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Jan 15. 2021

셔벗보다 어쩐지 소르베를!

무설탕 소르베 쉽게 만들기

프랑스인들은 풀 코스 식사 도중에 입가심을 위해서 소르베(Sorbet)를 먹는다. 지난번 생일 파티 이야기 때에 그 글을 적었었는데, 그 많은 생일 음식들 중에서 내가 한 것은 딱 이거 한 가지였다.


한국어로는 샤베트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이 디저트는, 영어로 sherbet이라고 쓰이면서 샤베트라고 불리게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보다 표준 외국어 표기법에 의해서 셔벗이 되었을 것이다. 식감으로 말하자면 유제품이 들어간 아이스크림과 달리, 더 사각거리는 상큼함을 가지고 있다.


남편이 이 소르베를 처음 접한 이야기는 거의 15년 된 이야기이다. 처음으로 자식들의 생일 파티에 테마를 잡아 준비하기로 하면서, 큰 딸의 생일 파티를 프랑스식으로 하기로 하고 정말 멋진 식탁을 차렸다고 한다. 랍스터에 필레미뇽 스테이크, 등등... 거기에 이 소르베가 필요했다. 정식 코스로 하자니 분명히 입가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굉장히 프랑스스러운 이름 때문에 뭔가 다른 간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것이 셔벗이었다고! 사실 남편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파는 셔벗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집에서 만든 소르베는 아주 맛있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에 그거 만든다고 둘째 아들이 두 시간마다 아래층 냉동고에 내려가서 저어주느라 애먹었고, 그 덕에 아주 맛있는 소르베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이 소르베가 정말 오랜만에 우리 집 식탁에 다시 오르게 된 것이다.


처음에 내 생일 준비를 하면서 남편은 이것저것 음식 할 것이 많으니 소르베는 그냥 사 올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20년 전과 달리 이제는 품질 좋은 소르베를 판매하는 곳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소르베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건 집에서 해야 해!"라는 강력한 욕구가 발생했다.


내 생일인데 내가 뭐 한다고 하면 마다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딸에게 의논했더니, 딸이 냉큼 아빠더러 퇴근길에 레몬 사다 달라고 주문을 넣었다. 그래서 이 소르베는 내 손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소르베셔벗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하자면, 이 이야기는 저 멀리 고대 페르시아라든가 로마의 네로 황제, 이탈리아의 카트린느 드 메디치까지 넘어가게 된다. 사실 로마시대만 해도, 얼음을 얼리는 냉장고가 없었으니, 높은 산에서 가져와서 간직한 눈 같은 것들을 사용하였는데 청결하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으므로, 먹으면 배탈 나는 것이 당연히 되어서, 음료를 시원하게 먹는 일이 드물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찬 음료를 먹는 것을 맹렬하게 비난하기도 했지만, 네로 황제는 알프스에서 가져온 눈에다가 과일과 음료를 차게 해서 먹었다고 한다.


소르베는 이탈리아의 sorbetto로 시작해서 프랑스어 sorbet로 정착하였고, 그것이 미대륙으로 넘어가면서 sherbet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맛도 약간 바뀌어갔다. 유럽과 캐나다에서 먹는 셔벗(sherbet)은 프랑스의 소르베(sorbet)와 마찬가지로, 과즙 또는 과육 간 것시럽을 넣은 후, 부드럽게 섞어서 먹는 반면, 미국 쪽에서는 우유달걀을 첨가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상으로 재미없는 유래 이야기는 그만하고, 우리끼리의 소르베를 만들어보자. 우리는 미국식으로 할 것이 아니니까 우유는 넣지 않았다. 그리고 식사 중간에 입가심으로 먹을 것이니까 과육을 넣은 것보다는 레몬즙으로 상큼하게 준비하는 쪽으로 만들었다.


재료는 레몬즙과 설탕시럽이 전부인데, 그나마 내가 요리할 때에는 설탕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약간의 자일리톨이 설탕을 대신했다. 


남편이 레몬을 넉넉히 사온 덕에 재료 걱정은 하지 않고 만들 수 있었다. 한국식 기준으로 대략 한 컵 반이 들어가는 분량이니 레몬이 예닐곱 개는 족히 있어야 한다. 



레몬즙이 제일 중요하기는 하지만, 위에 장식할 레몬 제스트(lemon zest)가 있으면 좋으니, 이왕이면 즙을 내기 전에 레몬을 깨끗이 씻어준 후, 껍질을 먼저 긁어내는 것이 편하다. 이때 레몬 껍질의 흰 부분까지 긁으면, 떫고 쓴 맛이 들게 되므로 전적으로 겉의 노란 부분만 벗겨야 한다. 칼로 벗기면 아무래도 두꺼워지기 때문에 치즈 갈 때 쓰는 채칼 같은 것을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레몬 제스트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레몬 1개는 우선 칼로 껍질을 벗겼다. 이렇게 깐 레몬 껍질은 레몬 필(lemon peel)이라고 부른다. 이거는 시럽 만들 때 넣을 것이다. 꼭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껍질이 많으니 들어가면 풍미가 달라진다. 이거 깎는데 칼이 어찌나 안 드는지 기다랗게 잘라지지 않고 자꾸만 끊어져서, 결국은 레몬 껍질 까다가 막판에 숫돌 꺼내서 (생일 선물로 받은 것 바로 개시!) 칼을 갈았다. 그래서 긴 조각도 몇 개 건졌다!


이제 시럽을 만들 것인데, 설탕 대신에 나는 자일리톨을 사용했다. 설탕 대용품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자일리톨과 에리스리톨인데, 이 소르베는 에리스리톨은 잘 안 될 거 같다. 끓였다가 식히면 결정체가 생기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 끓이는 경우에는 자일리톨을 사용한다. 


시럽을 만들 때에는 끓이면서 휘저으면 안 된다. 그러면 시럽이 딱딱해진다. 처음에 물에 감미료를 넣고 나서, 냄비채로 들고 살살 돌려서 전체적으로 다 젖을 만큼만 해준 후에, 중약불로 끓여준다. 불을 세게 하지 말고, 가열하여, 저 결정체가 다 녹을 때까지만 끓이면 된다.  나는 레몬 껍질 깐 것을 같이 넣고 끓여줬다.



10분 정도면 충분히 다 녹는다. 완성이 되면, 이렇게 투명해지면서, 안에서 약간의 일렁임 같은 것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사진에 담는 것은 역부족인 것 같다. 물 색은 약간 노르스름한 색을 띠게 된다. 이제 레몬 필은 건져내고, 시럽은 그대로 식힌다. 실온이 될 때까지 식힌다.


시럽을 실온이 될 때까지 식히는 동안, 우리는 레몬 제스트와 레몬즙을 만들었다. 내가 즙을 짜는 동안 딸아이가 근사하게 레몬 제스트를 만들어냈다. 사실 이렇게 겉껍질을 얇게 한 후에 즙을 짜면, 부드러워서 짜기도 좋다.



이제 다 식은 레몬 시럽과 착즙 한 레몬주스를 섞어주면, 벌써 반 이상 일이 끝난 것이다. 그대로 통에 담아 얼리면 되는데, 이왕이면 넓은 판이나 아니면 얼음틀 같은 곳에 얼려준다.


원래는, 식빵 틀 같은 데에 얼렸다가 2시간마다 포크로 섞어주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그 일은 손이 많이 가고 재미없는 작업이다. 그래서 요새는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고 돌리기도 한다. 그런데 인터넷 찾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푸드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도 그 방식을 이용해봤더니 너무나 편했다.


최소 4시간 이상 얼린다. 우리는 전날 만들어놓고, 먹기 3시간 전쯤 꺼내서 갈아줬다. 이 얼음이 약간 끈끈해서, 이대로 뒤집는다고 해서 틀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깨져도 상관없으므로, 아니, 깨지면 더 좋으니까, 우리는 포크로 쿡 찍어서 꺼냈다. 그래서 그대로 푸드 프로세서에 집어넣고 돌려줬다. 몇 번만 툭툭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는 오래 갈아줬다. 얼음 덩어리가 남아 있지 않도록 잘 갈아줘야 한다. 안 그러면 아이스케키가 탄생한다. 



그렇게 보슬보슬 갈아서 다시 냉장고에 넣고 3시간 정도 얼려주면 딱 먹기 좋은 소르베가 완성된다. 디저트 용기를 미리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서빙하면 더 시원하게 상에 낼 수 있어서 좋은데, 차가운 잔이 김이 서려 그리 깔끔하게 예뻐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위에는 미리 준비해 둔 레몬 필을 얹었다. 민트 잎이 있으면 같이 얹어도 예쁘겠지만, 겨울이라서 키우던 애들이 다 취침 중이라 포기했다. 그냥 이대로 상큼하게!


생일상에 올랐던 레몬 소르베 Sorbet au Citron


조그만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3개씩 담았는데, 이렇게 해서 8인분이 나왔다. 원래 많이 먹는 콘셉트가 아니므로, 더 듬뿍 씩 먹으려면 5인분 정도가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레몬으로 해서 대성공을 하고 나니, 오렌지나 다른 상큼한 과일로도 할 수 있겠다 싶은데, 만일 오렌지를 사용한다면, 내 입맛에는 설탕은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미 이것도 충분히 달았으니까! 





레몬 소르베 (Sorbet au Citron)

6~8인분, 북미식 계량법(1컵=240ml)


재료:

물 1컵 반 (360ml)

자일리톨 (또는 설탕) 1/2컵 

레몬 껍질 얇게 깐 것 1개 분량

레몬주스  1 컵 (240ml)

장식용 레몬 제스트 약간


만들기: 

1. 레몬 1개의 껍질을 조심스럽게 칼로 깐다. 흰 부분이 따라 나오지 않게 주의한다.


2. 냄비에 자일리톨을 넣고, 물을 그 위에 넣어준 후, 자일리톨이 모두 젖게 해 준다. 휘젓지 않는다.


3. 레몬 깐 것을 함께 넣고, 중약불로 10분 정도만 끓여준다. 절대 중간에 젓지 말고, 자일리톨이 다 녹을 때까지만 끓이면 된다.


4. 불을 끄고, 레몬 껍질을 건져낸 후, 시럽이 식도록 둔다.


5. 그동안  레몬 제스트를 만들고, 레몬 즙을 짠다.


6. 완전히 식은 시럽에 레몬즙을 섞어준 후, 얼음틀에 넣어서 완전히 얼려준다.


7. 먹기 3시간 전쯤, 얼음틀에서 꺼내서, 푸드프로세서나 강력 믹서기에서 갈아준다.


8. 2시간 정도 지나 다시 적당히 얼었을 때 꺼내서 아이스크림 푸는 스푼으로 퍼주고, 위에 민트나 레몬 제스트로 장식하여 서빙한다. 냉장고에서 너무 오래 둬서 딱딱해지면, 다시금 한번 푸드 프로세서나 믹서기로 돌려주고 얼리기를 반복하면 된다.


* 주의사항 : 단것을 싫어한다고 단맛을 너무 줄이면, 신맛이 너무 강조되어 힘들 수도 있다. 


생일파티 다음 날 먹은 소르베



* 만들면서 궁금하신 것은 언제든 덧글로 말씀해주세요~

* 생일 파티 포스팅이 궁금하시다면 :



이전 05화 무설탕 크렘 브륄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