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May 17. 2021

책 리뷰 -{ 책 한번 써 봅시다 }

한겨레출판 - 2020년 / 장강명 글 / 299page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합니다." 당신이 글쓰기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인지 아닌지는, 작품을 몇 편 발표하기 전에는 누구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랜 욕망을 마주하고 풀어내면 분명히 통과할 거예요. 가끔은 고생스럽기도 하겠지만 그 고생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책 쓰기는 쓰는 사람의 삶을 충만하게 해 주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건필을 빕니다.

                                                                                                   장강명 2020.11

작가 정강명은 (동아일보)에서 11년 기자로 일했다.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 열광 금지, 에바 로드>로 수림문학상을, <댓글부대>로 제주 4.3 평화문학상과 오늘의 작가상을, < 그믐,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았다. 연작소설 < 뤼미에르 피플> < 신자들>, SF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과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 책 이게 뭐라고>, 논픽션 < 당선, 합격, 계급> < 팔과 다리의 가격>을 출간했다.


저자가 상상하는 책 중심사회는 책이 의사소통의 핵심 매체가 되는 사회다. 많은 작가들이 '지금, 여기'의 문제에 대해 쓰고, 사람들이 그걸 읽고, 그 책의 의견을 보완하거나 거기에 반박하기 위해 다시 책을 쓰는 사회다. 이 사회에서는 포털 뉴스 댓글창, 국민청원 게시판, 트위터, 나무 위키가 아니라 책을 통해 의견을 나눈다. 이 사회는 생각이 퍼지는 속도보다는 생각의 깊이와 질을 따진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하려는 일은 자전거를 타는 일은 재미있다, 당신도 탈 수 있다, 고 부추기고, 독자들이 창고에 있는 자전거를 끌고 공원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소한 지식을 몇 가지 전달하고 싶어서이다.


창작의 즐거움은 매우 독특하고 크기에 한계가 없고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만족감을 준다. 온전하고 또렷하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면에서 인간적인 영웅이 되는 길이다. 머릿속에 품고 있던 구상을 자기 손으로 정확히 현실에 구현하는 순간은 정말이지 짜릿하고 통쾌하다. 들인 시간이 길고 이뤄낸 바의 규모가  클수록 엄청난 환희와 감격을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맞부딪치는 온갖 소음을 걸러내고 의미를 정제해서 저장하려고 만든 매체가 책이다. 평소 독서를 좋아하고 자신만의 의견이 있는 분들에게는 꼭 책 쓰기를 권하고 싶다.


 글쓰기 지침서가 많다. 그걸 다 헌법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단문을 선호한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문법적으로 실수할 일이 적고, 자기 생각도 보다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어 좋다. 단문은 유용한 수단이고 그게 전부다. 긴 문장으로 이를 수 있는 감흥과 우아함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개성이 있느냐, 그리고 그런 개성이 글의 다른 요소들과 어울리느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매뉴얼로는 제대로 가루 쳐 줄 수 없고 꾸준히 쓰고 좌절하면서 개별적으로 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초심자에게 이토록 공평하고 막막한 분야가 얼마나 남아 있던가


에세이는 수필이고,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 쉽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특별한 형식이 없음을 강조하는 표현의 글이다. 에세이는 저자의 매력이 핵심이 되는 장르다. 좋은 여행 에세이를 쓰려면 여행 정보지가 아니라 여행을 하는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잘 서술해야 한다. 여행, 독서, 영화감상은 글감을 얻기 좋은 행위이다. 경험하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이 풍부하게 들기 때문이다. 글감으로는 직업에 대해서 쓰는 것도 괜찮다. 적성에 맞는 직업과 직장을 찾아 방황하며 겪은 기억도 좋다.


에세이는 개성이 핵심인 장르다. 에세이를 자를 수 있는 방법은 어떻게 하면 나만의 특별한 생각을 발전하고 키울 수 있느냐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만의 특별한 생각을 잘 펼쳐 보일 수 있느냐 로 구분된다.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는 욕을 먹는데 대한 두려움이다. 그리고 자신을 치장하고 뽐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이다. 작가들의 담백하고 성숙한 에세이들을 찾아 읽으며 그런 욕심을 슬기롭게 길들여 보도록 한다. 또 솔직함을 방해하는 요소로 교훈과 감동에 대한 집착이다.  에세이 작가는 단어와 자기 마음을 함께 빚는다. 그 맛을 알면 솔직하게 쓰게 된다.


구체적인 단상이 추상적인 사고로 발전하려는 간질간질한 순간을 느끼고 감각을 발전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 막연한 기분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기, 책이나 영화에 대해 오독을 겁내지 않고 자유롭게 해석하기,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에게 가상의 변호사를 붙여주기, 내 안의 야당과 대화하기 등등, 중요한 것은 그 서사에서 주인공 자리에 내개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색을 자주 할수록 사색하는 힘이 커지고, 에세이를 쓸수록 나만의 철학이 딴딴하게 영근다.


소설의 삼요소는 주제, 구성, 문체이고, 그중에 소설 구성의 삼요소는 인물 , 사건, 배경이라고 한다. 소설에서 개요를 짜는 작가와 그대로 써 내려가는 작가가 있다. 읽다 보면 작가가 개요 없이 자기 필력을 믿고 일단 이야기를 벌였다가 수습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개요를 먼저 짜기 시작하면 첫 문장에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개요를 짜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으므로, 어떤 작법서는 유명한 플롯을 빌려 오라고 제안한다. 공식에 맞춰 쓰라는 것이다. 그런데 공식에 따라 글을 쓰면 재미가 없다. 저자는 개요 쓰기를 사건 중심의 소설에서는 만들라고 조언한다. 인물 중심에서는 창조하려는 인물의 내면을, 세게관 중심이라면 설정의 가능성을 탐구하도록 한다.


소설에서 인물 몇 사람과 그들이 맞닥뜨린 상황이 있으면 긴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동시에 인물과 사건이 개성 있고 입체적일수록 모험 플롯이니 탈출 플롯이니 하는 정형화된 틀에 끼워 맞추기 힘들어진다. 욕망이 충족되거나 두려움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엄청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솜씨 좋은 작가들은 인물을 이용하여 플롯을 전개하고, 또 플롯을 발전시키면서 인물을 쌓아 올린다.  욕망과 두려움이 충돌하면 긴장이 더 치열해진다.

 

논픽션은 정의 자체가 애매한 분야다. 애초에 논픽션이라는 명명과 분류 자체가 나온 것이 아니고 20세기 미국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 집계를 하면서 나왔다. 소설 같은데 소설이 아닌 책들을 한데 모으고 거기에 '논픽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저자는 논픽션을 소설 같은 구성이지만 허구가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한 책으로 정의를 했다. 짜임새를 강조하고 남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와 구분된다. 통찰력 있는 문제의식이 적절한 스토리텔링과 현장을 만나면 완전히 다른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팩트의 힘이다.


책을 쓰는 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퇴고 단계는 특히 더 그렇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친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초고는 저자의 에고를 응축한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날카로운 톱과 칼을 들이대 뼈를 잘라내고 살을 발라내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퇴고를 잘하려면 자기감정을 잘 다스리고 냉정해져야 한다. 참을성이 있어야 하고 자신과 자신의 작업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타인의 조언과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전 01화 책 리뷰- { 글쓰기와 책 쓰기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