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길에 딱 하나만 있어도 어쩌면 충분하다.
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 내 그림에는
원근감, 비율, 색감을 정할 때
소위 이론이나 공식이 없다.
배운 적이 없으니 생각할 수도 없고,
맞다 틀리다를 판단할 기준도 내게는 없다.
하지만 내게도 누구에게나 있는
"필", "감"이라는 것이 있고,
취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갖고 있다.
배우지는 못했지만 보는 눈도 확실하다 :)
아, 뭔가 어색한데? 다시 그려야겠다.
내 눈에도 뭔가 어색하고 내가 원하던
결과물이 아니면 이론이나 계산 없이
그냥 계속 다시 그려본다.
내 눈에 어색하지 않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내 눈에 예뻐 보이고 좋아 보이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다른 사람 눈에는 여전히 어색하고
틀린 그림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나의 감과 취향에 의존한 그림을 그린다.
나의 취향, 생각으로 그리다 보니
인스타그램 피드 댓글에
"보통 그렇게 구도를 잡지는 않죠."
라고 하는 피드백을 보면서 종종 깨닫게 된다.
아 맞네. 내 그림은 못 배운 그림.
아, 위에 댓글을 달아주신 인친님은
구도가 재밌다고 좋은 뜻으로
댓글을 달아주신 경우이다. :)
비율과 구도를 지적질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아닌 나의 지인들.
좀 덜 친한 사람이 그럴 때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고,
좀 친한 사람이 그럴 때는
"똑같이 그릴 거면 사진을 찍죠."
한마디 해줬다. 속으로는 "거참, 예술을 모르네...."
어쨌든 이러나저러나,
모든 피드백들은 내게 큰 도움과 영감이 된다.
내 그림을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취미로 그림을 시작했지만,
그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사람과 동물을 내 그림에 넣고 싶은데
뒷모습 밖에 그릴 수가 없었다.
쪼그려 앉은 고양이, 뛰어가는 사람.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시도했지만 어색했다.
뭔가 어정쩡한 자세와 말도 안 되는 비율.
다양한 각도의 사람과 동물을
내 그림에 넣고 싶었다.
내 머릿속에 생각하는 모든 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욕심이 생기면서 그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뭔가 학원을 다니면 딱 정해진 틀 안에서
따라 그려야 하고 공식 같은 것이 적용된 그림을
그려야만 할 것 같아 망설여졌다.
그렇게 굳어지는 그림체를 갖는 건 더욱 싫었다.
학원에서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을 테니,
소위 "입시 미술"에서 다루는 내용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거부감이 들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드백을 받으면서
확실히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못 배운 그림이 나만의 그림체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림을 배우지 않은 경험들이
감사하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나만의 그림체를 갖는다는 것은 너무나 신나는 일.
아직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 보고 있는 단계이지만.
어쨌든 나의 취향 그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너무너무 재미있다.
보통 위에서그림구도를 잡지는 않죠.
이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청개구리처럼
위에서 잡은 구도의 그림을 몇 장 더 그렸다.
그래? 그렇다고?
그럼 더 위에서 봐야겠다.
위에서 보면 재미있다.
어느 방향이 앞인지 뒤인지 모른다.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위로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래로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방향이 앞인지 뒤인지 알 수 없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사람.
앞으로 앞으로 맞게 잘 가고 있는 걸까.
인생길.
맞게 가고 있는지.
앞으로 가고 있는지.
뒤로 가고 있는지.
불확실한 인생길.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인생길이다.
하지만
인생을 함께 걸어주는 동반자가 있다면 알 수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함께 걸어주는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면 알 수 있다.
나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모를 때
곁에서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다.
인생길 함께 걸어주는 동반자가
꼭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
서로에게 의지하고
교감을 나누는 존재와 함께 하는 인생길.
어쩌면 그 존재가 내 인생길에 딱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는 기준과 방향을 정해주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