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음식이나 과일이 있듯이
'제철 여행'도 있다.
이맘때, 배롱나무 꽃이 가장 이쁘다는
담양 명옥헌(鳴玉軒) 원림(苑林)에 다녀왔다.
명불허전
부친에 대한 그리움으로 지었다는 숲 속 작은 정자와
그 앞 연못 주위를
백일 동안 무심히 지키는,
소박하고 화려한 붉은 꽃봉오리들의 자태가
여름 끝자락의 풍류객을 희롱한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영화 <노매드 랜드>에서
노숙자인 주인공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이
한 청년에게 읊어준 시가 문득 떠올랐다.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까
아니, 그대는 여름보다 더 사랑스럽고 부드러워라
거친 바람이 오월의 꽃봉오리를 흔들고
우리가 빌려온 여름날은 짧기만 하네
(중략)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움 속에서 시들고
우연히 또는 자연의 계획된 이치로 빛을 잃지만
그대의 여름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는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리
- 셰익스피어 <소네트 18번>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