래는 2016년에 완료됐다. 이 거래는 일반적인 현금 매수가 아니라,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버크셔는 원래 듀라셀의 모회사였던 P&G(Procter & Gamble)의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P&G 주식을 듀라셀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듀라셀을 넘겨받았다. 쉽게 말해, 버크셔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P&G 주식을 내주고 그 대신 듀라셀이라는 회사 전체를 받았다.


이 방식의 핵심은 세금 문제에 있었다. 보통 자산을 팔아서 현금을 만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버크셔는 단순 매각이 아니라 "주식 교환(stock swap)"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세금 없이 이 거래를 진행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버크셔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P&G 주식의 평가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고, 듀라셀이라는 알짜 회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듀라셀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갖춘 기업이었고, 버크셔의 투자 스타일에도 잘 맞는 회사였다.


이 거래는 버핏 특유의 세금 효율성과 장기 보유 철학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즉, 세금을 최소화하면서 좋은 사업을 손에 넣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버핏은 항상 세금은 투자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해 왔는데, 듀라셀 거래는 그런 철학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 2015년 세계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중국에서는 2015년 상반기 급등한 주식시장이 6월 이후 폭락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지만, 오히려 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8월에는 위안화를 전격 평가절하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식시장에 충격을 줬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중국 경기 둔화’는 글로벌 시장의 리스크 요인으로 계속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원자재 가격 하락, 신흥국 경기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글로벌 시장은 변동성이 큰 한 해를 보냈다.


2015년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동안 0%대 초저금리를 유지해오던 미국은 2015년 12월, 마침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시장에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동시에,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 큰 변화를 예고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신흥국에서는 자금 유출 우려가 커졌고, 환율 불안정성이 확대되기도 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코스피 지수는 연중 대부분 박스권에 머물렀고, 중국 증시 급락과 미국 금리인상 이슈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며 하락 압력이 이어졌다. 특히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부진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라는 ‘3저’ 기조 속에서 내수 회복세도 뚜렷하지 않아 투자심리가 위축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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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홈페이지, 한국경제신문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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