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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Feb 02. 2022

도서관 여행

  심심할 때면 S는 도서관으로 여행을 떠난다. <새로 들어온 책>을 진열해 놓은 곳으로 가서 책들을 둘러본다. 제목을 보고 끌리는 책이 있으면 꺼내어 작가 소개와 목차와 대강의 내용을 훑어본다. 그런 다음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책들을 골라서 대출을 한다. 


  많이 심심할 때는 도서관 자료실에 소장된 모든 책들을 둘러본다. 000으로 시작하는 총류부터 900번대의 역사서까지.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린다. 두 시간은 족히 넘게 걸린다. 눈이 아플 때도 있고, 오래된 책들에서 풍겨 나오는 곰팡이 냄새 때문에 기침도 몇 번 하게 된다. 아래쪽에 자리 잡은 책들을 보기 위해 쪼그려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현기증이 일기도 한다. 책들을 둘러보다 보면 세상엔 참 별의별 종류의 책들이 있구나, 세상엔 참 별의별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기도 하구나,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도서관 자료실을 그렇게 여행하면서 S가 가장 기쁠 때는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갖는 문학, 심리학, 예술 같은 분야 쪽에서 숨겨진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할 때이다. 별로 관심이 크지 않은 정치학, 화학, 공학 같은 경우엔 제목만 보고 휙휙 스쳐지나가게 마련이다. 관심 분야일 경우엔 좀 더 천천히 둘러본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작가의 읽지 않았던 책이 보인다든가, 끌리는 새로운 작가를 접하게 될 때라든가, 신선한 시각으로 집필했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 보일 때면 엔도르핀이 뿜어져 나온다. 야외에서 여행할 때와 마찬가지의 기쁨이다. 야외에서 여행할 때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나 순간을 맞이할 때 희열을 느끼지 않던가. 


  요즘의 도서관을 볼 때면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S가 도서관을 처음 간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그때의 도서관을 떠올릴 때면 단조로움, 칙칙함, 딱딱함 같은 단어들이 연상된다. 명색이 도시라면 도서관 몇 개는 있어야 할 것이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대충 구색만 갖추어 지어졌다는 느낌을 주었다. 인구 60만 명의 도시에 도서관이 달랑 세 개였다. 먼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S는 도서관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도서관이 여기저기 지어지더니, 지금은 동네마다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시설도 놀랍도록 좋아졌다. 어떤 곳은 호화로운 카페처럼 지어졌고, 인체공학을 바탕으로 제작된 의자에 스탠드까지 구비되어 있다. 이런 곳을 활용하지 않으면 손해 보겠다는 느낌마저 불러일으킨다.


  도서관과 관련하여 한 가지 화가 나는 점이 있다면, 여러 사람이 빌려보는 책을 자신의 책인 것처럼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데 있다. 그런 책을 읽다 보면 짜증이 나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런 사람들은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잡아낸 다음 낙서의 양과 대비하여 벌 받을 시간을 정해서 도서관 앞에 손들고 서 있게 하고, 다시는 그런 몰지각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케 한 다음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게 지극히 온순한 S의 생각이다. 과격한 사람 같았으면 단두대나 능지처참 같은 살벌한 단어들을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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