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로 긴 판형의 그림책입니다. 가로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겠구나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자전거 전등 쪽으로 '별과 나'라는 제목이 보입니다. 왜 '나와 별'이 아니라 '별과 나'일까요? 이 그림책에서는 '별'이 중요한 키워드인가 봅니다. 보통 A와 나라고 쓸 때는 A가내가친밀한 관계일 때입니다.별과 나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야기의 진행 방향이 독자가 넘기는 방향인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입니다. 주인공의 자전거 방향이 왼쪽을 향해 있어서 페이지를 넘기며 습관적으로 오른쪽을 향하던 독자의 시선이 다시 왼쪽을 보게 됩니다. 시선을 낯설게, 다르게 해서 보라는 작가의 의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두운 밤 주인공은 자전거를 타고 달립니다. 그런데 퓨-웅 하며 전등이 꺼져버립니다. 어두운 길을 가며 내가 의지하던 불빛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대부분은 까만 밤을 전등 없이 달릴 엄두가 안 나서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을까요?
하지만 주인공은 동요하지 않고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그랬더니 마치 우리가 왔어라고 말하듯이 주인공의 뒤로 별이 따라옵니다. 어쩌면 계속 함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이 혼자 달리던 길을 이제 별이 함께 달립니다.
별과의 동행
별은 풀숲의 반딧불과 어울려 놀기도 하고 가로등을뛰어넘기도 하고 달려오는 기차 전조등에 놀라 두 갈래로 흩어지기도 하고 어느새 다시 모여 밤하늘의불꽃놀이를흉내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감상하느라 주인공은 자전거 전등불빛이 없다는 것을 잊은 듯 보입니다. 자전거 전등이 없어도 달릴 수 있는 것은 별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별의 동행은 그저 단순히 함께 가는 것이 아닙니다. 별은 비가 내리면 주인공에게 우산이 되어주기도 하고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에서는주인공을 도와줍니다.
별을 친구 삼아 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편안해 보입니다.
그런데 다시 자전거 전등에 불이 들어옵니다. 그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말을 상상해 본 후에 그림책을 찾아서 읽어보세요.
빛이 없어야 비로소 보이는 빛이 있다.
자전거 전등이 꺼져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앞을 향해 묵묵히 나아갔던 주인공은 전에 없던 아름다운 별빛을 만났습니다. 먹색과 흰색의 대비로 단순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진 밤하늘에서 검정 하늘, 흰 별, 노란 불꽃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풍경을 보았습니다.
주인공이 만난 것들은 익숙하고 당연해서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아름다움, 별빛 가득한 밤하늘의 세계입니다. 작가는 전등을 켜거나 켜지 않는 것, 밤하늘을 바라보거나 바라보지 않는 것, 자전거를 계속 타거나 타지 않는 것 등의 사소한 시선이나 행동을 달리했을 때 우리의 일상도 달라진다는 것을 그림책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주인공이 별빛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처럼, 우리도 당연시하던 시선이나 행동을 살짝 비틀어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을 찾아내 보라고 알려줍니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자전거 전등 하나에 의지해서 어둠 속을 달리고 있는 주인공을 보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길을 가며 자신의 삶을 살아내며 고군분투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내가 믿고 의지하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나는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주인공처럼 자전거 페달을 계속 밟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가는 길을 비추어주는 불빛이 없어도 계속 달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묵묵히 달리다가 자전거 전등만이 아니라 내가 미처 몰랐던 다른 빛이 있다는 걸 알아보는 사람이겠지요. 그림책 속 주인공이 별빛을 만난 것처럼요. 빛이 없어야 비로소 보이는 빛이 있고 하나의 빛이 사라지면 다른 빛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 단, 나의 시선과 행동에 따라서 볼 수가 있죠.
자전거 전등에 의지해서 달리고 있는 우리의 삶도 언제라도 전등이 꺼질 수 있겠죠. 그럴 때는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별빛을 만날 수 있도록 묵묵히 달려야겠어요. 그 별빛은 내가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내가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나 기도의 응답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별빛을 통해 내 안에도 빛이 생겨서 어둠 속에서도 달릴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그림책에서 별빛을 만난 주인공의 마음에도 빛이 생겼다고 믿어요.별을 만난 주인공의 마음속에 찰칵! 하고 내면의 빛이 켜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 안에도 빛이 있다는 것을 믿으며 내 주변의 별빛들과 함께라면 계속 달릴 수 있을 거예요. 빛이 없어도 달릴 수 있는 힘은 내 안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