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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Sep 19. 2022

여름과 겨울 사이

늘 이맘쯤 오는 것들

계절은 순환한다.


태양 주위를 지구가 공전하며

생기는 자연의 법칙이다.


'순환한다'는 것은

주기적으로 되풀이하여 돈다는 반복의 의미지만

여기에 '시간'이란 변수가 들어가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여름과 겨울 사이의 계절을

가을이라 부른다.


늘 이맘쯤 오는 것들이 있는데...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그것들 역시 조금씩 나이를 먹는다.


 밤 줍는 아내


아들 면회를 갔다가

부대 안에 떨어져 있는 밤들이 꽤 실해 보인다며

그녀가 '가을'을 줍기 시작한다.


최근 시작한 다이어트 덕분에

옷장 속에만 있던 처녀 적 꽃무늬 치마를 꺼내 입고

신나 하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26년 전,

그 옷을 입고 환하게 웃던 이십 대 아내를

처음 본 순간이 떠오른다.


그녀도, 치마도

어느덧 세월의 멋이 든다.


코스모스와 모자(母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비가 갑자기 경로를 바꿔 좁은 시골길로 안내한다.


큰 도로로 계속 가면 될 텐데...

막상 들어선 후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길 한쪽에 곱게 차려입은 시골 아낙네 같은

코스모스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10여 년 전,

추석 쇠러 간 길에 어머니와 함께 사진 찍었던

'가을날'의 풍경이었다.


어제 통화한 어머니의 약해진 목소리처럼

이제 그 기억들도 점점 바래진다.




스마트폰으로 '가을' 노래 한 곡을 찾아내

천천히 달리는 차 안을 가득 채웠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이란

이 옛 노래는 왈츠 템포의 아코디언 전주가 일품인

조관우가 부른 리메이크 버전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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