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른이 된 피터팬 Sep 19. 2024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주의력 #선택 #필터링 #가치체계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은 뇌과학에 근거한 말이었다.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세상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들이 걸러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운동화를 살 계획을 갖고 있다면 길을 걸을 때 나도 모르게 사람들의 발에 시선이 간다. 디자인, 색상, 브랜드 등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마음에 드는 운동화 사기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뇌는 세상의 수많은 정보 중 나에게 중요한 정보들을 흡수한다.


이처럼 주의(attention)와 선택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끊임없이 유입되지만, 우리의 뇌는 이 모든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중요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주의는 우리 뇌가 세상의 방대한 양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필터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 뇌는 어떤 기준으로 정보를 선택할까? 다시 말해, 어떤 정보에 주의를 이동(attentional capture)하게 될까? 1) 현저한 자극(Salience-Driven)과 2) 목표/타깃의 특성(Goal-Driven)을 가진 대상에 자동적으로 주의가 가고 3) 내가 가치를 두는(Value-Driven) 정보들에 주의 포획이 일어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가치라는 것이 과거 경험에 기반한 학습 결과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1,000원이 가치가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적은 돈이라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이처럼 같은 것을 봐도 개인마다 다른 가치체계(선호, 관심사 등)에 의해 다른 해석과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HR적으로 유의미한 지점이다.


나아가, 주의 포획과 관련해 주의가 어떤 동기로 유도되는지, 특히 보상과 불확실성이 주의 포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실험들이 있다. Pearce&Hall(1980)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불확실한 결과를 가진 자극에 주의가 할당된다고 보았고, Mackintosh(1975)는 예측가능한 보상이 제공되는 신뢰할 수 있는 자극에 주의가 더 간다고 주장했으며, Cho&Cho(2020) 연구에서는 불확실성 자체가 보상에 대한 기대를 증대시켜 불확실한 보상 상황이 주의를 더 크게 포획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일반화의 시도 라기보다는 인간의 범주화 또는 경향성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 사람들은 개인마다 다른 경험과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어 이론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손실회피(Loss Aversion) 경향이 심한 사람은 손실이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고,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에 더 민감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은 한탕주의 성향이 있어 불확실한 보상 자체에 더 큰 주의가 끌릴 수도 있다.


오늘날 사회 전반을 봐도 경향성이 하나로 통일된다기보다는 크게 양분되는 양상을 보인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고 내수 경제가 침체된 상태가 지속되자, 안정지향적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저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편, 주식과 비트코인 등 불확실한 보상을 꿈꾸며 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따라서 개인에 대한 이해와 그 조직 구성원이 모여서 만들어진 조직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여 그들이 어떤 동기부여 요인에 의해 작동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제도를 만들어야 효과적일지 궁리하는 것이 HR적으로 유의미할 것이다.


이렇게 주의와 선택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하다. 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시간과 금전, 에너지 등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를 끊임없이 마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의 제한적인 정보처리 시스템에 반해, 현대 사회는 광고, 소셜 미디어 알람, 공부해야 할 새로운 지식 등 수많은 자극이 송출되어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심리적 피로를 유발한다. 만약 일상의 활력이 떨어졌거나 동기부여 되지 않는다면 나의 가치체계와 동기유발 요인을 먼저 점검하는 것은 어떨까? 어떤 것을 선택하고 필터링할 것인가. 주의력은 비단 학습과 업무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능력이다.


**예전에 <김생민의 영수증>이란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사연을 보내준 사람의 영수증 내역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소비습관이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점을 찾는 방송이었다. 방송을 보면서 영수증은 한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사람은 한 달 지출 중 술과 안주에 쓴 비용이 가장 많았고 잦았다. 그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또 어떤 사람은 취미 활동과 배우는 것에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어디에 돈을 주로 쓰는지 지출 내역과 비중에 따라 지금 내가 관심이 있는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역으로 생각해 볼 수동 있다. 내 사진첩에는 어떤 사진들이 있는지도 마찬가지다. 내 시야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오는지, 내가 간직하고 싶은 모먼트들은 언제인지 등 우리가 소비하고 담고 시간을 보내는 것들은 우리의 가치 체계를 보여준다.


이전 09화 나를 깨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