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는 초능력 일기 03.
초등학생 때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넌 ‘정말로’ 쓸모없는 능력이라며? 비 오는 날 화단에 주저앉아 풀잎만 잔뜩 들여다보고 있을 때였다. 뭐라고 답했더라. 근처에 있던 돌을 주워다 집어던졌던 거 같다.
쓸없능. 모든 사람이 쓸모없는 초능력 하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
개 중에서도 조금은 쓸모 있는 능력, 정말 쓸모없는 능력으로 나뉘었다. 그중에서도 내 능력은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하람님의 초능력은… 달팽이 구분하기라고요?
네, 맞습니다.
그 표정들을 보면서는 돌을 던질 수가 없었다. 차라리 초등학생 때처럼 바닥에 있는 흙먼지라도 집어던지면서 꺼지라고 외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그 이전에 오탈자를 잘 발견하는 능력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선하람. 급히 필요.]
청승맞게 걸으며 생각에 잠기려는데 문자가 왔다. 돌 맞은 녀석이었다.
부르는 곳으로 달려가니 웬 풀밭 옆에 주저앉아 고심하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풀밭을 가리키며 찾아줘, 하고 답한다.
잠깐 산책하라고 풀어놨는데 없어졌어.
... 야?
그게 말이냐는 질문에 서빈이 ‘그리고 달팽이가 너무 많아,’하고 덧붙였다.
며칠 전 비가 온 탓인지 풀잎 아래 촉촉하게 젖은 흙 위에 다양한 크기의 달팽이 여럿이 모여있었다. 저런. 잘 찾아보거나, 개 중에 아무 달팽이나 주워다 키우라는 말을 건네니 서빈이 어떻게 가족을 버릴 수 있느냐고 답했다.
달팽이 사진을 보여달라니, 우리 핑핑이-녀석은 스펀지밥 광팬이다-사진 많지,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사진첩을 들락거렸다.
물방울 모양 반점이 커다랗게 세 개 있는 놈. 저기 있다.
토실하게 살이 오른 달팽이 한 마리를 가리키자, 서빈이 달팽이를 애지중지 주워다 담으며 감사인사를 건넸다.
“너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내가 너 믿고 얘 산책시키지.
할 말은 많았지만 하지 않았다. 앞의 말이 마음에 들어서.
서빈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웃음이 나왔다. 돌 하나를 주워 힘없이 툭, 던졌다.
<끝.>
photo. 김라면
write. 김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