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요가

잘하는 거랑 좋아하는 건 별개

세 번째 요가 수업이다.

뻣뻣한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

물론 난이도 있는 자세를 내가 척척 해내지는 못한다.

수업 한 번에 실력이 눈에 뜨이게 늘지도 않는다.

내 몸은 여전히 꿋꿋하고 뻣뻣하다.

그러니,

바뀐 건 몸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요가는 당연히 유연한 사람을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좀 너무 뻔해서 식상하다.

오히려, 요가는 뻣뻣한 사람일수록 해야 하는 운동이 아닐까.

강사님은 정석 자세를 보여주시고, 해당 자세의 보완 자세도 늘 함께 알려주신다.

블록을 사용하거나, 벨트를 사용하거나, 의자 등 보조기구들은 다양하다.

도구의 목적은 제대로 써야 할 근육의 느낌을 인지시켜주기 위함이다.

모든 아사나(요가동작)는 힘의 방향이 있고, 써줘야 할 근육들이 있다.

꼭 끝까지 안 내려가도 나에게는 충분히 자극이 된다. 그러니,

요가는 내 몸을 잘 느껴야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매일 같이 늘려가는 것이다.

몇 안 되는 아사나 동작들을 수업에서 몸으로 느껴보고, 서로 티칭 한다.

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근육 하나, 호흡 하나 쪼개고 또 쪼갠다.

수학문제 풀 듯이, 힘의 방향도 분석한다.

은근히 재밌다.

선생님이 질문을 던진다.

내 몸이 건물이라면, 특정된 아사나라는 건물을 세우기 위하여 어떤 기반을 세워야 할까요?

전혀 고민을 안 해본 질문이다.

그냥 눈으로 보이는 동작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눈에는 안 보이지만 속근육의 작용이 따로 있었다.

손의 방향에 따라, 발의 각도에 따라 같은 아사나도 몸이 느끼는 느낌은 또 다르다.

수업에서 그걸 또 몸으로 풀어보고 느껴본다.

그러니 제대로 한 동작과 겉모양만 보고 따라한 동작의 차이는 현저하다.

뻣뻣한 몸과 연결되는 느낌은 괴로우면서도 즐겁다.

1분 유지하는 짧은 시간 동안 근육은 찢기고 나는 괴롭다. 그 시간을 버티고 나면 묘하게 즐겁다.

요가의 이상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뻣뻣한 집사가 요가를?!