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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고 쓰고 '함께'라고 읽는다.

<겨울 별>, 이소영 그림책

by 착한별 Jan 22. 2025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체질을 가진 나는 겨울이 오는 것이 달갑지 않다. 겨울이 선물하는 하얀 눈은 좋지만 데려오는 추위는 싫다. 울에 유난히 몸도 마음도 아픈 적이 많았던 기억이 울을 싫어하는데 한몫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온기를 찾기 힘든 울에는 마음도 방 차가워져서 온기를 나눠줄 여유가 별로 없다. 내게 겨울은 그런 계절이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을 만나고 나서 '겨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오면
모두들 겨울이 왔다고 해.
바람은 차가워지고
물은 얼고
밤은 길어져.


찬 바람이 가득한 세상의 끝. 그곳에서 긴긴 잠을 자던 울은 여행 떠날 준비를 한다. 겨울이 그렇게 세상에 오면  바람은 차가워지고 물은 얼고 밤은 길어진다.


그림책은 겨울의 시선으로 겨울을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겨울은 자신을 피해 대부분 안에 머무는 사람들을 보며 몰래몰래 움다. 겨울을 눈에 보이는 캐릭터로 만나니 색다른 느낌이다.


낮과 밤 사이, 밖이 어두워지고 안이 밝아 오면 겨울이 좋아하는 풍경이 하나 둘 드러난다. 바로 사람들이 곳곳에서 함께 하는 모습이다. 추운 밖과 달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함께 하며 온기를 나눈다.  


겨울은 모든 것을 차갑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겨울이 좋아하는 것이 사람들이 함께 하는 모습이라니 뜻밖이다. 겨울이라는 캐릭터에 담은 작가의 따듯한 시선과 마음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모두가 함께하는 건 아니야.


겨울은 '함께'가 아닌 사람들도 있음을 알아본다. 겨울의 눈에 들어온 한 아이. 아이는 혼자 집에 들어간다. 겨울은 아이의 기분을 좋게 해 주려고 눈을 내려주지만 아이는 여전히 심드렁하다. 그래서 캄캄한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와 함께 있어주기로 한다. 그렇게 겨울과 아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겨울은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 줄 텐데.

 

자신을 겨울이라고 소개하자 아이는 겨울이 싫다고 한다. 겨울은 엄마 아빠를 먼 곳으로 데려갔고 그래서 지금 혼자인 것도 겨울 때문이란다. 그런 아이에게 겨울은 겨울이 무엇인지 보여주기로 한다.


눈물을 흘리는 거야?
아니, 보석이 되어 반짝이는 거야.
잠자는 거야?
아니, 시간을 기다리지.


겨울의 시작, 작은 겨울의 모습,  쑥쑥 자라는 모습,  기다림의 시간 등을 보여주는 은 환상적이다.  계절로서의 겨울의 시간과 한 생명으로서의 겨울의 시간이 오버랩된다.  작가의 상상과 신비로운 그림에 감게 된다.


겨울과 함께 더 눈부신 별


이 그림책에서 '겨울'''중의적인 의미를 지고 있다. 겨울은 계절의 겨울이면서 태어난 아이의 동생 이름다. ''은 하늘의 반짝이는 별이면서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다. 겨울과 별이 만나는 환상적인 순간들이 지나고 진짜 겨울과 별이 만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아이는 함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 함께가 되었다. 이제 아이에게도 함께하는 겨울이다. 이는 이제 엄마, 아빠와 함께다. 그리고 동생 겨울과도 함께다. 그렇게 그림책 제목대로 겨울 별이 되었다.




너도 반짝이는 별인 걸?
이제 거의 때가 되었어.


만약 겨울이 게도 찾아온다면 어떤 의미를 만들어주고 갈까? 금까지 내가 살면서 보낸 시간이 겨울 같았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 그림책에서처럼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 이제 거의 때가 되었다고, 너도 반짝이는 별이라고 말해줄까? 그림책 속 별이처럼 나도 겨울과 함께 더 눈부신 별이 될 거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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