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초능력 일기 04.
자취방에 누워있을 때였다. 좋은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성준의 자취방에 쳐들어온 서빈은 컴퓨터 앞에서 티켓팅 담당을 쪼고 있었다. 쓸없능. 쓸모없는 초능력 하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쪼이고’ 있는 녀석-산우는 꽤 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마우스 우클릭 빨리하기. 능력을 자각한 산우는 게임할 때 편하다고 좋아했지만, 실상은 서빈 녀석이 가고 싶은 공연 티켓팅 용병으로 더 많이 활약했다. 매번 티켓 한 장은 손에 들려주는데도 좋은 자리가 아니라고 구박하는 서빈을 산우는 그저 헤헤, 하고 받아주고 있었다.
어휴. 저 철없는 녀석. 성준은 한숨을 쉬었다.
째깍째깍.
어느 순간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더니, 두 녀석이 컴퓨터 화면에 집중했다.
그 침묵을 가르고 성준의 귀에 평소와 같은 대화들이 커다랗게 들려왔다. 사람들이 있을 땐 조용하더니, 시끄럽게 굴던 두 사람이 입을 다물자 조용해진 줄 알았나 보다.
구구구, 구구구, 구구구….
맞다.
성준의 능력은 비둘기 소리 알아듣기.
소통을 할 수는 없었다. 그저 그들이 떠드는 소리만 알아들을 뿐.
구구구, 구구구, 구구구구구구, 구구, 구….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었나 보다.
서빈이 아, 쫌! 하고 성질을 부렸다.
서빈이 화를 내는 찰나 군데군데 놓인 포도알이 화면에 떴다. 구구구, 구-구-구, 구구구, 성준이 비둘기를 따라 하고 있을 때 산우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번에도 좋은 자리는 아닌지, 서빈이 성준을 바라보며 ‘너 때문이잖아-!’하고 투덜거렸다.
구구구, 구구-저기 파란색 종이다-
“너, 이, 배은망덕한! 내가 너 달팽이 없어졌을 때 쟤네 말하는 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여 들었는데! 내 고충을 알아?”
구구-어디?-
“그리고 이 동네는 인간들보다 비둘기가 더 많아!”
구구구구-저기....-
얼마나 시끄러운 지 아냐고! 성준이 화를 내건 말건 티켓을 얻은 서빈이 산우의 등을 두드렸다.
“그래서, 뭐 괜찮은 정보는 좀?”
그러곤 평소처럼 빙글 웃으며 드러누우며 물었다.
“…세 블록 떨어진 빌라 앞 화단에 천 원짜리 떨어져 있대.”
“가자.”
세 사람이 일어났다. 신발을 급하게 구겨 신었다.
음료수 사 먹을까?
아, 좀. 주스 말고 맥주.
<끝.>
photo. 김라면
write. 김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