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란 없던 양육비 받아낸 그날, 과연 대법원이 기다려 준 것일까?
모든 사건은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되었고, 이를 위하여 내용 중에 허구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변호사님, 정말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요? 그동안 저 혼자 아이 키우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법정 문을 나서는 의뢰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언제나 제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특히 수십 년간 묵혀둔 상처와 싸워야 하는 사건일수록 더욱 그렇죠. 오늘은 홀로 아이를 키워낸 한 어머니의 눈물겨운 양육비 소송 이야기,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같은 날 들려온 대법원의 의미심장한 판결 소식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1. "아빠 없는 하늘 아래, 저 혼자였습니다" - 십수 년의 기다림, 그리고 용기
저희 법무법인을 찾아오신 이선영(가명) 씨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편 박주원(가명) 씨와 이혼 후, 아들 하준(가명)이를 정말 눈물겹게 혼자 키우셨다고 해요. 하준이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여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꿨고, 선영 씨는 아들의 꿈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비싼 미술 도구, 전문 학원비까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벅찬 시간들이었죠.
그동안 하준이 아빠인 박주원 씨는 양육비는커녕 아이에게 연락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이혼할 때 양육비 안 받는 대신 면접교섭도 포기하기로 합의했었다"는 게 박 씨의 주장이었지만, 선영 씨는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단호히 말씀하셨어요.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선영 씨는 용기를 내어 저희에게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을 의뢰하셨습니다. 청구한 금액은 약 1억 6천만 원. 단순히 돈의 문제를 넘어, 엄마로서 홀로 짊어져야 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정당한 인정을 받고 싶어 하셨죠.
2. "조정 결렬? 각오했습니다!" - 물러섬 없던 법정 공방과 치열한 중재
소송 과정은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박주원 씨는 여전히 과거 합의를 주장하며 양육비 지급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심지어 "선영 씨가 아이를 잘 못 만나게 했다"며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선영 씨가 홀로 하준이를 양육하며 들였던 경제적, 정신적 노력에 대한 증거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갔습니다.
사건은 조정 절차로 넘어갔습니다. 사실 이런 과거 양육비 사건에서 조정은 쉽지 않은 줄다리기입니다. 저희는 조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명확한 원칙을 세웠습니다. '의뢰인이 최소한 받아야 할 정당한 몫이 있고, 그 이하로는 절대 합의하지 않는다. 조정이 결렬되어 판결로 가더라도 끝까지 싸운다!' 저희의 이런 단호한 태도는 상대방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을 겁니다. 몇 차례의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드디어 박주원 씨는 과거 양육비로 7천 5백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오랜 시간 가슴앓이 했던 선영 씨 얼굴에 그제야 작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3. 바로 그날, 법의 물결이 바뀌다 – 대법원의 결정과 아슬아슬했던 타이밍
그런데, 정말이지 소름 돋을 만큼 아슬아슬한 우연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의뢰인과 함께 그토록 애끓는 시간을 보내며 조정을 성공시킨 2024년 7월 18일 오전, 바로 그날 오후, 대법원에서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아주 중요한 전원합의체 결정(2018스724)이 선고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이 새로운 결정의 핵심은, "과거 양육비 청구권은 자녀가 성인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그 권리 전체에 대해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전 대법원 결정(2008스67)에 따르면, 과거 양육비는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사실상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어, 더 오랜 기간의 양육비도 청구할 가능성이 열려 있었습니다. 즉, 권리자에게는 시간의 제약이 훨씬 덜했던 셈이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새로운 대법원 판결이 만약 저희 의뢰인 이선영 씨의 사건에 적용되었다면, 상황은 훨씬 불리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청구해야 할 과거 양육비의 기간이 길었던 만큼, 새로운 기준은 자칫 저희가 주장했던 청구액의 상당 부분을 인정받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바로 그날 오전에 극적으로 조정을 마무리 지은 것이야말로 천만다행이었던 것입니다. 마치 대법원이 저희 사건의 마무리를 잠시 기다려주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것이 정리된 바로 그날 오후에 새로운 법리가 선포된 것입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저희 팀 변호사들 모두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야말로 ‘신의 한 수’ 같은 타이밍이었고, 의뢰인의 간절함에 하늘이 응답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판결은 앞으로 과거 양육비 청구에 있어 더욱 신속한 권리 행사를 요구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4. "정의는 때로 더디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옵니다"
이선영 씨의 사건은 비록 긴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의뢰인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발표된 대법원 판결은 그 의미를 더욱 뜻깊게,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만들어 주었죠.
혹시 지금, 홀로 아이를 키우며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어려움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선영 씨의 이야기를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이 있다면 당신의 정당한 권리도 반드시 지켜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