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글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반려동물 같았을 것이다.

by 착한별

앞으로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글쓰기'일 것이다. 아무리 AI가 긴 글을 요약해서 정리해 줘도 감탄하고 감동하게 되는 한 줄까지는 못 뽑아낸다. 인간의 감정을 툭 건드려주는 한 방은 인간만이 쓸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곧 3월이면 4학년이 되는 아이와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방학하자마자 기*랑문해원에 가서 레벨 테스트를 보았다. 학원을 보내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현재 문해력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유치원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아이고 책은 놀이라고 생각하는데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학습만화와 짧은 글 위주로만 읽고 있어서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만 원 주고 한 테스트 치고는 제법 만족스러운 데이터를 얻었다. 예상했던 대로 긴 글을 읽고 핵심 요약을 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평균 이상이었고 합격점을 훌쩍 넘었다. 집에서 독해 문제집을 풀린 적은 없고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게 했고 초등학교 2학년부터는 어린이 신문과 수학/과학 동아 잡지를 구독해서 읽을거리를 넉넉하게 주었다. 내 방식이 맞는지에 대한 불안이 살짝 있었는데 긴 글 읽기만 보충하고 그냥 이대로 가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아이가 스스로 긴 글을 읽게 할까 가 고민이었다.

아직은 엄마의 따라쟁이인 점과 자신을 표현하고 인정받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 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사실 언젠가부터 책보다는 기차모형만들고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라서 책과 기차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는 방법을 생각했다. 아이는 유튜브 개설을 원했지만 나는 블로그가 더 낫겠다고 설득했다. 폴더 하나는 책 리뷰 또 하나는 기차 리뷰를 하도록 만들어주었다. 미성년자라서 부모 동의 하에 가입했고 보안설정도 다 했고 휴대폰이 아니라 노트북으로만 블로그 글을 쓰기로 합의했다. 블로그에 글이 쌓이면 너의 데이터가 된다고 했더니 첫날인 오늘은 무척 설레어했다. 그래서인지 건네준 책을 읽고 한참을 블로그에 글을 썼다. 사실 종이 노트에 쓰면 좋겠는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엄마가 노트북으로 글 쓰던 걸 부러워하던 아이니 똑같이 하도록 했다. 단, 읽으면서 쓸 내용을 미리 종이에 메모하라고 팁을 주었다. 다 썼다고 하길래 맞춤법 검사 기능을 알려주면서 틀린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보라고 일러주었다. 쓴 글에 '좋아요' 해주고 댓글을 달아주었더니 뿌듯해했다.


엄마가 이 맛에 쓰는구나!


블로그 첫 글을 발행한 아이는 엄마가 왜 쓰는지 알았다고 했다. 바로 그거다. 쓰는 맛을 알려주고 싶었다. 글쓰기 재미를 알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읽고 쓰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처음 쓰는 블로그 글치고는 제법 구색을 갖추어 썼다. 평소에 내가 서평 쓴 글을 읽어보라고 공유한 것도 있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다. 아이가 쓴 글 중에서 오늘의 문장을 데려왔다.

ON 문장: 그에게는 글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반려동물 같았을 것이다.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를 글이 반려동물처럼 그를 따라다녔다고 표현한 게 아이고 신선했다. 내게도 글이 반려동물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녔으면 좋겠다.


OWN 문장: 나에게도 글이 늘 붙어 다니는 친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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