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는 초능력 일기 02.
영화에서나 보던 멋진 초능력은 없다. 보현이 가진 능력은 겨우 ‘휴대폰 벨 울리기’였다. 쓸없능. 쓸모없는 초능력 사회. 현대 사회의 이름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능력도 없을 거다. 다른 사람은 어떤 능력을 쓰는지 모르겠으나, 친구 서빈은 ‘어떻게든 써먹으면 그것이야말로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서빈은 주변인들의 능력까지 싹싹 긁어모아 이용하는 것 같았지만.
대체 휴대폰 벨 울리는 능력을 어디에 쓰는데.
한숨을 쉬면서 술잔을 들이켰다. 피할 수 없는 모임이어서 오랜만에 나온 참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서빈은 이미 많이 마신 참인지 붉어진 얼굴로 웃고 있었다. 분명 무리하는 중일 텐데, 주변인이 건네는 술을 거절 없이 다 마시고 있었다. 그러다 설핏 눈이 마주쳤다. 붉어진 얼굴이 꼼지락 거리며 무어라 말했다.
능력 좀 써봐.
뭘?
내 휴대폰.
무슨 소리야. 갑자기 능력은 왜.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으나 보현은 얌전히 시키는 대로 했다. 서빈의 휴대폰을 향해 집중을 하고, 벨소리를 상상한다.
“잠시 전화 좀.”
서빈이 씩 웃으며 휴대폰을 집어 들고 테이블을 벗어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보현의 휴대전화로 문자가 날아왔다.
[땡큐.]
미친놈.
보현이 뇌까렸다.
[회사에서 바쁜 척해야 할 때도 부탁할게.]
진짜 미친놈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보현은 휴대폰을 노려봤다. 그리고, 서빈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몇 번을 더 부탁하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끝.>
photo. 김라면
write. 김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