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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Jan 12. 2022

아들이 치마를 입었다 2

첫사랑에 실패한 군인끼린 통하는 게 있다.

친구가 그려 준거야


아들이 스마트폰을 내밀어 보여준 그림은

입대 전 치마 입고 다니던 그 '미대오빠'의 모습이었다.


첫 휴가 나오자마자

미용실부터 간다고 하기에


"짧은 삭발 머리를 어떻게 하려고?"

물었더니,

"노노, 부대에서 자른 머리는 디테일하지 않아."

대답한다.


그리고 얼마 후 똑같은 빡빡머리 스타일로 돌아와

뿌듯한 얼굴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다.


뭐가 다르다는 건지...




아들과 장어구이집을 갔다.

휴가 나가면 꼭 먹겠다고 적어 둔 리스트 중 하나란다.

(징그럽다고 잘 못 먹는 아내는 빠졌다)


맛있다고 먹다 보니

남자 둘이서 장어 4마리에 복분자 2병을 해치우고 있었다.


"군대 가서 뭐가 달라진 거 같아?"

슬쩍 떠봤더니,


예고에서 미대까지

항상 여자만 득실대던 집단에서 튀며 살다가,

똑같은 머리에 똑같은 군복

매일 반복되는 사내들 상이 답답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자라 온,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른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신선하게 느껴지고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았단다.


'인싸'인 줄 알았는데

근무 서다 '고문관' 소리 들을 뻔한 얘기.


운동 좋아하는 선임들을 끝까지 열심히 따라 했더니

그림 그리는 자신도 인정해 주더란 얘기.


그리고 힘들어하는 여자친구에게 너무 미안해서

며칠 전 쿨하게 헤어졌다는 얘기까지...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술술 잘도 나왔다.




장어구이집을 나오니

아들이 근처 코인 노래방에 가자며 나를 이끈다.


'일요일 대낮에 취한 남자 둘이 무슨 청승이냐' 싶었지만

또 언제 이러겠냐는 생각에 따라갔다.


이문세의 <옛사랑>

나미의 <슬픈 인연>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


매 번 힙합 아니면 인디 음악만 듣던

녀석이 고른 노래들이다.


나 역시 그 시절로 돌아가

주옥같은 명곡들을 목이 터져라 함께 불렀다.


역시 금영보단 태진이지
사장님, 보너스 한 곡 더 주세요 네~~


역시 첫사랑에 실패한 군인끼린

통하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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