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한 모금, 쉼 한 조각_10일 차 마무리
어릴 적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이다.
성장소설 치고는 꽤나 강렬하고 솔직한 묘사가 많아 미간을 찡그리고 눈물을 훔치면서도,
주인공의 나무 친구인 '밍기뉴'의 존재가 신기해서 계속 읽었더랬다.
나무가 친구가 될 수 있다니
어린 나에게는 '나무가 친구가 될 수 있다니'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신박하게 다가왔었다.
일 년전 퇴사를 하고, 브런치에 새 글을 올리면서 내가 숲을 방문한 횟수?
일주일 평균 2회 X 4주 X 12달 = 96회 (약 100회)
상담 종결기에는 목표를 다시 점검하고, 무엇을 경험했나 확인하고, 상담을 지속할지 종결할지를 논의한다.
논의해보자.
첫 호소문제: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었다.
무엇인 지는 모르겠지만, 피톤치드가 가득하고 나무도 가득한 숲에 오면 찾을 수 있을것 같았다.
"100번의 방문 끝에, 그래, 이 과정을 통해 너는 무엇을 경험했니?"
삶에 지치고 편안함을 찾고 싶을 때 사람들은 숲을 찾는다. 그러나 숲 안에 깊숙히 들어가는 순간 나이브한 편안함은 찾기 힘들다. 비가 온 후에는 흙이 여기저기 튀어서 질척이고, 해가 지고 나면 금새 추워진다.
처음 보는 꽃에 다가가려고 하면 여기 저기에 집을 친 거미들과 거미줄에 걸려있는 작은 벌레들을 먼저 만나야 한다. 숲으로 들어오는 순간 내가 자부하던 선지식은 그 쓸모를 잃고, 고운 자태로 일을 하면서는 쓰지 않는 감각들을 총동원해서 환경에 대처한다. 숲에 있는 동안 철저하게 이방인이고 손님인 기분.
이 기분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도 하고, 감각을 날세우게도 하고,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나와 주변 사람들을 잔뜩 투영한 나무들과의 대화를 상상하게도 한다.
평안을 기대하고 숲에 오지만 숲에 들어서는 순간 인간의 모든 감각과 직관은 정말 바빠진다.
100번의 방문 끝에 내가 경험한 게 뭐냐면 말이야,
이 곳에서 나는 생생하게 움직여내느라 바쁘고,
그 바쁜 활동은 아이러니하게도 즐겁고 평안하다는거야.
영웅을 다시 찾았다.
제제에게 밍기뉴가 작은 친구였다면
숲에서 만난 이 친구는
든든하고 기댈 수 있는 친구이다.
작은 제제에게는 작은 친구가 필요했겠고
그걸 읽고 자란 나는,
큰 친구가 필요할 만큼 많이 성장했다.
그 동안 <숲 한모금, 쉼 한 조각>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여러분에게도 생생한 중 평안한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숲과 글 덕분에 제 삶의 자리는 다시 편안해졌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집중해야 하는 주제로 또 계속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황선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