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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Oct 19. 2020

아마추어 퇴사러를 위한 퇴사 전, 후 체크리스트

퇴직금이란 게 참...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

<시인 나희덕>


아... 생각보다 좀 적네?


그렇다. 내 퇴직금을 두고 하는 말이다. 퇴직 IRP 계좌로 퇴직금이 입금되면서 비로소 진정한 퇴사자가 되었다. 퇴직금은 퇴사일로부터 2주 이내에 들어오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이런저런 핑계(코로나가 어쩌고 저쩌고…)로 미리 늦는다는 예고 연락이 오면서 한 이틀 정도 늦게 들어왔다. 이 기간을 못 지키나 싶었지만, 너그러이 넘어갔다. 나름 긴 세월 동안 일하고 나가면서 받는 금액이 생각보다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주 작은 것도 아니라고 스스로 긍정(?)하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12년 7개월의 회사생활은 막을 내렸다. 비가 미스트처럼 뿌려지던 입사 첫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었는데…. 이날 오후는 잠시나마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지난 회사생활을 떠올려보았다. 퇴직금과 각종 수당들을 끝으로 회사로부터 받을 것들을 다 받았다. 이제 드디어 회사 문을 열고 나가 바깥세상을 온몸으로 부딪쳐 볼 때이다.


그럼, 지금부터 회사 문을 자기 스스로 열고 나가기 전, 후에 체크해 볼 사항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퇴사 전 체크리스트


우리가 퇴사를 하려면 퇴직금이 어떻게 구성되고 언제 퇴사해야 덜 손해 보는지 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생각해 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내 인사 관련 규정도 봐야 하고 관련 부서에도 연락해서 확실하게 알아 둬야 함은 물론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퇴사를 준비하면서 인사를 비롯한 각종 보수, 퇴직연금 등 관련 규정을 처음으로 정독했다. 그리고 12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인사부서와 회계부서 연락을 퇴사 준비 때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퇴사가 처음이다 보니 모르는 게 많았고, 궁금한 게 많았다. 평소 같으면 자꾸 연락하는 것을 나 스스로도 꺼려했겠지만, 나가는 마당에 귀찮게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는 나와 비슷한 아마추어 퇴사러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봐야 할 체크사항에 대해 안내하고자 한다. 퇴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을 하고 있고 궁금하다면 다음의 체크 사항들을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Check 1. 다시 한번 묻자. 정말 퇴사할 것인가?     YES □ /  NO □


당연한 말이지만, 정말 퇴사해도 되는가, 퇴사할 용기가 내 안에 가득한가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 고민을 3년간 했고, 일하면서 순간순간 '욱'하는 감정이 올라올 때도 있었다. '이건 아니지, 에잇, 안 되겠어. 오늘이 바로 사직서를 내야 할 날인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때 순간의 감정이다. 그러니 자신과 대화를 꾸준히 해보고 잘 결정했으면 한다.



Check 2. 가족들의 동의를 얻었는가?     YES □ /  NO □


가족과의 화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동의를 얻었으면 한다. 어떤 글이나 사례를 보면 말없이 일단 저지르고 난 후 가족이 알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대화가 너무 안돼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설득해서 동의를 구하고 퇴사하는 게 맞다고 본다. 상대가 부모님이면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하지 않는가. 분명, 끝내 설득당하실 테니 지속적으로 두드려보면 좋겠다.

반면, 상대가 배우자라면 더 많은 팩트와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설득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잠시 일을 안 해서 수입이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우리 인간은 잠시의 두려움을 못 견뎌한다. 여러분들은 함께 견뎌 줄, 인내해 줄 동반자를 만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족과의 화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동의를 얻었으면 한다.



Check 3. 퇴사 후 계획(언제까지 쉴 것인지, 어떤 일을 해서 수입을 얻을 것인지 등)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존재하는가?     YES □ /  NO □


퇴사하자마자 나가서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계획이 있다면 최고! 그러나 그 계획을 회사 내에서 100% 고민하고 나가기는 어렵다고 본다(회사일이 많거나 회사에 오로지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업무를 한다면 더 어려울 듯하다.). 계획을 100% 완료할 때쯤이면 아마도 계속 다니고 있을지도…. 그래서 내가 3년이 걸렸다(100%도 계획을 다 세우진 못했지만…).



Check 4. 회사 내 인사규정, 보수, 퇴직금, 휴가 관련 규정 등을 확인하여 퇴직 시 받을 각종 성과급, 수당, 급여 등에 대해 파악했는가? 또한, 퇴사일을 정했는가?     YES □ /  NO □


받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받아야 한다. 나도 퇴사를 준비하는 시점에 와서야 그동안 한 번도 보지 않은 인사규정을 꼼꼼하게 보았다. 그중 퇴직금은 기본적으로 1년 이상 일을 하고,  「1일 평균임금 * 30 * (총 근로일수 / 365)」, 1일 평균임금은 「퇴직 전 최종 3개월간의 임금총액을 그 기간 총 근로일수로 나눈 금액」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퇴사 전 3개월 중 급여 및 성과급 등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달을 꼭 넣는 것이 좋겠다. 사실 회사가 싫어서 얼른 나가려는 마당에 그렇게 다 따질 수 있겠냐마는 최대한 그렇게 해보자는 거다.

그러고 나서 각종 규정을 확인했다면 퇴사일을 체크해보자. 받아야 할 것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날로 정하면 될 것이다. 퇴사일은 회사가 정해주지 않는다.



Check 5. 직속 상사 및 팀원들에게 언제 어떻게 알릴 것인지 고민했는가?     YES □ /  NO □


어쩌면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될 수도 있다. 나도 그때를 생각하면 참 어렵게 말을 꺼냈던 것 같다. 정말 쉽지 않았다. 그런데 팀장과 대화를 할 때는 평소 답지 않게 격려해주며 다독여 주는 생경한 모습을 접할 수도 있었다. 퇴사 얘기를 하니 평소 까칠하다고 소문난 팀 동료, 상사도 못내 표정관리는 해주는 모습이었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이 많기에 여러분들은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는….

퇴사 통보는 보통 한 달 전을 기준으로 바로 옆 동료부터 차례차례 위 직급들이 알 수 있도록 해 주고, 팀원들에게 알린뒤 하루 정도 기간을 두고 팀장에게 말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팀장과 상의하여 적절한 시기(보통 1주일 내로)에 부서장까지 알릴 수 있도록 하자. 어디까지나 내 생각과 몇몇 사람들의 생각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상황과 경험치가 다르니 본인의 뜻에 맡기겠다. 추가적으로 만일 회사에 대해 악에 받쳐서 나가는 경우라면… 그렇다고 해도 2주 정도 전에는 말을 해주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혹시라도 이직을 할 수도 있으니) 낫지 않을까 싶다. 세상은 좁기에…. 우리는 더 큰 포부를 안고 떠나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가져줘서 남은 자들을 배려해주고 떠나면 좋을 것 같다.





퇴사 후 체크리스트


받을 급여 및 수당, 퇴직금 등의 금액 체크는 당연하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체크를 반드시 해야 한다. 본인이 퇴사 처리가 다 된 것이 확인이 되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납입에 대한 변경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바로 이직하는 분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새로 입사하는 회사에서 처리해준다.



Check 1. 국민연금에 대해 납부유예 신청을 했는가?     YES □ /  NO □


국민연금은 내기가 아까운 금액 중 하나인데, 퇴사 후 일정기간 소득이 없을 예정이라면 소득이 없는 것으로 납부유예 신청 가능 하니 확인해보고 신청해야 한다.

 


Check 2. 건강보험료 납부 금액을 확인해 보았는가?     YES □ /  NO □


건강보험은 납부유예는 안되고 보통 지역가입자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퇴사 후에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요금을 비교하여 좀 더 저렴한 것으로 선택해서 납부 진행할 수 있으니 확인하여 신청하면 된다. 만일 지역가입자 요금이 더 비싸면 임의 계속 가입으로 이전 직장의 납부금 수준으로 납부 가능하다.

그리고 처음 건강/장기요양보험료 납부 전에 안내 고지서를 보면 거기에 반영된 내용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득, 재산(건물, 토지, 전월세), 자동차 항목에 따라 점수가 있는데, 체크해 봐야 한다. 내 소득이 줄었음에도 곧바로 납입할 보험료가 줄지 않지만, 소득이 오르면 귀신같이 알고서 납입할 보험료 금액이 올라간다. 따라서 만일 소득이 줄거나, 당분간 없게 된다면 바로 연락해서 납부 전에 금액 조정을 해야 한다. 물론 배우자 혹은 부모님 등 가족 중 건강보험자격자가 있다면 그 밑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가능 여부를 건강보험공단에 확인해보면 된다.



Check 3. 받은 퇴직금, 최종 급여, 수당 등이 제대로 입금되었는가?     YES □ /  NO □


회사에서 알아서 잘 처리해 줬다고 믿어야 하지만 그래도 내가 얼마를 받을지는 예상하고 있다가 퇴사 후 입금되는 부분을 잘 체크해보면 좋을 듯싶다.


위의 퇴사 전, 후 체크사항은 모두가 아는 내용들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첫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작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이재이 입니다.

지금까지는 퇴사를 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점들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는 은행이었는데 이 곳에서의 퇴사는 보통 나이가 들어 회사에서 밀어낼 때 나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고, 몇몇 이직하는 사람들만 퇴사를 하곤 했습니다. 저처럼 자발적 퇴사는 흔치 않은 일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퇴사를 했고, 그에 대한 나름의 소회를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그 좋은(?) 곳을 왜 그만두고 나왔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의 차이는 이렇게 다른 길을 가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느 길이 맞다,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무엇이 저를 퇴사하게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전 04화 나의 퇴사에 대해 아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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