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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희 Apr 21. 2023

첫 번째 시: 푸른 숲

두 번째 글

나는 눈을 감고 너의 속눈썹을 센다

숲을 거니는 사슴은 때로 한낮에 잠이 든다

잠결에 코로 내려앉은 나비가 뿌리고 간 향기를 맡는다

달콤한, 바닐라, 

하얗고 큼지막한 꽃잎을 두 번 얹어야만 나던 향기다


단풍이 얹힌 자리에 주황색 끝물이 들었다

책갈피에 문구를 적는다

주황은 내게 와서 하양을 건넸다

하얗게 쌓인 눈이 몇 번 끔뻑이자 

뚜렷해진 시야에 백색의 설강화가 보인다


아주 오래전 꾸었던 꿈에는 

숨겨진 숲이 있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고요한 언덕의

가장 귀한 나무의 숨들이 푸르르게 성장하며

구름에 닿을 듯이 자랐다


오래된 숨이 향기를 머금고 울타리를 친 숲에서

가만히 너의 이름을 베어 물었다

내게서 멀어지는 파동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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