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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람

프롤로그

by 허씨씨s

사람을 믿었고 사람을 잃어버린 자.

어찌 너뿐이랴.

- 노라조, 형(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혼자서는 외로움을 느끼기에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린다. 그러나 그러한 기본적인 욕구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철저히 혼자가 되기를 선택하는 사람 역시 존재한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었다. 사람에게 크게 배신당한 경험으로 인해, 사람이 미웠고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 만나는 사람들을 점차 줄여나갔고 철저히 고독해지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본능을 거스를 수 있는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고 나는 다시 사람을 찾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은, 그저 한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와 믿음도 함께 무너지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삶까지 망가트리게 된다. 이처럼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그 어떤 상처보다 깊고, 때론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는다.

하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다시 사람을 만나는 것뿐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대부분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 스스로 사람을 배제한다면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을 회피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삶이 너무나 피곤해진다. 내가 사람을 잠시 잃은 시절, 사람을 대신할 것을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하고 얻어낸 결론이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사람을 마주하기로 했다. 사람이 주는 상처만큼 사람이 주는 기쁨 역시 크다는 걸 알기에, 다시 사람을 믿어보려고 한다.


'그냥'은 사전적으로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를 의미한다. 때로는 세상이 이런저런 이유와 조건들 때문에 복잡하게만 느껴지곤 한다. 그럴 때는 “그냥 그런 거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흘려 넘기는 것이, 지혜롭게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사람을 만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그냥 그런 거지.”라며 그저 여유롭게 웃어넘길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이런 바람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기 위한 나만의 다짐이 될 것이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하며

허씨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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