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과 꽃

by 박민아



붕어빵 트럭에서 꽃을 팔고 있다. 처음에는 튤립만 소심하게 나와 있었는데 어느 날은 프리지어도 함께였다. 그러다 어느덧 카네이션, 안개꽃, 장미, 카라까지 나와 있다. 사장님은 본격적으로 팔아 보기로 마음먹으신 듯하다. 이유야 무엇이든 사장님 덕분에 동네에는 신문지로 둘둘 만 꽃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들 처음에는 달큰한 붕어빵 냄새에 취해 트럭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관심은 금방 꽃으로 옮겨간다. 싱그러운 꽃을 보고 외면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후각, 미각, 시각까지 만족시켜주는 곳.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까지 줄여주는 곳. 나는 그 트럭이 오는 날만 기다린다. 그리고는 동네 산책을 나설 때면 어김없이 붕어빵 트럭이 오는 길목으로 들어선다. 오늘은 왔을까. 어떤 꽃을 팔고 계실까.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방문이 뜸해진 꽃 트럭. 소문에 의하면 꽃 트럭이 이웃 노점상 사장님과 상가 사장님의 미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꽃 트럭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통행에 불편함을 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저 소문일 수도 있고 또는 민원을 넣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동네에 아는 이 하나 없는 나에게까지 이런 소문이 들리는 것을 보면 꽃 트럭이 오지 않아 아쉬운 것은 나 혼자가 아닌가 보다. 매주 5천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붕어빵과 꽃을 함께 살 수 있다는 건 꽤 쏠쏠한 재미였으니까.


사람 만나는 일이 전보다 훨씬 적고 똑같은 매일을 보낸다. 하루가 미션 수행 같던 직장 생활보다 훨씬 고요하고 밍밍해 보이기도 한다. 꽃 트럭이 오길 바라는 서른세 살의 일상, 조금 나태해 보이려나. 분명 생산적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30대라면 좀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애쓸 만한 에너지도 기회도 많은 나이니까. 더 크고 거대한 것을 바라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나도 물론 큰돈을 벌어야만 가능한 일 몇 개를 마음에 품고 산다. 숲이나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넉넉한 평수의 집에 사는 것. 그중 뷰가 가장 좋은 곳에 널찍한 테이블을 두는 호사. 뭘 작업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채광이 좋으려면 남향이어야 할 것이다. 남향 숲세권의 집이라. 비싸겠지만 이건 로망이니까 상관없다. 샌프란시스코나 파리에서 한 달 살기도 하고 싶다. 체류비 고민은 넣어둔다. 한 달 살기를 마음먹었다면 생활비 정도는 마련해 뒀을 테니까.


유명 작가가 되는 것도 꿈꿔보면 어떨까? 수수하고 담백한 글이라는 평을 받으며 오래 읽히는 작가가 된다면?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입담을 뽐내 본다면? 다음 날 시청자 게시판에 저 일반인은 도대체 누구냐며 항의 글이 좀 올라오면 어떠냐. 난 유명하지 않으니 괜찮다.


이런 로망을 오래 품으려면 지구력이 필요하다. 로망과 현실의 큰 간극을 알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충분히 꿈꿀 수 있는 근육. 나는 그래서 늘 보급형 로망을 품고 다닌다. 근사하고 세련된 삶을 동경하다 문득 의기소침해질 때 주머니에서 꺼내어 본다. 그리고는 실행할 수 있는 것을 우선 골라 입으로 털어 넣는다. 유럽 한 달 살기 같은 꿈이 멀게 느껴질 때 꽃이 만개한 천변을 걸으며 생각한다. 원할 때면 언제고 산책할 수 있는 삶도 훌륭해.


책을 쓰는 일은 나의 로망 중 로망이었다.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 적도 없고 설령 책을 낸다 한들 읽어주는 이도 없을 거고 생각했다. 만약 날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들끓어 지냈다면 어땠을까? 나라면, 나처럼 지구력 부족한 인간이라면 진즉 질려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자신을 잘 알았으므로 가끔만 꺼내 보았다. 그리곤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둘씩 하며 나를 달랬다.


여전히 거대한 꿈을 꾼다. 그러나 지치지 않도록 자잘한 꿈도 꾼다. 근사한 사람이 되고 싶은 날도 있고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 그런 마음이 모두 필요하다. 모든 날이 결국은 나의 날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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