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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Oct 27. 2021

여행의 이유가 바뀌었다

양평 전원주택 체험기 1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 뒤표지에 쓰인 대로

우리는 비우기 위해 여행을 간다.


깊어진 가을은 입동을 앞두고 있고

답답했던 거리두기는 위드코로나로 곧 풀릴 듯하다.

세상도 회사도 나도 뭔가 새로 시작하는 기분.

갑자기 '정리'란 말이 떠올랐다.

정리(整理) :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




오늘부터 3일간 휴가를  가을여행을 떠난다.

지난여름 다녀왔던 지인의 양평 전원주택을 또 빌렸다.


불멍을 너무 좋아하는 아내

아침부터 불쏘시개용 종이를 모은다며 집안 여기저기를 뒤지며 마냥 들떠있고

눈치 빠른 반려견 짱이도 덩달아 마음이 급하다.




지난번에 함께 왔던 아들 녀석은

오늘 군대에서 백신 2차 접종이라는데

잘 맞았을까... 안 아플까...


잠깐 딴생각하는 사이

양평으로 빠지는 IC를 그냥 지나쳐 버렸다.

다음 IC인 설악까지 갔다 오려니 목적지까지 20킬로가 추가되었다.


이왕 홍천(아들 부대)에 더 가까이 왔으니
면회나 갔다 올까? 헤헤

백신 맞았으니 격리 중이겠지
그나저나 이쪽이 아까보다 단풍이 더 곱네!


운전 실수한 게 미안해 멋쩍게 던진 농담을

아내가 참 센스 있게 받아준다.



도착하기 전

맛집으로 유명한 팥죽집에 들러 점심을 포장하고

마트에 들러 저녁에 먹을 술과 고기도 샀다.


드디어 도착.

아내는 짐을 내리자마자

야외 바베큐장으로 달려가 불부터 비운다.

어린애가 따로 없다...



아내와 짱이와 함께

대낮부터 불멍하며 커피 한잔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과거 여행의 이유가 일상의 부재였다면

이번 여행은

복잡했지만 그리웠던 일상으로 회복하기 위한

'정리'의 시간과 공간이 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흥얼거리며

순간의 행복을 글 속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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