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순간의 사진 순간의 기록 #6

by 이룸

내가 꿈꾸는 건 그녀가 아니다. 겉으론 그녀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보면 그녀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는 건 나의

비어 있는 욕망이다.

인간은 누구나 온전하지 않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모두 그렇다. 오랜 기간

먹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듯 오랜 기간의 고립된 삶은 죽음과 다를 바 없는 고통을

불러온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어야 하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 무엇을 먹고 사느냐가 그 사람의 몸 상태를 좌우하듯, 누구를 만나며 사느냐는

그 사람의 정신 상태를 좌우한다고도 볼 수 있다.

먹는 것은 개별적인 행위이지만, 만남은 상호작용 속에서 존재하기에 복잡한 양상을

띤다. 나는 나의 비어 있는 욕망을 채우려 할 것이고, 그녀는 그녀의 비어 있는

욕망을 채우려 한다. 그 비어 있는 욕망들이 매번 합치한다면야 더할 수 없이 좋겠지만,

합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나의 비어 있는 욕망만을 충족하려 하면 상대방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고, 상대방은

자신의 비어 있는 욕망을 채워줄 다른 누군가를 찾게 된다.

상대방의 비어 있는 욕망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비어 있는 욕망을

내가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을까에 마음을 쓰는 것,

그것을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jpg 2013년 2월 연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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